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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캔델, <기억을 찾아서>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20. 9. 16. 18:35

youtu.be/WLIHgHUu55Q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글쓴이의 삶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문학 작품들이 기억에  관한 느낌을 떠오르게 하고

철학자들이 기억이란 것에 의미를 붙려고 한다면

과학은 기억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해요.

수 십 년 전에 내가 겪은 일을 지금 어떻게 다시 떠올릴 수 있냐는 거지요.

 

오늘 라디오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나왔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 애틋하고 야련한 기분이 들면서 무언가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을 거에요.

꼭 서른 살 때의 것이 아니어도 과거 어느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거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에요.

귀로 노래를 들었는데 그게 어떻게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걸까요?

노래가 소리의 파동으로 귀에 들어오면, 감각이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고, 그것이 뉴런들을 자극하고 등등등의 과정이 있을텐데...

 

아무튼 그런 그런 기억, 뇌, 뉴런, 분자, 화학물질, 생물학 등등에 관한 아주 아주 좋은 책이었어요.

감사합니다. ^^ 

에릭 캔델, <기억을 찾아서>, RHK, 2017

정신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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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신의 생물학적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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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과학은 다섯 가지 원리를 토대로 삼는다. 첫째 정신과 뇌는 분리할 수 없다. 뇌는 뛰어난 계산 능력을 가진 복잡한 생물학적 기관으로, 우리의 감각 경험을 구성하고 사고와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을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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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신이란 뇌에 의해 수행되는 작용들의 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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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뇌 속의 정신적 기능 가각은-가장 단순한 반사reflex에서부터 가장 창조적인 언어예술, 음악, 미술까지- 뇌의 여러 영역에 있는 특수화된 신경 회로에 의해 수행된다.
...
셋째, 그 모든 회로들은 동일한 기본적 신호전달 단위들, 즉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진다.
넷째, 신경회로들은 신경세포들 내부와 사이의 신호를 발생시키기 위해 특수한 분자들을 사용한다. 
끝으로 다섯째, 그 특수한 신호 전달 물질들은 수백만 년 동안의 진화 기간에 보존되었다. - 14~16

새로운 정신과학은 인간의 정신이 우리의 하등한 조상들이 사용한 분자들로부터 진화했고, 생명의 다양한 과정을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의 특이한 영속성이 우리의 정신적 삶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든다. - 16

오늘날 우리가 신경전달물질이라 부르는 그 화학물질은 시냅스 틈새를 건너 표적 세포로 움직이고, 표적 세포는 그 물질을 인지하여 세포막 외부 표면에 있는 특수한 수용체로 붙잡는다. - 112

LSD와 기타 관련 환각제들은 꿈이나 고양된 종교적 상태 이외의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지각과 사고와 느낌을 바꿔 놓는 효능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약물과 두드러지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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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D 사용자는 자신이 우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갖는다. 많은 경우에는 지각의 왜곡이 시각적 환영의 형태로 나타나고, 심지어 일부의 경우에는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정신병적 반응이 타날 수도 있다. - 126

수학자이며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르네 데카르트에 의해 1632년에 선포된 이원론은 인간이 이중적인 본성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은 물질적인 몸과, 몸 밖에 있으며 비물질적이고 파괴할 수 없는 영혼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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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가톨릭 교회는 해부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자신의 권위를 위협한다고 느끼면서 과학과 종교의 영역을 분리하는 이원론을 받아들였다. 갈의 급진적인 유물론적 정신관은 비생물학적 영혼의 개념을 끝장내기 때문에 과학계의 호응을 받았지만 강력한 보수 세력을 위협했다. - 140

밀너는 해마를 필요로 하는 의식적 기억 외에 해마와 내측 측두엽 외부에 자리 잡은 무의식적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 - 151

우리가 오늘날 일반적으로 의식적 기억이라 부르는 것은 스콰이어와 섀크터에 따르면 외현explicit 또는 서술적declarative 기억이다. 이것은 사람, 장소, 대상, 사실, 사건에 대한 의식적 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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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무의식적 기억이라 부르는 것은 암묵implicit 또는 절자착procedural 기억이다. 이것은 습관화, 민감화, 고전적 조건화, 그리고 자저건 타기나 테니스 서브하기와 같은 지각 및 운동 솜씨의 기반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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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기억은 흔히 자동성을 가진다. 이 기억은 의식적 노력이나 심지어 우리가 기억을 끌어내고 있다는 자각 없이 실행을 통해 직접적으로 재생된다. - 152

습관화에서 약하거나 중립적인 감각 자극을 반복해서 받은 동물은 그 자극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배워 그것을 무시한다. 민감화에서처럼 자극이 강하면 동물은 그 자극이 위험하다고 인지하며, 달아나기 위한 준비로 방어 반사들을 강화하는 것을 배운다. 강한 자극 직후에는 심지어 무해한 자극을 주어도 강화된 방어 반응이 촉발될 것이다. 고전적 조건화에서처럼 중립적인 자극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자극과 함께 주어짐녀 동물은 중립적인 자극이 윟머 신호인 것처럼 반응하는 것을 배운다. - 184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자극 패턴을 바꿈으로써 시냅스 세기를 아주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시냅스 가소성이 화학적 시냅스의 본성 자체에, 즉 시냅스의 분자적 구조 자체에 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넓게 보면, 뇌의 다양한 신경 회로 속 정보 흐름을 학습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 - 197

