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가 무슨 영웅은 아니에요
정치가나 종교인이 되어 거대한 신념을 펼치는 것도 아니구요
어릴 때부터 이리저리 치이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스런 눈물을 흘리며 살아요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스스로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쉽게 남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자기 노력으로 삶을 만들어가려고 하지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사는 건 아닙니다
학생일 때도, 가정교사일 때도, 배고픈 떠돌이일 때도 다른 이들과 따뜻한 관계를 만듭니다
한 남성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부자이고 나이도 많고 힘도 세지요
그렇다고 제인 에어가 그 돈이나 성性에 기대어 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독립적인 한 인간의 모습을 지키려고 하지요
그러면서도 뜨겁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그이보다 훨씬 키가 작은 내가 그의 버팀목이 되고 인도자가 되었다.
흔히 여성 또는 여자라고 하면 이래야 저래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속에서 배우고 일하고 관계를 맺고 연애를 하며 사는 거지요
홀로 서되 다른 사람을 품을 줄 안다고 할까요
억지로 홀로 서느라 다른 사람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도 아닌 거지요
참 멋져요
그 용기와 지혜가 부럽구요 ^^
제인 에어를 닮은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점점 더 밝아지고 빛나게 될 것 같아요 ^^
C. 브론테, <제인에어>, 동서문화사, 2016
그 일라이자와 존, 그리고 조지아나는 지금 응접실에서 저희 엄마 둘레에 모여 있었다. 리드 부인은 난로 앞 긴 의자에 몸을 기대어...귀염둥이들에게 둘러싸여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리드 부인은 이렇게 말하며 나를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
“널 따로 떼놔야 하는 건 참 유감이구나. 하지만 네가 좀더 붙임성이 있고 어린애다우며 남들이 좋아하는 명랑한 아이가 되기 위해, 그래, 얌전하고 고분고분한 아이가 되기 위해 진심으로 애쓰고 있다는 걸 베시 입으로부터 듣기 전에는, 그리고 내 눈으로 그걸 확인할 때까지는 부족함이 없이 행복한 아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을 너에게 줄 수 없구나.” - 11
“제가 어쨌다고 베시가 말했기에요?”
“제인, 나는 말야, 그런 식으로 말대꾸 하는 아이는 싫단다. 어린애가 어른에게 그런 태도를 취하다니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어디 딴 데로 가 있거라. 고분고분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입을 닥치고 있어.” - 11
존은 어머니나 누이동생에게 그다지 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특히 나를 까닭 없이 미워하고 있었다. 나를 학대하고 체벌까지 가했다. 그것도 한 주에 한두 번, 또는 하루에 두 번 하는 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다. 그가 내 곁에 오면 나의 모든 신경은 두려움에 떨리고 뼈를 싸고 있는 모든 살이 오므라들었다. 그가 자아내는 이런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일까지도 자주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위협이나 처벌을 다른 사람에게 호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녀들은 내 편을 들어가면서까지 도련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리드 부인은 이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체했다. - 15
책이 날아와 나를 때렸고 나는 머리를 문에 부딪혔다.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나왔다. 쑤시듯 아팠다. 이제 두려움은커녕 다른 감정이 솟아났다.
“심술쟁이!” 나는 말했다. “넌 살인자와 같아! - 노예 감독과 같아 – 로마의 폭군 황제야!”
나는 골드스미스의 <로마사>를 읽고 있었다. 그래서 네로와 칼리굴라 등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존이 그들과 비슷하다고 인정하고는 있었지만 설마 입 밖에 내서 말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
나는 계속 반항했다. 나로서는 경험이 없는 일이었다. 평소에 나를 그다지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베시와 미스 에버트는 이 광경을 보고 더욱더 그런 생각을 굳히고 말았따.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조금 이상해진 상태였다. 프랑스 사람이었다면 ‘정신을 두고 왔다’고 말했을 것이다. 순간적인 반항이 이런 엄한 징벌을 받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반란을 시도한 노예처럼 나는 구석에 몰려 이제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 16
아까 존한테서 얻어맞고 넘어져 다친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지끈지끈 아팠다. 존이 마음 내키는 대로 나를 쳐도 누구 하나 꾸짖는 사람이 없었다. 당치도 않는 폭력을 피하려고 대항했으므로 나는 이런 굴욕을 당하고 있다.
