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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 <뮤지코필리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20. 3. 4. 22:41

음악도 좋아하고 뇌에도 관심이 있어서 읽었습니다. 

뇌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관심 있다는 거구요.


표지 사진부터 멋지요?

내용은 더 멋집니다. ^^


음악을 통해 뇌를 이해하고

뇌를 통해 음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왜 음악이란 걸 이토록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베토벤을 좋아하고 BTS를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진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제가 아는 건 저를 포함해 어마 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어마 어마하게 음악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내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인간의 삶에서 음악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면 어떨까요?

더이상 음악을 들을수도 연주할 수도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



그러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마 어마하게 좋아하는 음악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귀를 통해 들어오고 뇌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도대체 우리 뇌 안에서는 음악이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 걸까요?

인간이 음악을 좋아하는데는 어떤 잇점이 있는 걸까요?



멋지고

매력적인 책입니다.


감사 감사 또 감사 ^.^



올리버 색스, <뮤지코필리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알마, 2019



1970년대에 데이비드 베어는 이 같은 감각계와 변연계 사이의 긴밀한 연결이, 측두엽 간질을 앓는 사람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예술적, 성적, 종교적 감정의 기초일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33


치코리아는 번개를 맞았을 당시에 근사체험과 체외유리out-of-body를 경험했다. 보통 이런 체엄을 설명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설명이나 신비주의 이론이 가동되지만, 사실 이 문제는 100년이 넘는 동안 신경학 연구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한 체험은 대체로 정형화된 형식을 따른다. 즉 자신이 몸속이 아니라 밖에 나와 있고, 보통 2미터50센티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자신을 내려다본다(신경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자기상 환시autoscopy'라고 부른다).

...

체외유리 경험은 두려움이나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고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고립된 느낌도 주는데, 대부분은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 극히 생생한 '현실'처럼 경험된다고 한다. 근사체험과 측두엽 발작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보고 되었다. 체외유리 경험을 할 때 겪는 독특한 시공간감각과 평형감각이 모두 대뇌피질의 기능 손상, 특히 측두엽과 두정엽이 맞닿는 부위의 손상과 관련된다는 증거가 있다. - 34


대부분의 발작이 과거와 관련되었는데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다고 한다. "미래를 본 적이 있어요. 나는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내 할머니가 천국의 문을 열고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자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

MRI결과 왼쪽 측두엽에 해부학적 이상과 전기적 이상이 발견되었다(십 대 때 입었던 머리 부상 때문으로 추정된다). 거의 쉼 없이 계속되는 발작은 이 부위와 관련된 것으로 진단되었고, 그래서 2003년 초에 치료를 위해 측두엽 부분 절제수술을 받았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던 발작이 수술로 인해 대부분 사라진 것은 물론 나폴리 민요에 과민하게 반응하던 습성도 사라졌다. 

...

물론 그녀도 이런 결과에 만족한다. 그러나 가끔은 '천국의 문'처럼 예전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떤 새로운 곳으로 자신을 데려갔던 발작 경험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고 했다. - 57


점화, 타오름, 자동적인 반복, 이런 환청의 특징은 간질의 특징과 유사하다(비슷한 생리적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편두통과 투렛 증후군이 있다). 이런 증세를 보면 뇌의 음악 네트워크에 탈억제된 전기적 흥분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 가탇. 그러므로 가바펜틴(원래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같은 약물이 음악 환청에도 종종 효과를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의사들은 간질뿐만 아니라 편투통, 환각, 틱, 악몽, 조병, 기타 온갖 종류의 흥분을 지칭하기 위해 '뇌폭풍(brainstorm)'이라는 생생한 용어를 사용했다. - 125


감각기관에서 뇌로 이어지는 구심성afferent 연결뿐만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는 '역방향retro' 연결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했다...코노르스키는 바로 그 역방향 연결이 환각 유도에 필수적인 해부학적, 생리적 수단이 된다고 보았다. - 130

2000년에 티머시 그리피스....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음악 환청이 일어나는 순간 평소 실제 음악을 들을 때 활성화되는 것과 똑같은 신경 네트워크가 폭넓게 가동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131


