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제르베즈와 같은 삶을 살았을까요
아빠의 폭력을 피해 집에서 나와 애인을 만나고 결혼을 했지만
남편이란 놈은 빈둥거리고 술이나 먹고 두들겨 패기나 하니 말입니다
맞지 않고 사는 것이 소박한 꿈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행복하고 싶었고 노력하며 살고 싶었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망가져간 제르베즈
나중에는 자포자기하고 무기력에 빠졌지요
행복한 삶의 꿈마저 희미해지고...
책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 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또 무엇이 제르베즈를 힘들게 할까 싶었습니다
지리지리하고 울화통 터지는 인간의 삶을
너무 세세하게 묘사한 책입니다
수십년에 걸친 제르베즈의 인생이 느리게 흐르는 영화처럼 지나갑니다
에밀 졸라, <목로주점>, 열린책들, 2016
그녀는 외곽 대로 좌우를 바라보다가 말할 수 없는 공포에 사로 잡혀 양쪽 끝에 시선을 고정시켰는데, 이제 자신의 삶이 양쪽 끄트머리, 즉 도살장과 병원 사이에 갇혀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51
그녀의 단언에 따르면 그녀의 유일한 단점은 정에 너무 약하고, 사람을 무턱대고 좋아하고, 나중에 숱한 고통을 안겨 줄 사람에게도 쉽게 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그녀는 불행한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와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 꿈만을 꾼다는 것이었다. - 59
그 동안 제르베즈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눈물이 글썽한 쿠포의 어머니를 포옹했다 그녀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노파에게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할게요. 혹시 결과가 안 좋아도 제 노력 부족 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럼요, 전 정말 행복해지고 싶거든요....결국 잘될 겁니다. 안 그래요? 저이와 제가 서로 이해하고, 서로 힘을 모아야죠> - 102
<당신, 당신은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는군요!> 아직 감히 반말을 하지 못하는 코포가 말했다.
<괜찮아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그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난 까다롭지 않아요. 나가도 좋고, 안 나가도 좋아요. 난 괜찮아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어요>
실제로 그녀의 얼굴은 평온한 기쁨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손님들이 그곳에 도착한 이래, 그녀는 지각 있는 태도로 말다툼에 끼어들지 않으면서 그들 하나하나에게 감동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을 건넸다. - 107
그녀가 데리고 온 두 조무래기, 클로드와 에티엔은 테이블 아래 의자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놀았다. 제르베즈가 살롱으로 들어오면서 온종일 만나지 못한 두 아이를 보았을 때, 그녀는 그들을 무릎 위에 앉히고 요란하게 입맞춤을 하며 쓰다듬었다.
<요 녀석들이 얌전하게 굴었나요?> 그녀가 보슈 부인에게 물었다. <아주머니를 못살게 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네요>
개구쟁이들이 오후 내내 조잘대서 요절 복통을 일으켰던 이야기를 보슈 부인이 전해 주었을 때, 그녀는 다시 격한 애정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일으켜서 가슴에 꼭 껴안았다. - 122
그녀는 종교적인 사랑으로 마치 자식을 대하듯 가구를 정성스레 닦았는데, 아주 조그만 흠집이라도 보일라치며 가슴이 미어지곤 했다. 비질을 하다가 빗자루가 가구에 부딪히면 그녀는 마치 자기 몸을 얻어맞은 듯 화들짝 노라며 하던 일을 멈추었다. 서랍장에 특히 소중했다. 그것은 아름답고, 견고하고, 단아해 보였다. 그녀가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한 단 하나의 꿈이 있다면, 그것은 서랍장이 훨씬 더 돋보이도록 추시계 하나 사서 대리석 상판 위에 놓아두는 것이었다. - 143
사뭇 진지해진 제르베즈는 조금씩 슬픔에 젖어 두 눈을 크게 뜬 채 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내 아이를 낳아야 했어, 그래야 그럭저럭 살아 나가기가 쉽고, 이 파리에서 수많은 위험을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야. - 148
남편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참새도 다가갈 것 같지 않은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
<처음엔 말예요...> 제르베즈가 말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두렵기만 했죠. 머리가 깨진 채 들것에 실려 오는 그이가 늘 눈앞에 아른 거렸거든요....이젠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아요. 무엇에나 익숙해지기 마련이죠.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빵 값이란 정말 비싸요. 자기 차례도 아닌데 수없이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말예요> - 166
그녀는 제르베즈가 구제와 잠자리를 함께한다고 공공연히 비난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했고, 어느 날 저녁 외곽 대로 벤치에 둘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구제와의 관계와 올케가 거기서 맛보았을 쾌락을 생각하면, 추녀로서 뻣뻣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가슴에서는 더욱더 울화가 치밀었다. 매일 저녁, 가슴속 절규가 입까지 올라왔다.
