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누가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할 것도 없이
저 또한 그리 살았던
우리 삶의 모습
내가 사랑을 한 것인지
사랑이 나를 끌고다닌 것인지도 모를
들끓는 정열이 많은 것을 알게도 했고
많은 것을 잃게도 했던 시절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있는 그대로의 우리 삶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던 좋은 글
푸시킨, <예브게니 오네긴>, 동서문화사, 2016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울려 퍼진다. 그때 오네긴이 모습을 나타내어...주위에 앉은 신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무대 쪽으로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을 던지더니 옆으로 얼굴을 돌려 하품을 한다. “전부 갈아치줘야 해-그는 중얼거린다-발레를 너무 오랫동안 봐와서 그런지 이젠 디들로마저 지겹기 짝이 없군” -20
현관 옆에서는 하인들이 양가죽 외투로 몸을 감싼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관객들은 발을 구르고, 코를 풀고, 기침을 하면서 야유를 하고 박수를 친다.
...
말들은 추위에 떨고 조이는 마구(馬具)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몸부림을 친다. 마부들은 모닥불 주위에서 주인들을 언짢게 생각하며 추위를 피하기 위해 손을 비빈다. - 20
유행의 착실한 추종자인 오네긴...제2의 차아다예프라 할 수 있는 우리 예브게니는 사람들의 악평이 두려워 옷에 관한 한 철저한 지식으로 무장한 멋쟁이였다. - 21
요즈음은 그와 같은 우정조차 볼 수가 없다. 모두가 공감하는 상식적인 생각이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을 제로로 간주하고 자기만을 의미 있는 단위로 여긴다. 누구나가 자신이 나폴레옹인 것처럼 생각하여, 수백만의 두 발 가진 짐승을 자기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감정 같은 것은 따분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예브게니는 그대로 나은 편이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세상 사람들을 샅샅이 알고 대체로 그들을 얕잡아보고 있기는 했지만...남의 감정이기는 하지만 기 기분을 존중하기도 했다. - 38
운명의 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 –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저 사람이야! 오 하느님! 이제 밤이나 낮이나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건 오직 그 사람의 따스한 환영뿐이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이 이 달콤한 처녀에게 끊임없는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
이제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인 달콤한 소설들을 읽으며 마치 공기를 들이마시듯 저 허구의 유혹적인 향기를 들이마셨다...이 모든 인물들이 우리 꿈꾸는 처녀의 눈에는 하나로 합쳐져 오네긴이라는 형상으로 나타났다. - 50
그것은 옛날의 평범하고 겁 많고, 가식 없고, 귀여운, 사랑하는 아가씨 타티아나가 아니라 차분한 공작부인, 아름답고 거룩한 베바강의 가까이 가기 힘든 여신이었다.
...
타티아나는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 얼마나 훌륭하게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해내고 있는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그 기품을 얼마나 빨리 익혔는가! -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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