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리어왕 같은 높은 지위도 대단한 명예도 없지만...
그가 저질렀던 어리석음은 비슷하게 지닌 것 같습니다
참으로 저를 소중히 여기고 저를 위하는 그 말은 왜 듣지 않았던지.
진심으로 저를 아껴서 보듬어주려는 그 마음은 왜 느끼지 못했던지.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마냥 지나가버린 일이 되었지요.
제가 리어왕의 딸들이나 에드먼드와 같이 큰 재산과 대단한 권력을 추구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저질렀던 어리석음은 비슷하게 지닌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게 뭐라고...
내가 무얼하고 있는지 알고 그랬을까 싶을만큼...
헛된 것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싸움질에 나서고
실체가 무엇인지 모를 것을 쫓아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기도 했지요
셰익스피어......
감사합니다. 꾸벅!
셰익스피어, <리어 왕>, 동서문화사, 2016
리어 왕 : 대체 너희들 중 누가 제일 이 아비를 사랑하고 있는지 말해 봐라. 나에 대한 사랑과 효성이 제일 큰 딸에게 나는 제일 큰 몫을 주겠다.
거너릴 :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제 눈에 보이는 기쁨보다도, 무한한 공간보다도, 자유보다도, 값지고 희귀한 그 무엇보다도, 생명보다도, 사랑과 미와 건강과 명예가 구비된 생명보다도 소중한 분으로서 아버님을 모시겠습니다. - 246
코델리아 : 아버님, 아버님은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그리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 은혜의 보답으로 저는 당연히 할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아버님께 복종하고, 아버님을 사랑하며 그 누구보다도 공경합니다. 언니들은 오직 아버님만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왜 시집을 갔을까요? 아마 저는 결혼한다면, 저의 맹세를 받아줄 남편을 위해 저의 애정과 심로와 의무의 절반을 바치게 될 것입니다. 언니들처럼 오직 아버님만을 사랑하려면 저는 결혼 같은 건 하지 않겠어요.
...
리어 왕 : 어린 나이로 어찌 그렇게 냉정할 수가?
코델리아 :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정직한 것입니다.
리어 왕 : 좋다. 그러면 그 정직을 네 지참금으로 삼아라! 성스러운 태양의 빛을 두고, 지옥의 마귀 헤카테의 비법과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별들의 작용을 두고 맹세하지만, 나는 아비로서의 애정도 한 핏줄이라는 것도 모두 부정하고, 이제부터 너를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남남으로 생각하겠다.
...
켄트 : ... 왜 이러십니까? 국왕이 아부에 굴복할 때 충신이 간언하기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임금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면, 명예를 존중하는 신하라면 진언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제 판단이 틀렸다면 목숨을 내놓겠습니다만, 막내따님은 절대로 효심이 뒤떨어지는 jt이 아닙니다. 또한 목소리가 낮아 쩡쩡울려 대지 않는다고 해서 진심이 비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리어 왕 : 목숨이 아깝거든 아무 말도 마라, 켄트!
...
켄트 : 눈을 뜨시고 잘 보십시오. - 248
코델리아 : (리어 왕에게) 폐하께 부탁드립니다...제가 마음에 없는 말을 술술 잘 꺼내지 못하는 것이 흠일지 모르지만, 저는 마음에 생각한 것은 반드시 실행을 합니다...제가 아버님의 총애를 상실할 것은 결코 악덕의 오명, 살인 또는 망측한 과오 때문이거나 음탕한 짓, 혹은 불명예스러운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남의 안색을 살피는 눈이나 아첨하는 혓바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이 없어서 아버님의 역정을 샀을지라도 그런 것은 없는 편이 오히려 인간으로서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
프랑스 왕 :...사랑이 본질과 떠나 타산적이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결혼을 하시겠습니까? 공주님의 지참금은 오직 훌륭한 인품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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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 : 아름다운 코델리아 공주, 당신은 가진 것이 없어도 가장 부유하고, 버림받았어도 가장 소중하며, 멸시를 받았어도 가장 사랑스러운 분입니다...참 이상하게도 주위 사람들은 몹시 멸시하는데, 오히려 나의 마음은 불이 붙어 사랑이 화염같이 갑자가 더 일어나다니! - 252
에드먼드 : 무엇 때문에 빌어먹을 습관에 복종하고, 쓸데없는 소리에 구속되어 재산 상속권을 박탈당해야 한담?...왜 사생아란 말인가? 무엇이 첩의 자식이란 건가? 나 역시 육체는 균형이 잡혀 있고, 마음은 우아하고, 체격도 근사하다. 어디가 정실의 자식보다 빠지는가? 왜 우리에게 서자라는 낙인을 찍는가? 왜 첩의 자식이란 말인가? 어째서 비천하지? 뭣이 비천하단 말이냐?...그러니 적자인 에드거형, 형의 영토는 내가 차지해야겠어
...
