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두 가지 말이 떠올랐어요. 도움과 함께.
제임스는 마약 중독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마약을 끊으려고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구요. 거리에서 노래를 하며 돈을 벌기도 하지만 노숙을 하고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먹으며 지내는 생활이 참 힘겨워요.
그런 제임스를 상담사 발이 많이 도와줘요. 발이 보기에는 제임스에게 의지는 있는 데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제임스에게 집을 한 채 구해줘요. 그때부터 제임스의 생활이 많이 바뀌지요. 일단 편하게 자고 먹고 씻을 수 있는 곳이 생겼으니까요.
인간이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는 그리 대단한 게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작은 공간이지만 혼자 편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발의 도움으로 오늘은 어디서 잘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됐어요.
그런 제임스에게 밥이 찾아와요. 밥은 고양이에요. 아마 밥도 제임스처럼 길에서 생활했나봐요. 영화의 원래 제목이 a street cat named bob이니, '길 고양이 밥'쯤 될까요? 길에서 생활하던 밥이 길에서 생활하던 제임스를 찾아온 거지요.
무작정 찾아온 밥에게 제임스를 쉴 수 있도록 해 주고 먹을 것을 줘요. 또 어느날 밥이 상처를 입고 찾아오니까 돌봐 주고 치료해줘요. 그나마 남아 있던 생활비까지 탈탈 털어서.
그렇게 밥과 제임스는 함께 살기 시작해요. 길에서 노래를 해서 돈을 벌면 제임스는 먼저 밥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요. 돈을 벌기가 점점 어려워질 때도 밥의 음식을 먼저 사요. 먹을 게 없어 밥이 배고파하니까 다시 거리에서 노래를 해요.
밥과 함께 노래하는 제임스를 보고 한 분이 그런 말을 해요.
저도 이렇게 생긴 고양이를 키웠어요. 사람보다 나아요...
저는 강아지 순돌이와 함께 살아요. 제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순돌이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어쩌다보니 함께 살게 됐어요. 며칠 있으면 순돌이 만 4살 생일이네요. 그동안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산책하며 보낸 시간만 따져도 어마어마 할 거에요. 순돌이의 몸무게는 2.6kg정도 돼요. 제 마음속 순돌이의 무게는 2.6t이 넘구요.
사람보다 낫다는 말...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해 보신 분들 가운데 공감하시는 분이 많을 거에요. 뭐냐구요? 음...그런 게 있어요. 비밀! ^^
그렇게 꾸역꾸역 생활을 이어가던 제임스에게 큰 위기가 찾아와요. 마약에 이어 치료약도 모두 끊는 과정이 있어요. 이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상담사가 제임스를 걱정하며 누군가 곁에 있는 게 좋지 않냐고 해요. 그러자 제임스를 걱정 말라며 밥이 도와줄 거라고 해요.
그리고 제임스는 혼자 집에서 며칠을 몸부림 치고 소리지르며 괴로움과 혼돈 속에서 보내요. 물론 곁에는 밥이 있었구요. 가만히 곁을 지키는 밥을 통해 제임스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몰라요. 제임스만 알겠지요. 말도 없고 별 다른 행동도 없는 밥이 제임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아무튼 상담사는 제임스를 돕고, 제임스는 밥을 돕고, 밥은 제임스를 도우며 살아요. 도움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빙글벵글 돌면서 서로가 보람도 찾고 새로운 삶의 길도 연 거지요.
이웃집 베티가 그런 말을 해요.
길에서는 두 종류의 사람이 소리 쳐요. 중독자와 그 중독자를 좋아하는 사람.
베티도 제임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용기를 줘요. 하지만 중독자 가까이서 지낸다는 건 불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일이에요. 마음이 끌리고 다가가고 싶지만 온전히 그러기도 어려운...
마약 중독 뿐만은 아닐 거에요. 다른 중독의 문제나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 가까이에 있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거에요. 아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데, 힘들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그런 마음...
함께 한다는 건 그런 그런 복잡한 마음 속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밥이 배가 고파서 울자 답답한 제임스가 버럭 소리를 질러요. 그러고는 곧바로 밥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하지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많지만 아끼는 마음만으로는 어찌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고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한다는 게 때로는 큰 행복이기도 하고 때로는 큰 혼란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우리 사는 게 그렇듯이요.
제임스는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외로움과 두려움에 대해 노래하며 우리를 위로해요.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건 누군가요?
당신 곁에 서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망가진 기타 위에 밥을 앉혀 놓고 사람들에게 말해요.
도전을 멈추지 마세요.
포기하지 말자구요.
제임스와 밥의 앞날을 축복하고 싶어요. 혼란속을 걸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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