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념과 의지
"북어와 여자는 사흘에 한 번은 두들겨 패야 말을 잘 들어."
"저 껌둥이들이나 유대인들과 피가 섞이면 우리 민족의 피가 오염되고 말거야."
"하느님께서 내게 말씀 하섰어. 너는 선택 받은 사람이고, 나에게는 죄 지은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스스로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는 생각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올바른 길을 가고 있고 그래야 세상이 평온해질 거라고 믿을지도 모르지요. 심지어 부정과 악으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아메드가 이네스를 공격하면서 '신은 위대하시다'를 외쳤듯이 말이에요.
신념과 의지에 공격성을 더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직접 옮기면서도 자신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있다고 여기지 않을지도 몰라요. 자신의 의지이고 자신의 행동이면서도 신이나 전통을 내세우면서 책임이나 주체가 나 아닌 다른 누구인 것처럼 할 수도 있구요.
하느님의 뜻이란 게 정말 있을까요? 아니면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는 인간의 마음이 있는 것일까요.
2. 변화
아메드는 얼마전까지 게임에 빠져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슬람에 빠져 있지요. 공통점은 무언가에 빠져 있다는 거에요. 저도 이것저것에 빠져 봐서 무언가에 빠져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무언가에 빠져 있을 때는 다른 생각은 잘 들어오지 않아요. 나와 비슷한 사람의 말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은 별로 듣고 싶지도 않구요. 또 그러니까 무언가에 빠져 있다고 하는 거겠지요.
한번 빠져들면 당장에 거기서 나오기는 쉽지 않아요. 당장 나올 것 같으면 빠지지도 않았을 거구요. ^^
<디 벨레>라는 영화가 있어요. 이 영화를 보면 인간이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 그것도 예전에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간이 될 수도 있는지를 보여줘요.
우리 가운데 누가 자신이 나치와 같은 인간이 될 거라 생각하겠어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고, 누구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우리가 가운데 몇몇은 쉽게 변할 수도 있을 거에요. 아메드가 한달만에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을 벌이듯이 말이에요.
인간이란 생명은 태어날 때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아요. 유전자니 뉴런이니 하는 것들이지요. 인간이 두 팔로 하늘을 날 수 없는 것이나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것이나 이미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것들이겠지요.
그런데 유전자니 뉴런이니 하는 것들도 어떤 것들은 활성화되고 어떤 것들은 비활성화될 수도 있대요. 무엇을 보고 듣는지, 누구를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는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반복하는지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거지요. 갑자기 두 팔을 휘저으며 하늘을 날 수는 없겠지만, 마음의 상태나 행동도 어느만큼은 바뀔 수 있다는 거겠지요.
아메드가 그래요. 이상한 신념과 의지에 빠져 이네스를 공격했지만...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보고 저렇게 사정을 해도 도저히 바뀔 것 같지 않은 아메드도 변해요. 물론 그 변화의 과정이 한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술주정뱅이라고 욕했던 엄마의 간절함, 오랫동안 자신을 돌봐줬던 이네스의 눈물, 몸을 움찔하게 만드는 루이즈의 관심...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아메드를 변화시켰는지도 모르지요.
물론 아메드는 그런 것들 때문에 자신이 바뀌었다고 생각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아메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바뀌었을 수도 있구요. 인간의 많은 행동이나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듯이 말이에요.
다른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이렇게 바뀔 수도 있고 저렇게 바뀔 수도 있는 거겠지요. 그 말은 우리 자신 때문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고 저렇게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 될 거구요.
3. 내 안의 그 무엇
변상욱 기자가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있어요.
여기서 변상욱씨가 이런 말을 해요.
전광훈 목사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목표는 자기의 지위 상승입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은 제게 없어요. 제가 전광훈이란 사람의 오랜 친구도 아니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볼 방법도 없으니까요.
다만, 전광훈이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기의 지위 상승일 가능성은 있겠지요. <소년 아메드>에서 아메드가 천국에 가고 싶어하듯이 말이에요. 지위가 '오른다'고 하듯이 천국도 저 위에 있다고 여겨질 거구요. 오른다는 것, 높아진다는 것을 통해 얻고 싶은 그 무엇이, 그 바램이 전광훈과 아메드의 마음에 강하게 담겨 있는지도 모르구요.
무엇을 얻고 싶어 했던 걸까요
무엇을 얻고 싶어 했기에 다른 사람을 향해 쌍욕을 하고 칼을 들이대는 걸까요
따뜻한 말과 부드러운 행동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어찌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또 아니면 방법을 찾다 찾다 그 길로 들어서게 된 걸까요
4. 큰 울림
별 말 아닌 것 같은데 큰 감동을 주는 말이 있어요. 이 영화도 그래요. 크게 소리치거나 아주 변화무쌍하게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는데 큰 울림이 있어요.
영화를 볼 때는 그냥 영화 속 장면들이니까 바라봤던 것들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하나 하나 떠올려 봤어요. 그러면 정말 아...그랬구나...그래서...싶은 장면들이 많아요.
지난번에 봤던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도 그랬어요.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우리 삶 주변에 있을 법한 그 이야기들 하나 하나에 큰 의미가 담겨 있었거든요.
좋은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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