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엔젤 해즈 폴른>에 보면 민간군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나쁜 놈이 나옵니다. 이 놈은 돈도 돈이지만 전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때의 흥분과 동료애 등을 잊지 못하는 거지요. 죽어가는 순간에도 착한 놈 주인공을 향해 '우리는 사자야'라는 소리를 합니다. 미국 드라마 <24>에 등장했던 소재 하나도 전쟁을 하지 않으려는 대통령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무리들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그들은 그토록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들이 줄어들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을까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기에 한쪽은 전쟁과 폭력을 남용하는 이들이 있고, 한쪽에는 약자들의 자유와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요?
아무튼 이런 것들에 대한 대답을 당장에 찾지는 못해도...어느만큼이라도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싶어 이런 책들을 읽습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아는데 중요한 것이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해이고,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이 뇌라는 생각을 갖고 있구요.
DNA, 신경전달물질, 뉴런, 시냅스, 단백질 등등 제게는 어려운 말들입니다. 하지만...이런 것들을 알아야 뇌에 대해 알게 되고, 뇌에 대해 알게 되어야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알게 되고,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알아야 인간의 행동에 대해 알 것 같아서 그냥 자꾸 읽어 보는 겁니다. 언젠가는 좋은 날 오겠지 하면서... ^^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차근히 하나 하나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구요. 책의 마지막에 글쓴이가 이런 말을 해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뇌 질환의 생물학을 이해하는 것은 각 세대의 학자들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새로운 용어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새로운 휴머니즘(세상에 관한 경험과 서로에 대한 이해를 풍성하게 만드는 생물학적 개성에 관한 지식에 기초한 휴머니즘)으로 나아가게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맨 첫 문단과 맨 마지막 문단이 특히 제 마음에 가까이 다가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여러가지 병이나 증상들로 고통 받는 이들이 줄어들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좀 더 평화로운 삶과 사회를 만들어가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귀한 이야기 많이 들려 주신 글쓴이에게 감사드립니다 ^^
에릭 캔델, <마음의 오류들>, 알에이치코리아, 2020
당신은 아마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한다고 확실할 것이다.
...
당신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각과 행동이 객관적인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어느 정도까지만 옳다. 감각은 행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기는 하지만, 당신의 뇌에 객관적인 현실을 제공하지 않는다. 당신의 뇌에 현실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다.
...
이렇게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현실, 일부는 무의식적이고 일부는 의식적인 현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인도한다. - 29
경이롭기는 해도, 뇌는 신체 기관이다. 뇌는 다른 모든 생물학적 구조처럼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지고 조절된다.
...
우리는 각자 약 21,000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데, 그 가운데 약 절반이 뇌에서 발현된다.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말은 '켜진다'는 말과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유전자가 단백질 합성을 지시하느라 바쁘게 일한다는 뜻이다...단백질은 몸에 있는 모든 세포의 구조, 기능, 그 밖의 생물학적 특징들을 결정한다.
...
우리 각자의 개성을 만드는 변이들이 많지만, 어떤 두 사람을 비교하더라도 인간의 유전적 조건, 즉 유전치는 99퍼센트 이상 동일하다. 둘의 차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생긴 우연한 변이들로 생긴 것이다.
...
어느 유전자 집합이 활성을 띨 것인지는, 세포 내 분자들의 상호작용과 해당 세포와 이웃 세포들 및 생물과 외부 환경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
칼만은 조현병이 없는 사람의 부모 및 형제자매보다 조현병 환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가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어느 한쪽이 자폐증이 있으면, 다른 한쪽도 자폐증에 걸릴 확률이 90퍼센트에 다다른다.
...
반면 양극성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복합 유전병은 여러 유전자들의 상호작용 및 유전자들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좌우된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쪽이 양극성장애에 걸려도 다른 한쪽은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를 그 병이 복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환경 요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틀림없다는 뜻이다. - 40~45
모든 정신 질환은 뇌의 신경 회로를 이루는 일부 뉴런이 지나치게 활성화되거나 아예 활성화되지 않거나,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듯하다. 이런 기능 이상이 뇌를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손상 때문인지, 신경 연결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뇌가 발달할 때 배선이 잘못되었기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정신 질환이 뉴런과 시냅스의 기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기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어떤 심리요법이 효과가 있다면 그 효가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뇌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켰기에 나타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 50, 51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몸에 동일한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신경내분비계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활성화해,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한다.