환청에 대해 개인이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코노르스키의 모형이나 이나스의 설명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단편적인 음악 패턴은 기저핵에서 어떠한 정서적 색채나 연상도 없는 '날것 그대로의' 음악으로, 즉 의미 없는 음악으로 방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 단편이 의식과 자아의 밑바탕을 이루는 시상 피질계로 들어가면 의미와 감정과 연상을 얻어 정교해진다. 그 같은 단편이 의식에 도달할 즈음이면 이미 의미와 감정이 단편에 부착된 다음이다. - 136


우리는 자신의 감각을 당연하게 여긴다. 시각적 세계를 예로들자면 깊이와 색깔, 움직임, 형태, 의미가 서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우리에게 주어진다고 느낀다. 시지각이 통합되어 있는듯 보이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요소가 한데 모여 단일한 시각적 장면을 구성하며 지각할 때 이 요소를 별도로 분석해서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 수반된다는 생각을 선뜻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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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지각하는 일은 자체적인 신경 기초를 따라 이루어지면, 깊이나 움직임, 형태 등의 지각도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이루어진다. - 159


언젠가 프랑스의 신경학자 프랑수아 레르미트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가 말하길 자신은 음악을 들으면 그 곡이 프랑스 국가인지 아닌지만 알 수 있다고 했다. 선율을 구분하는 능력이 그 수준에서 딱 멈춰버린 것이다. - 165


대개의 경우 선율을 듣지 못하는 것은 음높이 판별력이 떨어지고 음악 소리가 왜곡되어 지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율을 구성하는 음을 완벽하게 듣고 판별하는데도 선율 인식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고차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곡조 음치' 또는 '선율 감각 장애(amelodia)'는 개별 단어는무리없이 인식하는데 문장 구조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와 비슷하다. 이런 사람들은 음의 연속은 듣지만 이를 자의적인 배열로, 즉 논리도 목적도 없고, 따라서 음악적 의미를 생성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듣는다. - 177


칼린 프란츠라는 독자도 비슷한 사연을 편지로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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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감정이 서로 어떻게 연결된다는 건지 저로서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음악을 들으면 다른 뭔가가 느껴진다는 것을 한 번도 실감해본 적이 없거든요. - 178


고트프리트 슐라우크와 동료들은 1995년 발표한 논문에 절대음감을 소유한 음악가의 경우...말소리와 음악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구조인 양쪽 측두평면의 크기가 과장되게 비대칭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 202


대니얼 레비틴에 따르면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실로 여러 속속성 또는 '차원'을 지각한다" 이 가운데에는 음조, 음높이, 음색, 음량, 템포, 리듬, 윤곽(선율이 오르내리는 전체적인 모양)이 포함된다. 실음악증이라고 하면 이런 속성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의 지각이 손상되는 것 - 224


지각은 현재에만 국한되는 경험이 결코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끌어와야 하며 이것이 바로 제럴드 M. 에들먼이 '기억된 현재'에 대해 논의한 이유다. 우리 모두는 사물이 고거에 어떻게 보였고 들렸는지 세세히 기억하고 있으며, 이런 기억들이 새것을 지각할 때 소환되고 혼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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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각의 행위는 어느 정도는 창조의 행위며, 모든 기억의 행위는 어느 정도는 상상의 행위다" 에들먼의 말이다. - 229


마틴은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지만 세 살 때 수막염을 앓아 팔다리와 목소리에 발작과 경련성 마비가 왔다. 수막염은 그의 지능과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충동적이고 '이상하게' 변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와 더불어 그에게는 흥미로운 능력이 생겨났다. 그는 음악에 매료되었고, 찬찬히 음악을 듣고는 자신이 들은 선율을 노래하거나 피아노로 연주했다. - 235


기억상실증은 새로운 기억을 보존하는 능력만 망가뜨린 게 아니라 이전의 기억도 거의 모두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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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버러만은 문제없이 알아보았다...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면 문으로 달려갔고, 필사적인 열정으로 그녀를 포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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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왜 데버러는 항상 알아볼 수 있는 것일까? 분명 기억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정서적 기억이야말로 가장 심층적인 기억이다. - 306


