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분유 맛없어?”
“맛있어”
“근데 왜 안 먹어?”
“치사해서”
...
할머니가 혼내는 게 단순히 김지영 씨가 더 이상 분유 먹을 나이가 아니라거나 동생 먹을 게 부족해진다거나 하는 이유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억양과 눈빛, 고개의 각도와 어깨의 높이, 내쉬고 들이쉬는 숨까지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표현하자면, ‘감히’ 귀한 내 손자 것에 욕심을 내? 하는 느낌이었다. 남동생과 남동생의 몫은 소중하고 귀해서 아무나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고, 김지영씨는 그 ‘아무’보다도 못한 존재인 듯했다. - 24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2018, 민음사
저는 남자이고 제게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떨어져 산지 오래되어서 요즘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제 동생은 김지영과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살았을 테고
게다가 저는 동생보다 나이도 많았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싶어요
제 동생이 75년생이니까 김지영과도 얼추 비슷하네요
당연한듯 받아들이다가도 순간순간 화가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화를 내 봤자 엄마한테 욕만 먹으니
적당히 체념하며 눈치 보며 살았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체념과 눈치를 쌓으며
화와 답답함을 억누르며 살았던 것은 아닐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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