...
코르티솔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해마와 이마앞겉질에 있는 뉴런들의 시냅스 연결이 파괴된다.
..
주요우울증과 만성 스트레스로 이 영역들에서 시냅스의 연결이 끊기면, 감정이 무뎌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 100-101
연구자들은 모노아민 산화효소가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이 두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해 시냅스에서 제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신경전달무질이 부족해지면, 우울증의 증상들을 겪는다. 과학자들은 시냅스에서 모노아민 전달물질을 제거하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면, 시냅스에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이 더 많아져 우울증의 증상이 완화된다고 추론했다.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를 우울증 치료제로 쓰자는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나중에 연구자들은 이프로니아지드와 이미프라민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시냅스 연결이 손상되는 뇌 영역들인 해마와 이마앞겉질의 시냅스 크기와 수도 증가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 107, 108
케타민을 비롯한 항우울제는 거의 모두 해마와 이마앞겉질의 시냅스가 성장하도록 촉진해, 코르티솔과 글루탐산 때문에 생긴 손상을 복구한다. - 111
이전까지 정신의학자들은 심리요법과 약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심리요법은 마음에 작용하고 약물은 뇌에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지금은 이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따. 치료사와 환자의 상호작용은 뇌에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킨다.
...
나는 학습이 뉴런 사이의 연결에 해부학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이미 연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런 해부학적 변화는 기억의 기초를 이루며, 심리요법도 어쨌거나 학습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 115
치료를 받지 않는 조현병 환자들의 뇌 영상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회백질이 미세하기는 하지만 알아차릴 있을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조현병의 인지 증상들을 야기하는 상실된 회백질은 뇌가 발달하는 동안 가지돌기의 가지치기가 지나지체 많이 이루어진 결과라고 여겨지는데, 그 결과로 뉴런들의 시냅스 연결이 줄어든다. - 134
많은 전형적인 정신병 약은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발견은 도파민의 과다생산이나 너무 많은 도파민 수용체가 조현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개념을 뒷받침했따. 도파민 결핍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일으킨다는 파킨슨병 연구의 개념도 뒷받침한다. - 142
조현병 환자의 경우에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청소년기에 지나치게 활발해지면서, 너무 많은 가지돌기 가시를 제거하는 듯하다. 그 결과 이마앞겉질에서 피라미드 뉴런들의 시냅스 연결이 적어져 충분한 작업 기억을 비롯해 복잡한 인지 기능들에 필요한 튼튼한 신경 회로를 형성하지 못한다. - 149
이마관자엽치매는 사회적 지능, 특히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에 관여하는 이마엽의 아주 작은 영역들에서 시작된다.
...