“불공평하다! 불공평해!” 내 이성은 괴로움에 찬 격정에 떠밀려, 비록 잠시나마 나이에 걸맞지 않은 힘을 얻어 이렇게 외쳤다. 이렇게 해서 복돋운 결의가, 이 견딜 수 없는 고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기묘한 수단을 취하라고 부추겼다- 여기서 도망가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단식으로 죽음을 기다리든가 – 23
“리드 외삼촌이 살아 계셨다면 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이런 질문이 나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왔다. 정말로 무의식중에 나온 말이었다.
...
“뭐라고?” 리드 부인은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녀는 잡았던 내 팔을 놓으며 도대체 이 아이는 어린애인지 악마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 37
리드 부인은 곧 기운을 되찾았다. 나를 마구 뒤흔들어 대고 뺨을 후려갈기더니 말없이 나가 버렸다. 베시는 넉넉히 한 시간 동안이나 내게 설교를 하고, 이런 마음씨 고약하고 파렴치한 아이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나는 그녀의 말을 반쯤은 믿었다. 사실 나도 내 마음속엔 나쁜 감정만이 물결치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 37
침대 속에서 나는 언제나 인형을 안고 잤다. 인간이란 누구나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정을 쏟을 소중한 것이 없는 나는 이 조그만 허수아비 같은 초라하고 퇴색한 조각 인형을 소중하게 사랑하고 아끼는 데에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
인형을 잠옷으로 감싸 주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인형이 그렇게 해서 따뜻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인형도 틀림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져 나는 얼마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 38
내가 리드 부인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를 가혹하게 다루면서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이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나는 결코 행복하게는 될 수 없었다. 얌전하게 말을 들으려 제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분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런 노력도 지금과 같은 말로 보복을 당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 이 낯선 사람 앞에서 던진 그 비방은 내 가슴을 도려냈다. - 44
“제인, 너는 감히 그렇게 떠들어 댈 수 있니?”
“어떻게 감히 그러느냐구요? 어떻게 함부로 그러느냐구요? 그러나 이건 사실이에요. 저에겐 감정이 없는 줄 아시는군요. 사랑이나 친절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살아갈 수 없어요. 아주머니에겐 동정심이라곤 조금도 없어요. 저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저를 쳐넣었는지-매정하고 난폭하게-저 ‘붉은 방’에 영원히 가두려 했는지. 저는 괴롭고 숨이 막힐 것 같아 ‘아주머니, 살려줘요!’하면서 울부짖었는데도 말이에요. 당신이 그렇게 한 것은 저 심술궂은 아이가 저를 때렸기 때문이에요-아무 일도 하지 않는 저를 때려 쓰러뜨렸기 때문이에요. 누가 저에게 물으면 누구에게나 진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좋은 여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당신은 나쁜 사람이고 인정도 없어요. 당신이야말로 거짓말쟁이예요.”
이 말을 채 마치기조 전에 나의 마음은 자유라고 하는, 승리라고 하는, 일찍이 맛보지 못한 감각에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 48
“내가 너라면 그 선생님을 싫어할 거야. 난 맞설 거야. 회초리로 날 때리는 선생님 손에서 회초리를 뺏어 눈앞에서 꺾어버릴 거야”
“설마 그런 짓은 안하겠지만, 만일 그런다면 브로클허스트 씨가 너를 학교에서 내쫓을 걸. 그러면 너의 친척에게 큰 불행을 줄 거구. 성급한 행동을 해서 너와 관계 되는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보다는 주어진 괴로움을 너만이 꾹 참고 이겨 가는 편이 훨씬 좋아. 성경에도 악을 보답하기를 선으로 하라고 했잖니?”
...
“그렇지만 그걸 피할 길이 없을 땐 참는 게 의무란다. 자기 운명이 참아내도록 마련된 걸 참지 못한다는 건 의지가 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이야” - 70
“그럼 넌 템플 선생님이 가르치실 때는 너의 생각은 딴 데로 가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래, 좀처럼 안 그래. 왜냐하면 템플 선생님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걸 가르쳐 주시니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이상하게도 내게 기분 좋게 들리고 가르쳐 주시는 지식은 대개 내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거든”
“그럼 템플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때에는 너는 좋은 아이니?”
“그래 자연히 그렇게 돼. 나로서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말야. 본능이 끄는 대로 따르고 있을 뿐이지 – 72
우리는 그날 밤 하느님의 술과 하느님의 음식 대접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기쁜 대접은 넉넉한 맛있는 음식으로 굶주린 식욕을 채우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선생님의 흐뭇한 미소였다. - 92
그녀가 번역을 다하기 전에 취침 종이 울렸다. 늦는다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템플 선생님은 우리들을 품에 껴안고 말했다.
“주여! 내 어린 것들에게 축복을 주시옵소서!”
...
