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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립스카,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19. 7. 16. 16:34

신문에 난 책 소개글을 읽다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원래 제목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The Nueroscientist Who Lost Her Mind



정신과 뇌의 관계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의사나 상담사가 치켜 본 환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뇌에 암이 퍼져서 감정도 생각도 행동도 달라진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들려줬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글쓴이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할 겁니다


"우리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내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말이야!"라고 한다면

굳이 정신병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다만 우리의 삶을 쭉 되돌아보면 특별히 '병'이라고 하지 않아도

애기 때부터 지금까지 감정이나 생각이 많이 변화해 왔지요

그게 어쩌면 우리 뇌의 변화가 겉으로 드러난 것일지도 모르구요.



유독 다른 사람에게 난폭하게 굴고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요

아니면 말도 안되는 이상한 환상이나 피해 망상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요

어쩌면 그 분들의 뇌에 어떤 이상이 있는 건지도 모르구요


뇌에 이상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거나

뇌에 이상이 있으니 정신 나간 미친 **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의 원인이 뇌에 있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눈이 아파 안과에서 치료를 받듯이

이상하다 싶은 감정이나 행동이 자꾸 나타나면 뇌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하고

상담과 치료를 받고 회복을 위해 노력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겁니다




뇌와 정신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에 마음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싶구요. 


이런 과정을 겪는 것 자체가 본인이게는 엄청 힘들었을 거고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남들 앞에 드러내 놓고 한다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에게 감사드리며 그 분의 건강한 삶을 응원합니다. ^^





바버라 립스카,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 심심, 2019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화학적 과정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은 여전히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검사를 하기보다는 행동을 관찰하믕로써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암이나 심장병과 달리 정신질환에는 발병 여부를 구별하게 해주는 객관적 척도가 없다. 그러니까 영상 스캔을 보거나 실험실의 검사 결과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가 없다는 말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살피면 뇌의 구조나 기능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혈액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환자 개개인을 진단할 수는 없다. - 19

 

정신장애는 본질적으로 생리학적인 문제다. 관상동맥 질환이 심장의 병이든 정신질환은 뇌의 병이라는 말이다. - 25

 

미레크의 차분한 존재감은 언제나 나를 진정시킨다. 미레크는 생후 18개월에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아직도 걸을 때는 눈에 띄게 다리를 절지만...,그래도 그는 두 팔과 주로 쓰는 달에 강한 근육을 붙인 훌륭한 사이클리스트다. 언제나 변함없이 친절하고 다정하며 적당한 유머 감각을 지닌 지적인 남자, 늘 시끄럽게 웃음을 터뜨리고 내 의견을 고집하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내가 원하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든든하게 지지하는 나의 미레크. - 71

 

8시가 조금 지났을 때 그 허술한 커튼을 열고 비테크와 샤이엔이 나타난다. 몬태나 여행을 취소하고 피츠버그에서 차로 달려온 것이다. , 이 아이들을 보니 너무나 기쁘다! 두렵고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들이 온 것은 내게 커다란 기쁨이다.

...

미레크와 나는 아이들 모두와 함께 있는 것이, 그들의 체취를 맡고 얼굴을 만지고 볼에 입을 맞출 수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응급실의 무시무시한 소음에 둘러싸여 있지만, 우리는 내 가족과 나는 이 시련 속에서 함께 있다. - 80

 

카시아와 제이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자 내 손자들인 루시언과 서배스천을 보면 더더욱 그렇고.

 

이 어린아이들의 모든 것이 나를 미칠 듯이 행복하게 만든다. 나는 아이들의 머리카락과 살갗에서 나는 냄새에 도취되고 압도된다. 아이들의 미소 짓는 얼굴을, 울퉁불퉁하고 유난히 큰 우스꽝스러운 치아를, 땀어 절어 헝클어진 머리칼을, 그 작은 몸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나는 사랑한다. 손자들을 마나 함께 놀고, 책을 읽어주고, 학교까지 걸어서 데려다주는 것보다 내가 더 사랑하는 일은 없다. 아이들의 삶에서 너무 빨리 지나가버릴 유년기의 모든 순간을 나는 소중히 간직하려 애쓴다. - 87

