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 눈앞에 보이는 살아 있는 동생의 절망스러운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톰슨 씨의 내적인 현실성에 다른 어떤 것보다 중대하고도 결정적인 상실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것은 현실감의 상실, 감정과 의미 그리고 영혼의 상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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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는 말하자면 '미아'와 같은 상태였다. 따라서 정서의 세계에 몰두하거나 그것과 순수하게 교류함으로써 잠시나마 구원받을 수 있었다...그에게는 구원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감정과 의미를 되살릴 가능성이 있다. 감정과 의미가 지금은 상실되거나 잊혀졌지만 그는 그것을 애타게 다시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톰슨 씨는 시끄럽고 화려한 언행과 끊임없는 농담으로 현실세계를 대신하고자 했다(만일 세계가 절망감으로 가득 찬다고 해도 그는 그와 같은 절망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끝없는 농담 속에 배어나오는 관계와 현실에 대한 명백한 무관심으로 인해 그는 절대로 구원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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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경우 가장 큰 '실존적인' 비극은 기억에 있지 않았다. 그의 기억이 완전히 황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기억에만 있지 않았다. 그에게는 느낀다는 기본적인 능력이 사라진 것이다...루리야는 이러한 무관심을 '균일화'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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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톰슨 씨의 치료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의 맥락을 다시 연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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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조용한 정원, 인간이 없는 세계에서는 사회적인 요구나 인간적인 요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럴 때 그는 정체성의 혼미 상태에서 벗어나고 흥분상태에서 해방되어 유유자적한 평정을 되찾는다. 정적과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분위기가 주어지고, 나아가 주위가 인간을 제외한 온갖 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에야만 그는 비로소 평온과 충족감을 맛보는 것이다....그는 이 일체감을 통해서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가식이 아닌 진정한 존재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 198-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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