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바보 리어>를 봤습니다.
글로 읽었던 <리어왕>을 연극으로 보니 참 좋았습니다
2차원의 글이 3차원의 이야기로 색깔까지 입혀졌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공연이 끝나고 화장실에 가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좀 덜 어리석어지려고 남은 세월을 살고
누구는
여전히 그대로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 남은 세월을 사는 것은 아닐까
왕도 신하도
부자도 가난뱅이도
껍데기 벗어버리고 나면 모두 매한가지이고
죽음에서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그 단순하고 너무나 명백한 것은 쉽게 잊으면서
힘들고 복잡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한 어떤 것을 쫓으면 사는 우리들이 불쌍하게도 여겨지네요
리어왕이 죽기 직전에야 오랫동안 걸치고 있던 껍데기를 벗어버립니다
그제서야 라고 해야 할지 그때라도 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원작에
좋은 연극이었습니다
하늘이 어둡게 내려 앉은만큼
묵직한 뭔가가 마음에 자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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