자, 적자 형님, 만일 이 편지대로 일이 성공만 하면, 서자인 에드먼드가 적자를 누르게 되지. 나는 앞으로 성공하고 출세한다. 아, 여러 신들이여, 서자들 편을 들어 주옵소서! - 255
글로스터 : 최근에 나타난 일식과 월식은 불길한 징조다. 학자들은 자연의 법칙에 비춰서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붙이지만, 그런 변고 때문에 인간계(人間界)는 확실히 재앙을 받게 마련이거든, 애정은 식고, 우의는 깨지고, 형제는 서로 미워하고 있다.
...
에드먼드 : 참 우습구나. 운수가 나빠지면 자신의 어리석은 소행은 생각지 않고 재앙의 원인을 태양이나 달이나 별의 탓으로 돌리거든. 이건 마치 인간은 필연적으로 악한이 되고, 우린 마치 하늘의 뜻으로 바보가 되고, 별의 세력으로 악당이나 도둑이나 모반자가 되고, 별의 영향으로 주정꾼이나 거짓말쟁이나 간부(姦夫)가 되는 셈이 된다. 이건 호색한에게는 그럴싸한 책임 회피책이지. 음탕한 기질은 병 때문이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 258
리어 왕 : 이렇게 밀어닥치는 폭풍우에 흠뻑 젖은 것이 너에게는 대단한 일로 생각되는가 보군. 네게는 그럴 테지. 하지만 사람이란 큰 병을 앓고 있으면 작은 병은 느껴지지 않는 법이지. 곰을 보면 누구든지 도망치지만, 앞에 파도치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으면 으르렁대고 있는 곰에게 대적할 것이다. 마음에 고민이 없을 때는 육체의 고통이 예민하게 느껴지지. 내 가슴속에는 폭풍우가 일고 있기 때문에 육체는 아무 감각도 없다! - 306
리어 왕 : 헐벗고 불쌍한 가난뱅이들아, 지금 너희들이 어디 있든 간에 이런 무자비한 폭풍우에 시달리며, 머리를 넣을 집도 없이, 굶주린 배를 안고, 구멍 난 누더기를 걸치고 어떻게 험한 날씨를 감당하느냐? 아, 나는 이제까지 너무도 무심했다. 영화를 누리고 있는 자들이여, 이걸 약으로 삼아라. 폭우에 시달려 보고 가난뱅이들의 처지를 경험해 봐라. 그러면 너희들도 남는 것을 그들에게 나눠 주고, 하늘의 정의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 306
리어 왕 :...하! 여기 세 사람은 타락한 가짜들인데, 너만이 진짜다. 옷을 벗으면 인간은 너같이 불쌍하고 벌거벗은 짐승에 불과해! 벗어라. 버리자, 빌어 입은 이런 것들은! 이 단추를 좀 빼라. (리어 왕, 옷을 벗으려고 몸부림친다) - 308
에드거 : 지체 높은 어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니, 나의 불행 따위는 원망할 수도 없는 것 같구나. 남들이 안락하게 지낼 때, 자기 혼자만 고통을 받는 것이 제일 고통스럽지. 허나 슬픔에도 동료가 있고 고통에도 친구가 생기면 마음의 고통도 한결 수월해지지. 지금은 내 고통도 가벼워져서 견디기 쉽게 된 것 같구나. 나를 굽히게 하는 것이 국왕의 고개도 수그리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왕은 딸들 때문에! 나는 아버지 때문에! - 316
글로스터 : 얘, 이 돈주머니를 받아라. 너는 하늘의 재앙을 달갑게 여기고 모든 불운을 잘 참아 견디고 있구나. 예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내가 불행해지고 보니 그만큼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졌구나. 하늘이시여, 언제나 그렇게 공평하게 처리해 주십시오! 한껏 쓰고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고 게다가 포식을 하고, 신의 뜻을 자기의 노예인 양 생각하고, 자기가 느끼지 않는다 하여 남의 가난을 돌보지 않는 자에게는 당장에 당신의 위력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분배는 과잉이 없이 골고루 돌아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모두가 풍족하게 될 것이니까요. - 324
글로스터 : 너는 누구냐?
에드거 :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운명의 매질에 갖가지 뼈아픈 슬픔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남의 불행에도 동정을 잘 합니다. 손을 주십시오. 쉬실 곳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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