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진보를 진화의 예정된 결과로 보기를 거부한 것은 그의 다른 과격한 생각들 중에서도 가장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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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대부분의 사상가들은 생물학적인 변화를 진보와 동일하게 보았기 때문에 <진화evolution>가 다윈이 말한 <변이를 동반한 상속desccent with modification>을 지칭하는 단어로, 우리의 언어에 정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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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자신의 비진보주의를 표명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따. 생명의 역사의 진보를 주장하는 다른 저자의 책 여백에 <더 고등하거나 더 하등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메모하기도 했다. 또 근본적으로 내재된 발전 과정에 의한 진화론을 제창한 고생물학자 앨피우스 하이어트에게 보내는 서신에는 이렇게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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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진보를 향한 내재적인 경향 같은 것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네. - 190
자연선택은 <국지적으로 변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며 이 시나리오에도 진보 같은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자연선택의 원리로부터 그러한 주장을 끌어낼 수 없다. 털이 난 매머드가 털 없는 코끼로보다 전 우주적으로 더 낫거나 전반적으로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매머드의 <향상>은 전적으로 기후가 추워진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이다(털이 거의 없는 코끼리 조상은 따뜻한 지역에서 여전히 더 유리하다). 자연선택은 눈앞에 있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만을 낳을 수 있다. - 193
자연선택은 지역적인 적응을 강화시킬 뿐이다. 적응 양상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적응도 어디까지나 지역적이고 일반적인 진보나 복잡화 경향의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 194
지구는 아직도 박테리아로 초만원이고 곤충들은 다세포 동물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포유류는 4000여 종 밖에 되지 않으나 곤충은 분류된 것만 100만 종이다). 진보가 정말 그렇게 확실한 사실이라면 우리의 생명을 앗아가는 박테리아와 우리의 피크닉을 망치는 개미 떼와 같은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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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다윈은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올바른 질문을 던졌다. <진보를 통해 이득을 얻은 기생충을 볼 때 진화적으로 '고등'하다는 것은 어떻게 정의됩니까?> - 202
-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2012,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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