이런 정서적 기억은 때로는 평생의 행동을 결정하기도 한다. - 308


음악에 치료의 힘이 있다는 것은 수천 년 전부터 알려져왔지만 공식적인 음악 치료의 개념이 생겨난 것은 1940년대 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머리에 부상을 입거나 전투신경증(battle fatigue :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탄환 충격shell shock이라 불렀으면 오늘날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분류한다)을 입고 돌아온 수많은 부상병들이 음악에 보인 반응을 보고 음악 치료의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물론 심지어 일부 생리적 반응(맥박수나 혈압 등)까지도 좋아졌다. 그러자 많은 보훈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음악가를 초청해서 환자를 위해 연주회를 열어주기 시작했고, 음악가들은 다친 사람들로 가득한 끔찍한 병동에 음악을 전해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해했다. - 380


뇌염후 증후군 환자 프랜시스 D에게 음악은 그 어떤 약물만큼이나 효과적이었다. 인간 시한폭탄처럼 몸을 납작하게 굽히고 경련이나 틱 증상, 재잘거림을 보이다가도 음악을 틀어주면 폭발적이고 폐쇄적인 현상은 모두 사라지고 더없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동작을 보였다. 자신의 자동 운동에서 갑자기 해방된 것처럼 웃으며 음악을 '지휘'하거나 춤을 추는 듯했다. - 383


음악은 실로 모든 차원에서 그들을 깨웠다. 무기력하게 있는 그들을 정신 차리게 했고, 얼어붙어 있는 그들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무엇보다 음악이 없었다면 그들이 결코 얻지 못했을 생생한 감정과 기억, 환상 그리고 정체성을 그들에게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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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음악이다. 엄격하면서도 넉넉한 울림이 있고 굽이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만이 그들로부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 393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것은 물론 처음에는 대단한 상실이자 운신의 폭이 좁은 제약이었다. 하지만 플라이셔는 점차 자신이 이제까지 멋지긴 하지만 일방향적인 경로를 따라 '자동인형처럼'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연주회장에서 연주하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음반을 만듭니다...언젠가 무대 위에서 심장 발작으로 죽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살겠죠"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상실이 '성장의 경험'을 안겨주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손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것을요...지난 30~40년을 지내며 깨달은 것은 손이 몇 개인지 손가락이 몇 개인지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음악이라는 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악기편성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거승ㄴ 실체와 내용이죠"


하지만 그는 한순간도 자신이 한 손만 쓸 수 있게 된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갑자기 내게 닥쳤듯이 홀연히 내게서 떠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30년이 넘도록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손을 시험해보았다. 


롤핑과 보톡스를 병행해서 치료하자 그에게 전기가 만련되었다. 다시 양손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된 그는 1996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40년 만에 처음으로 양손을 사용하여 녹음한 그의 음반 제목은 단순하게도 <양손two hands>이었다. - 414


실제로 심오한 정서의 경험에 관여하는 뇌의 중앙 부분, 특히 편도체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의 경우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있다. (템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데 실패한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감정이 밋밋했다. 언젠가 함께 차를 타고 산악 지방을 달릴 때였다. 내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소리를 지르자 템플은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산이 예쁘네요. 하지만 특별한 느낌은 없는데요.") - 439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스타이런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른 무엇도 내 마음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을 때 음악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이모 렌을 몹시 좋아했다. 어렸을 때 전쟁으로 런던이 소개되자 이모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이모가 아니었다면 내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런 이모가 죽고 나서 갑자기 내 삶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런데도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 놓고 슬퍼하지 못했다. 기계적으로 일을 하면서 일상을 이어갔지만 내 마음은 어떤 즐거움에도 반응하지 못하는 무쾌감증 상태가 되었다. 물론 슬픔에도 마찬가지로 무덤덤했다.

...

마지막 곡은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으로, 역시 내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작곡가 얀 디스마스 젤렌카 jan dismas zelenka의 <예레미아의 애가the lamentations of jeremiah라는 작품이었다...곡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몇 주 동안 얼어붙었던 내 감정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젤렌카의 <예레미아의 애가>가 마음의 둑을 무너뜨리고 내 안에 막혀 있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준 것이다. - 448


실제로 음악에는 우리 자신이 죽음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상황에 말을 건네 위로할 수 있는 독특한 힘이 있다. -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