이마관자엽치매는 흔히 사회적 행동과 도덕적 추론에 심각한 결함을 일으킨다...그 병의 초기 환자 가운데 약 절반이 체포되었거나 체포될 만한 행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이마관자엽치매는 우리가 서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 주는 뇌 영역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이 원래 사랑스럽고 다정했다고 해도, 이 병에 걸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무심해질 수 있따. 또 그들은 중독에 취약해, 과식이나 흡연과 같은 건강하지 못한 습관을 쉽게 들이기도 하고, 지출을 억제 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
이마관자엽치매는 유전적 돌연변이 때문에 단백질이 잘못 접혀서 뇌에 덩어리가 생긴 탓이다. - 191-193
외상에 노출되면, 공포에 반응을 일으키는 편도체와 공포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는 일을 돕는 등족이마앞겉질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외상은 해마를 손상시킨다. 앞서 말했듯이 해마는 사람, 장소, 사물의 기억을 저장하는 데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의 자극에 반응해 기억을 회상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상을 입어 해마가 손상된 PTSD 환자들에게는 몇 가지 주요 증상들이 나타난다. 플래시백flashback, 즉 외상을 일으킨 사건의 기억이 저절로 떠올라 다시 겪기도 한다. 또 원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감각 경험을 회피하며, 정서적으로 무뎌지고 사람들을 꺼리며, 짜증을 잘 내거나 쉽게 흥분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수면장애를 겪기도 한다. 이 장애는 으레 우울증과 약물 남용이 수반되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앞서 보았듯이, 대부분의 정신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그것을 촉발하는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수반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이 상호작용의 완벽한 사례다. 외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이들이 모두 PTSD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100명이 동일한 외상 사건에 노출된다고 할 때, 남성은 약 네 명, 여성은 약10명이 그 장애에 걸릴 것이다(과학자들은 외상 스트레스를 겪은 남성이 PTSD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낮은 이유를 아직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일란성 쌍둥이 연구는 어느 한쪽이 외상 사건을 통해 PTSD에 걸리며, 다른 한쪽도 그 외상에 반응해 PTSD에 걸릴 것이라고 시사한다. 이런 발견은 그 장애에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하나 이상 있다는 점을 암시하며, 이 점이 PTSD가 다른 정신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사례가 그토록 많은 이유도 설명해 줄지 모른다. 공통적으로 관련된 유전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PTSD의 또 한 가지 주된 원인은 유년기 외상이다. 어릴 때 외상을 겪은 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PTSD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환경에 반응해서 일어난 분자의 변화는 유전자의 DNA를 바꾸지는 않지만, 그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271-273
적응적 무의식adaptive unconscious...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를 빠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동안, 적응적 무의식은 우리 마음의 일부가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계속 주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
비록 적응적 무의식이 아주 영리하고 정교한 과정들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아주 빠르게 정보를 분류하지만, 융통성이 없을 수도 있다. 어떤 학파는 이것으로 편견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극에 빨리 반응하지만, 그 경험은 당면한 새로운 상황에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새로운 상황에서는 의식이 개입해 빠른 판단을 수정할 수 있다. "잠깐만. 바르고 부정적인 이번 반응은 잘못된 것일지 몰라.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 357-359
의식적으로 기억을 회상하는 일에 관여하는 해마의 매커니즘들이 무의식적 결정을 인도하고 편향시킬 수 있다는 엘리엇 위머와 다프나 쇼하미의 영상 연구
....
참가자들은 보상이 따라붙은 이미지의 짝이었던 이미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연구진은 해마가 현재 이미지와 짝이었던 원래 이미지의 연합을 재활성화할 수 있으며, 줄무늬체와 협력해 이것을 보상의 기억과 연결지어 참가자의 선택을 편향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
섀들런의 연구 결과는 연합 뉴런이 선택과 관련된 확률을 정확하게 추적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원숭이는 오른쪽 표적이 보상을 준다는 즈거를 더 많이 접할수록, 오른쪽 선택을 선호하는 신경 활성이 증가한다.
...
사고의 빠르고 무의식적인 시스템 1이 살아남은 이유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는 오류를 저지르기 쉬울지라도, 다른 상황에서는 고도로 적응적이기 때문이다. - 362-364
임상 DNA 검사, 즉 개인이 지닌 작은 유전자 차이들을 찾는 검사에 초점을 맞추는 맞춤 의학은 특정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차장내, 징후와 증상이 나타나기 여러 해 전에 식단, 수술, 운동, 약물을 통해 그 병의 진행 경로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예로, 오늘날에는 주로 페닐케톤뇨증처럼 치료 가능한 유전병에 초점을 맞추어 신생아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현병, 우울증, 다발성 경화증의 위험이 높은 아이를 파악해 미래에 일어날 변화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머지않아 가능해지질지도 모른다. - 372
'사랑.평화.함께 살기 > 삶.사랑.평화-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릭 캔델, <기억을 찾아서>를 읽고 (0) | 2020.09.16 |
---|---|
다르덴 , <소년 아메드>를 보고 (0) | 2020.09.13 |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보고 (0) | 2020.07.26 |
우디 앨런,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0) | 2020.07.20 |
안토니오 다마지오, <스피노자의 뇌>를 읽고 (0) | 2020.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