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전 황재형>을 보고

순돌이 아빠^.^ 2017. 11. 17. 13:36




황재형 작품 전시회를 한다기에 박수근 미술관으로 갔습니다. 황재형의 작품을 보는 건 이번이 세 번째이고, 박수근 미술관은 두 번째입니다.

 

 


황재형, <아버지의 자리>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깊게 남는 작품은 <이버지의 자리>였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들의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했던 이 작품 앞에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는 원망스러움입니다. 왜 그렇게 하셨냐고, 왜 그렇게 사셨냐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냐고 따지고 싶고 묻고 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저와 우리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소리라고 질러보고 싶습니다. 그게 아니면 옷자락이라도 붙들어 흔들며, 울며 소리치고도 싶습니다. 정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냐고, 정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냐고...


두번째는 불쌍함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랬겠냐 싶고, 당신도 마음에 고통이 커서 그랬겠지 싶고, 자신의 삶에 자신도 얼마나 힘겨웠겠냐 싶습니다. 살짝 눈물이 고이고 핏발이 서 있는 눈과 꾹 다문 입술, 세월따라 삶의 무게만큼 패인 주름. 인간이라는 한 여린 존재가 살아내기에는 버거운 삶이었겠지요. 왜 그런 인생이 당신에게 주어졌던 것인지...


노동자였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던 당신.





황재형 <외눈박이의 식사>




탄광에서 탄을 캐다 점심 시간이 되어 머리에 매단 불에 의지하며 도시락을 먹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황재형이 직접 광부들과 함께 일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고흐도 그랬다고 하구요.


음악이든 미술이든 어떤 작품을 접하고 나면 마음이 차악 가라앉음을 느낍니다. 무거워서 가라 앉는 게 아니고...말을 위한 말이나 이론을 위한 이론에서 조금 벗어난다고 할까요. 아니면 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하며 자신을 뽐내기 바쁜 삶에서 벗어난다고 할까요. 아니면 하늘 높이 두둥실 헛헛하게 떠나니던 제 마음이 투박한 흙더미 위에 내려 선다고 할까요. 


아무튼 인간의 삶에, 상상이나 공상 속 인간의 삶이 아니라 실재하는 인간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가게 합니다. 지구에 중력이 있어서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바닥에 내리듯 멍하니 떠돌지도 모르는 제 마음이 자리를 잡도록 도와준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황재형 <탄천의 노을>



황재형이라는 들으면 언제나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바로 <탄천의  노을>입니다. 산도 검고 땅도 검고 집도 검은데 그 사이로 물이 흐르고 물 위로 저녁 햇살이 비치네요. 저녁 햇살이 검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노랗다고도 하기 어려워요. 


힘겨운 삶의 곁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머문다고 하기에 너무 가벼운 위로 같아요. 어두운 인생도 언젠가 빛날 수 있을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요. 


결국 사라지는 건 말이고, 남는 건 탄천의 노을 같아요.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붙이건 말건 산이 있고 석탄이 있고 탄광이 있고 광부와 사람들이 있고 개천이 있고 노을이 있어요. 그냥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거네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탄천의 노을>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음악 때문이었어요. 전시관 전체에 고운 음악이 계속 흘렀어요. 그 음악 속에서 탄천의 노을을 보고 있으니 물과 빛이 더 많이 빛나고 더 많이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예전에 봤을 때보다는 조금 더 밝고 조금 더 가벼운 느김으로 다가오더라구요. 





박수근미술관 홈으로



지금 박수근 미술관에서는 3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어요. 박수근, 고흐, 황재형


박수근은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하지요. 고흐는 밀레의 작품을 베끼고 또 베꼈지요. 동생 테오게 보낸 편지에서도 얼마나 많이 밀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요. 황재형은 고흐와 밀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 http://v.media.daum.net/v/20171110205722218 )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밀레구요.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평소에 이동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이 움직이기에는 꽤나 먼 거리였고,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만나기에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이것저것 다 떠나 작가에게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