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삶.사랑.평화

음악과 위로

순돌이 아빠^.^ 2020. 3. 4. 22:21

나는 이모 렌을 몹시 좋아했다. 어렸을 때 전쟁으로 런던이 소개되자 이모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이모가 아니었다면 내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런 이모가 죽고 나서 갑자기 내 삶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런데도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 놓고 슬퍼하지 못했다. 기계적으로 일을 하면서 일상을 이어갔지만 내 마음은 어떤 즐거움에도 반응하지 못하는 무쾌감증 상태가 되었다. 물론 슬픔에도 마찬가지로 무덤덤했다.

...

마지막 곡은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으로, 역시 내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작곡가 얀 디스마스 젤렌카 jan dismas zelenka의 <예레미아의 애가the lamentations of jeremiah라는 작품이었다...곡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몇 주 동안 얼어붙었던 내 감정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젤렌카의 <예레미아의 애가>가 마음의 둑을 무너뜨리고 내 안에 막혀 있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준 것이다. - 448


실제로 음악에는 우리 자신이 죽음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상황에 말을 건네 위로할 수 있는 독특한 힘이 있다. - 453


- 올리버 색스, <뮤지코필리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알마,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