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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17. 7. 30. 08:53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 비채




0.

이런저런 느낌괴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한 인간의 삶에 담겨 있는 

사랑, 비참함, 공상, 가난, 전쟁, 행복, 기쁨, 당황, 슬픔, 받아들임...



1.

'왜 그렇게 사냐'라거나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고 하기 전에


소네치카의 생각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기 전에


그녀가 그렇게 느끼고 바라보며 

선택하고 행동하며 살았다는 거




2.

저의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외할머니의 남편은


저의 엄마의 엄마와 함께 살지 않았고

저에게는 저의 엄마의 엄마가 낳지 않은 이모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엄마의 엄마가 아닌 분을 할머니라고 불렀고

저의 엄마의 자매가 아닌 분을 이모라고 불렀지요




저의 엄마에게 한 번도 묻지 않았습니다

저의 엄마의 엄마에게도 한 번도 묻지 않았구요


그 삶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으며

어떤 외로움과 아픔이 있었는지


누군가의 아내나 딸이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

어떤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지나며 살았었는지




3.

많은 세월이 흘렀고 연락이라고는 할 일이 없었던

외할머니가 낳지 않은 이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가기도 전에 알고 지냈던 이모가

수 십 년만에 만난 조카 앞에서 참 많이도 서럽게 울었지요




4.

하기 좋아 하는 말들로 말하자면 

별 일 아닐지 몰라도


그 삶 속으로

그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면





 

소네치카는 그럭저럭 학교를 마치고, 감흥적이며 시끄러운 1930년대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현실을 피해 매일 매 순간 도스토옙스키의 불안한 심연 속으로 내려가거나, 때로는 투르네프의 그림자 드리운 가로수나, 왠지 이류 작가 같은 레스코프의 무원칙적이고 관대한 사랑으로 따스해진 지방 대저택 가운데에 출연해보면서 위대한 러시아문학의 공간에서 자신의 영혼을 쉬도록 했다. - 10

 

아이가 아직 이가 나지 않은 잇몸으로 젖꼭지를 조금씩 밀고 당기고 살짝 깨물 때면 젖을 먹이는 소냐에게도 기쁨을 가져다주었는데

...

남편이 그녀의 널찍한 등을 껴안으면 아이는 질투라도 하듯 소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그녀는 이 견딜 수 없는 두 사람의 무게가 주는 행복에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소네치카는 아침의 첫 햇살에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몸은 소중하고 자신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두 존재의 허기를 조용히, 그리고 즐거이 채워주었다.

 

아침에 느끼는 이러한 감정은 하루를 온종일 빛나게 했고, 모든 일은 쉽고 순조롭게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으며, 신이 주신 하루하루가 이웃한 날들과 합쳐진 것이 아니라 그 각각이 소네치카의 기억에 새겨졌다. - 30

 

야샤는 아직 식지 않은 담요를 덮고는 얼마 안 되어 다시 잠이 들었다. 달콤한 잠이었다. 꿈에서도 이 가정적인 집에서 느낀 가정적인 꿈의 달콤함이 잊혀지지 않았다. 야샤는 이제는 입고 있지 않고 옆에 놓은 소냐의 잠옷을 볼에 가져다 댔다. 천국의 냄새가 났다. - 56

 

야샤는 소네치카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소냐는 조용하고 예쁜 야샤의 존재가 기분 좋았고, 거기에는 불쌍한 여자애를 거두었다는 비밀스런 자부심도 있었다. 소냐에게 그것은 미쓰바’, 즉 선행이었다. 소냐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유대인 뿌리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은 기쁨이면서 동시에 의무를 수행한 것에 대한 기분 좋음이었다. - 58

 

식탁에 자연스럽고 예쁘게 앉아 식탁을 돋보이게 하는 야샤는 절대 많이 먹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지만, 식지 않는 허기로 지칠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매 순 간 허기져 있었던 고아원에서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