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반 동안 많은 사람과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 그 한 이야기 속에
고통과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얼굴을 맞아 터진 사람 속에서도
멀쩡한 겉모습을 가진 사람 속에서도
고통과 상처는 켜켜이 눅눅하게 삭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릅니다
어제의 그 일 때문이라는 것도 어렴풋 하지요
죽은 그 시간이 살아 있는 시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고통 속의 사람, 상처의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서로에게 손내밀며
위로하고 격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느낍니다
소중히 여기고 따스히 바라보며 차근히 이해하는 마음을 느끼며
인간이 인간을 통해 다시 믿음이란 것을 회복하고
인간이 인간을 통해 소중한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온전히 편안하고 안정된 사람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한없이 누군가를 격려하고 도와주고 귀기울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람이 할퀸 상처를 지닌채 다른 이의 상처에 입술을 갖다 대지요
그냥 그만큼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겁니다
신도 성자도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일거에요
그리고 때로는 그만큼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길을 여는 희망의 빛이 될 거구요
누군가의 고통과 상처를 본다는 것은 큰 숨을 쉬게 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험입니다
적당히 가리고 적당히 꾸며진 것이라면 덜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 자신이 겪고 있을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가 그렇지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는 것이 큰 숨 쉴 일이고 답답한 일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할 때도 자꾸 이런 저런 장면이 무겁게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영화를 통해 이해를 받는 것 같기도 한 그런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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