<도대체 저 병신에게 뭐가 있기에 사내들이 사족을 못 쓰는 걸까!, 나, 나 같은 것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러고는 이웃 여자들과 끝없이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 192
동네에서는 사람들이 마침내 그녀에 대해 상당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그처럼 셈이 정확하고 치사하게 굴지 않고 불평하지 않는 단골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상인들이 그녀와 정직하게 거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녀를 믿음으로 대한다는 것이었다. - 229
제르베즈는 <황금 주둥이> 바로 앞에서 애정 어린 미소를 띠고 경쟁을 구경했다. 아휴! 사내들이란 참 어리석기도 하지! 이 두 사내는 내 환심을 사려고 이토록 열심히 볼트를 때리잖아! 아! 잘 알고 있어. 작고 하얀 암탉 앞에서 위세를 떠는 크고 붉은 두 마리 수탉처럼, 두 사내는 나를 차지하려고 쇠망치 대결을 하고 있는 거야. - 242
층계참에서 두 여자는 마침내 통성명을 했다.
<쿠포 부인>
<푸아송 부인>
그때부터 그들은 서로를 푸아송 부인이니 쿠포 부인이니 하며 거창하게 불러 댔는데, 그것은 예전에는 떳떳치 못한 처지에서 서로 알게 됐지만 이제는 어엿한 주부가 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 253
<말도 안 돼!> 퓌투아 부인이 말했다. <산파에게 낙태를 맡기다니 정신 나갔구먼. 불구가 되려면 그렇게 해야겠지...잘 아아 둬요, 기막힌 방법이 있으니까. 밤마다 엄지손가락으로 배 위에 성호를 세 번 그으면서 성수를 마시면 돼요. 그러면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잠이 든 줄 알았던 코포 할멈이 머리를 자로저으며 반박했다. 내가 틀림없는 방법을 알고 있어. 한 시간마다 삶은 달걀을 하나씩 먹고, 허리에 시금치 이파리를 몇 개 붙여 두면 돼. 다른 네 여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들었다. - 261
제르베즈는 하얗게 질린 채 한마디 말도 없이 그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닮은 가느다란 주름이 잡혀 있었다. 7년 전부터 그녀는 랑티에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귓가에 울리는 랑티에라는 이름이 이토록 뜨겁게 위장을 후벼 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지 않은가, 자기한테 그렇게 모질게 한 돼먹잖은 사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할 리가 없지 않은가. - 264
사실인즉 제르베즈는 가난한 사람들이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을 보면 당장에 안으로 불러들일 정도로 마음씨가 넉넉하고 베풀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특히 같은 건물의 고미다락에서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 가는 일흔 살의 옛 칠장이 노인에게 연민을 느꼈다. - 268
이 공포가 그녀를 사로잡은 뒤부터, 대장간이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가 되었다. 그녀는 거기서 구제의 보호 아래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소를 되찾았다. 구제의 우렁한 망치질 소리가 그녀의 악몽을 멀리 쫓아 주었던 것이다. - 270
그들은 두세 마디밖에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러나 설령 이중으로 밀폐된 방에 있었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만족스럽게 정을 나눌 수는 없었을 것이다. - 271
밖으로 나가서 그녀는 마침 차도를 건너고 있던 브뤼 영감을 불렀다. 몸이 뻣뻣하게 굳고 등이 휜 늙은 노동자는 말없이 들어왔다.
<저기 않으세요, 영감님> 세탁부가 말했다. <우리와 함께 식사해요, 네?> - 297
일행은 밑으로 내려 갔는데, 똑같이 차려입은 폴린이 경비실 문턱에 서 있는 것을 본 나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맑은 눈초리로 상대방을 아래위로 훑어보았고, 짐짝처럼 꾸며 놓은 상대방이 자기보다 맵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주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 455
자물쇠장이는 또 다른 장난을 생각해 냈다. 그는 동전 몇 개를 난로에 넣어 빨갛게 달군 다음, 그것을 벽난로 위에 놓았다. 그러고는 랄리를 불러 빵 2파운드를 사오라고 했다. 아이는 아무 의심 없이 동전을 집었고, 집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동전을 내던지고 불에 덴 작은 손을 흔들었따.
...
그렇다, 주정뱅이의 머릿속에서 잔인한 생각이 얼마나 많이 떠오를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
그는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베개에 머리를 깊이 묻은 채 침대에서 뒹굴며 마부가 말을 몰 듯 요란하게 채찍을 휘둘러 찰싹찰싹 소리를 냈다. 그런 다음 팔을 휘둘러 랄리의 몸통을 후려치면서 가죽끈으로 아이를 감았다 폈다. 아이가 쓰러졌고, 네 발로 기어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다시 채찍이 날아들었고, 아이의 몸통을 감아 일으켰다.
<이랴! 이랴!> 그가 소리를 질렀다. - 472, 474
아버지가 뺨을 때리면, 나나는 왜 이 늙다리 폐인을 병원에 두지 않았느냐고 사납게 대들었다. 빨리 돈을 벌고 싶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증류주를 잔뜩 사주고 싶다, 하루라도 더 빨리 죽게 말이다 하고 나나는 지껄였다. - 484
아버지의 천박한 비난에 시달리고 저지르지도 않은 악행 때문에 매를 맞았던 나나는 구석에 몰린 짐승처럼 사나움을 감춘 채 교활한 순종의 태도를 보였다. -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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