 

내 전두엽이 공격을 받는 중이고, 그 일이 내 성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눈치챘다면 아마도 나는 19세기 중반 끔찍한 부상을 입은 피니어스 게이지의 유명한 사례와 내 사례 사이에서 몇 가지 유사한 점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성격의 토대를 형성하는 감정들은 과거에 짐착했던 것처럼 단 하나의 영역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에 걸친 복잡한 네트워크에 분포해 있으며, 아직 우리는 그 네트워크를 완전하게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전두엽이 성격이 표현되는 방식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은 성격이 상당히 많이 변한다.

...

뇌의 부기 때문에 병에 담긴 젤리처럼 짓눌리고 제자리에서 밀려난 내 전두피질은 내게 행동하기 전에 멈추어 생각하라고 말해주는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 153

 

아직 자기 통제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나 미묘한 사회적 상황을 헤쳐 나가는 요령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의 뇌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긴 했어도 단지 더위 때문에, 여행의 고됨 때문에, 손자들과 생활하면서 겪는 소음과 신체 활동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라고 여겼다. - 156

 

사무실에 있자니 직원들의 작은 단점들이 대단히 짜증스럽게 여겨진다. 평소라면 사소한 일은 그냥 넘겨버리겠지만 이제 나는 수시로 그들을 비판하기 시작한다.

...

짜증이 차오른다.

왜 이런 곳엘 왔지? 정말 말도 안 돼나는 투덜댄다....환자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난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할 수 있지?

...

아이가 우는 동안 나의 미움은 점점 커진다...나는 저 조그만 아이가 몹시 밉다. 아이의 아빠도 밉다. 이 장소도 밉다. - 159~162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에는 부인이나 대처 기제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보다는 그 병 자체가 발현되는 양상에 가깝다. 조현병 환자의 약50퍼센트와 양극성장애 환자의 약40퍼센트는 스스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진단을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환각이나 망상을 경험해도 그것을 자기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보지 않는다. 환청을 듣거나 자기 자신을 신이라고 믿는 가장 극적인 증상인 경우에도 환각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한다. - 173

 

나의 뇌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이의 공백을 음모론으로 채웠다. 가족과 직장 동료를 점점 더 의심하게 되었고 아주 단순한 과제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의 성과에 점점 더 큰 불만을 품었다. 나는 사람들이 특히 내 가족이 나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했다.

...

때로는 편집증 수준까지 치닫기도 하는 의심의 감정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거나 간병인이 자기 물건을 훔친다고, 혹은 자신을 해치려 한다거나 심지어 죽이려 한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 174

 

나의 또 다른 뚜렷한 특징이었던 감정이입 능력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감을 점점 잃어갔고, 늘 배려해주는 남편과 특히 더 그랬다.

 

왜 어떤 사람들은 감정이입 능력이 뛰어난 반면, 어떤 사람들은 지독하게 이기적인 것일까?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에 대해 그런 것처럼 이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

일부 과학자들은 특정 뇌 영역이 다른 영역에 비해 감정입에 더 깊이 관연하다고 보는데, 전두피질과 측두엽, 그리고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 뇌 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피질 영역인 섬엽이 바로 그런 부위다. 이러한 견해가 사실이라면, 전두측두 치매라 불리는 치매의 한 유형에서 감정이입 능력 상실이 핵심적 증상인 이유가 설명된다. - 176

 

다양한 종류의 부상을 입고 공격을 당한 후에도 스스로 치유하는 뇌의 놀라운 능력. 과학자들과 의사들도 놀라는 현상이다.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환자도 때로는 거의 완전하게 회복한다. 훌륭한 의술과 치료가 뇌 손상으로부터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치유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 302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나는 살아가는 일을 훨씬 더 깊이 의식하게 되었다. 나날의 평범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으려 그 어느 때보다 더 노력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볼 때, 마당의 관목에서 떨어진 꽃잎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을 정말 아름답구나. 이미 죽어 있었을지도 모를 이 순간에 이렇게 살아 있다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 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