솔로몬은 적절하게 말하였다. ‘채소를 먹고 서로 사랑하는 것은 살찐 소를 먹고 서로 원망하는 것보다 낫다’
나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로우드의 생활을 게이츠헤드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이젠 바꾸고 싶지 않았다 – 95
이따금 저택의 부지를 혼자 거닐고 대문까지 내려가 거기서 길의 좌우를 바라보았을 때, 또는 아델라가 유모와 놀고 있고 페어팩스가 찬방에서 잼을 만들고 있는 동안에, 계단을 세 개 올라가 다락방의 들창을 올리고 지붕으로 나아가 멀리 들이나 언덕을 바라보고 아련한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저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상상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그것으로 저 번화한 세상이나 거리, 이야기로는 들었어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활기에 넘치는 지역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제까지 얻었던 것과 같은 일상적인 경험을 지금까지보다도 더 많이 겪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페어팩스 부인의 좋은 점도 아델라의 좋은 점도 나는 존중하고 있었으나 그것과는 다른 보다 더 생생한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믿고 있는 것을 이 눈으로 보고 싶다고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
나의 성격 속에는 변화를 구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때로는 아플 정도로 그것이 나를 충동질하였다. 그럴 때 나의 유일한 위안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있을 수 있는 3층 복도를 오가면서 눈앞에 떠오르는 눈부신 상상의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일이었다-물론 그 공상은 한이 없었고 더욱이 자랑스러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고민으로 가득 차게 되지만, 생기를 얻어 부풀 때도 있는 심장을 환희로 물결치게 하는 것이다.
...
사람은 안온한 생활에 만족해야 한다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사람은 마땅히 활동을 해야 한다. 그 목표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
여자는 일반적으로 얌전해야 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에도 남성과 같은 감정이 있다. 여성도 그녀들의 형제와 마찬가지로 그 능력을 발휘할 장이 필요한 것이고 노력하기 위한 장이 필요하다. 여성도 또한 남성과 마찬가지로 가혹한 속박이나 심한 정체에 괴로워하고 있다.
여성은 집에서 푸딩을 만들고 양말을 짜고 피아노를 치고 주머니에 자수를 하고 있으면 좋다고 하는 것은 보다 더 많은 특권이 주어진 남성의 좁디좁은 일방적인 저기들의 생각이다. 습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이상의 일을 여성이 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고 하면 그것을 비난하고 비웃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 135
나는 리드 부인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그 낯익은 모습을 열심히 찾았다. 세월이, 격렬한 복수심도 가라앉히고 솟아오르는 분노와 혐오의 마음까지도 진정시켜 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그 옛날 고민과 증오를 품고 이 부인 곁을 떠났다. 지금 이렇게 돌아와 보니 그녀가 받은 큰 재앙에 연민과 같은 것을 느끼고 내가 입은 상처는 모두 잊고 용서하고 싶다-화해를 하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싶은 강한 열망을 느끼고 있었다. - 28
너그러운 마음이라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에 너그러움이 결여되었으므로, 한 사람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신랄하게 되고 또 한 사람은 지긋지긋하도록 따분한 사람이 되어버린 예가 있다. - 291
나는 아무 말도 않고 층계를 올라가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날 작정이었다. 그때 어떤 충격이-어떤 힘이 나를 뒤로 돌아보게 하였다. 나는 말했다 – 아니, 내 속에 있는 그 무엇인가가 나를 대신해서 저도 모르게 말하게 했다.
“이처럼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로체스터 님. 다시 당신께 돌아오게 돼서 전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당신이 계신 곳은 어디나 제 집이에요. 저의 유일한 집이에요”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빠르게 걸었다. 비록 그가 나를 따라오려고 해도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 아델라는 나를 보자 깡충깡충 뛰면서 기뻐했다. 페어팩스 부인은 언제나처럼 그 솔직한 부드러움으로 맞아 주었다. 리어는 방긋 웃었고 소피까지 기뻐서 “봉 수아”하고 인사를 했다. 이렇게 기쁜 일은 없었다. 자기가 둘레의 사람들한테서 사랑을 받고, 자기가 있음으로 해서 그들을 더욱 즐겁게 해 준다고 느끼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
차를 마신 다음 페어팩스 부인은 뜨개질을 시작하고 나는 그 옆의 나지막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아델라는 양탄자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게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황금의 아늑한 고리가 되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여겨져, 부디 모두가 제각기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나는 말없이 기도를 드렸다. - 303
다이애너는 차 준비를 하는 동안 들락날락했는데 이때 오븐에서 구운 조그만 과자를 내게 갖다 주었다.
“들어보세요” 그녀는 말했다. “시장하실 거예요. 해너로부터 들었는데 아침부터 죽을 조금 드셨을 뿐이라면서요”
나는 그것을 사양하지 않았다. 내 식욕은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
“몹시 시장하셨던가 봐요” 그는 말했다.
“네 그랬어요” 이것이 나의 방법이었다-간단한 말에는 간결하게,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한다는 것이 항상 몸에 배어 있었다. - 429
무어 하우스 사람들의 마음씨를 더 알면 알수록 나는 그들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얘기할수도 있었고 허락을 해 주면 언제 어디서든 그녀들을 도울 수 있었다. 이런 이 교제에는 처음으로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취미도 생각하는 일도 완전히 일치하는 데에서 생기는 즐거움이었다.
그녀들이 즐겨 읽는 것을 나도 즐겨 읽고 싶었다. 그녀들이 즐거운 것은 나에게도 즐거웠다. 그녀들이 옳다고 하는 것은 나도 존중하였다. - 434
기독교인으로서 금욕주의로 몸을 다스리면서도, 그녀가 와서 말을 걸고 명랑하게 격려하는 상냥한 미소를 던지면 그의 손은 떨리고 눈은 불타올랐다. - 467
‘확고한 의지와 극기심이 있다고 해도’ 하고 나는 생각했다. ‘자기를 너무나도 몰아붙이고 있따. 모든 감정을 가두고 그 안에서 괴로워하고 있다-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털어놓지도 않고 전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 462
신중한 사람은 대범한 사람에 비하면 자신의 심정이나 괴로움 등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자주 필요하게 되는 법이다. 매우 근엄한 금욕주의자도 결국 인간인 것이다. - 463
“하지만 당신은 선교사가 되지 않아도 돼요. 그 계획을 단념하면 좋으니까요”
“단념한다고요? 무슨 말씀을! 나의 사명을? 내 위대한 일을? 천국의 거처를 위하여 지상에 마련한 주춧돌을? 인류를 향상시키고 무지의 영역에 지식을 나르고, 전쟁을 평화로, 예속을 자유로, 미신을 종교로, 지옥의 두려움을 천국의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 영광스러운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모든 야심을 융합시킨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나의 소원을 단념하라고? 버리라고? 그것은 나의 혈관에 흐르는 피보다 소중한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내 삶의 목표이며, 살아가는 보람입니다” - 465
“목사님은 올리버 양이 교실에 들어오면 언제나 몸을 떠시고 낯을 붉히시던데요”
또다시 놀라 빛이 그의 얼굴을 스쳐갔다. 그는 여자가 남자에게 이처럼 서슴지 않고 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나로선 이런 종류의 대화가 마음이 편했다. 상대방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의지가 굳고 사려가 깊은 품격 있는 사람들과 접할 때에는 세속적인 사양의 겉치레를 넘어서 믿음이라고 하는 문턱을 지나 상대방 마음의 화톳가에 이를 때까지는 만족이 가지 않았다. - 466
“...사촌 오라버님, 결혼 계획은 제발 버려 주세요-잊어 주세요“
“안 돼” 그는 말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계획이야. 나의 커다란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
만일 당신이 거부하면 그것은 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느님은 나를 중간에 세워서 당신에게 고결한 길을 열어 주시는 거예요. 나의 아내로서만 당신은 그 길로 들어설 수 있어요. 나의 아내가 되는 것을 거절하는 건, 제인은 영원한 자기 본위의 안일한 길, 열매 없는, 이름도 없는 길을 의미할 뿐이야. 두러워해야 해요. ‘신앙을 버린 자로서, 불신자들보다도 더 나쁜 자들’의 축에 들어가지 않도록!“
...
그와 나란히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의 무쇠와 같은 침묵 속에 그가 나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 것을 분명히 읽어 냈다. 굴종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격렬한 저항을 만난, 엄격하고 독선적인 성격이 맛보는 실망감-냉정하고 완고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는 감정이나 견해를 발견하고, 그것을 비난하는 기분. 요컨대 그는 남자로서 나를 힘으로써 굴복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 509
“하지만 세인트 존은 좋은 사람이에요” 다이애너는 말했다.
“좋은 분이고 훌륭한 분이에요. 하지만 그분은 자신의 큰 목적을 추구하여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감정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사정없이 잊어버리시는 걸요. 그러니까 예사 사람들은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그분은 가는 길에 있는 것을 짓밟고 가요. - 519
그이보다 훨씬 키가 작은 내가 그의 버팀목이 되고 인도자가 되었다. -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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