발생 및 발달 과정은 뉴런들 사이의 연결을 지정한다. 즉, 어떤 뉴런들이 언제 어떤 뉴런들과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는가를 지정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 연결들의 세기를 지정하지 않는다. 그 세기-시냅스 연결의 장기적 효율성-는 경험에 의해 규제된다. 이 견해는 유기체의 행동즐 중 다수를 위한 잠재력이 뇌에 내장되어 있고, 그런 한에서 발생 및 발달의 통제하에 놓인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러나 유기체의 환경과 학습은 기존 경로들의 효율성을 변화시키고, 따라서 새로운 행동 패턴을 표출시킨다. 우리가 군소에서 발견한 것들이 이 견해를 뒷받침하낟.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학습에서, 학습은 미리 준비된 풍부한 연결등 중에서 몇몇을 선택적으로 강화한다. - 229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새 능력은 기존의 분자를 약간 변형하고 그것과 다른 분자들의 상호작용을 조정함으로써 획득된다. 인간의 정신 과정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에게만 고유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몇몇 초기의 뇌 연구자들은 우리의 뇌 속에 새로운 단백지들이 많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정말로 인간의 뇌에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단백질은 놀라울 정도로 극소수이고, 인간의 뇌에만 고유한 신호 전달 시스템은 전혀 었다. 뇌 속의 거의 모든 단백질은 신체의 다른 세포에서 유사한 기능을 하는 다른 단백질과 유사하다. 뇌에만 고유한 과정에 쓰이는 단백질들, 예컨대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로 기능하는 단백질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기억의 기반을 이루는 생명까지 포함해서 모든 생명은 똑같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졌다. - 266

특히 이 연구들은 다양한 세포들-심지어 다양한 유기체들-이 동일한 재료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주었다. 모든 다세포생물은 환상AMP를 합성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으며, 예외 없이 여러 키나아제와 이온 통로 등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인간 게놈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의 절반은 예쁜꼬마선충이나 초파리, 군소 따위의 훨씬 더 단순한 무척추동물에도 존재한다. 쥐는 인간 게놈 암호 서열의 90퍼센트 이상을 가졌고, 고등한 유인원들은 98퍼센트를 가졌다. - 276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기억 저장에 관한 세 가지 새로운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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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장기기억의 활성화는 유전자의 켜짐을 필요로 한다. 둘째 어떤 경험이 기억에 저장되는가에 대한 생물학적 제약이 존재한다. 장기기억을 위한 유전자들을 켜기 위해서는 CREB-1 단백질들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기억 촉진 유전자들을 억제하는 CREB-2 단백질들은 비활성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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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 단백질의 암호를 지닌 유전자들은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는 것에 높은 문턱을 설정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 사건과 경험만 오랫동안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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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1에 의해 활성화된 유전자들은 새 시냅스 성장에 필요하다. 자기기억 형성을 위해 유전자가 켜져야 한다는 사실은 유전자가 단순히 행동의 결정자인 것이 아니라 학습과 같은 환경적 자극에 반응하기도 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새 시냅스 말단들의 성장과 유지는 기억이 영속하게 한다...이렇게 경험의 결과로 새 시냅스 연결들을 성장시키는 능력은 진화 과정 내내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 - 308

학습된 안정의 신경생물학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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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체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코카인을 비롯한 습관성 약물에 의해 활성화되는 영역이 바로 선조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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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이 공포를 학습하면-소리를 충격과 연결하는 것을 학습하면-소리가 주어진 후 선조체에서의 신경 활동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동물이 소리를 안전과 연결하는 것을 학습하면, 선조체에서의 반응은 극적으로 강화된다. 이는 긍정적인 안정이 발생한다는 생각과 일치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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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구들은 긍정적 정서와 관련된 또 하나의 시스템이 뇌 속 깊숙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제로 시상에 있으면 소리에 반응하는 뉴런들과 편도의 측핵에 있는 뉴런들은 만족과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선조체로 축삭돌기를 뻗어 시냅스 연결을 형성한다. 선조체는 편도를 억제하는 전전두엽피질을 비롯한 많은 영역들과 연결된다. 따라서 안정 학습은 선조체에서 신호를 강화함으로써 안정을 강화할 뿐 아니라 편도를 억제함으로써 공포를 줄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 384

유전학자 코리 바그만은 먹이 섭취 패턴이 서로 다른 예쁜꼬마선충의 두 변종을 연구했다. 한 변종은 고독하고 혼자서 먹이를 구한다. 다른 변종은 사교적이고 집단으로 먹이를 구한다. 두 변종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한 가지 수용체 단백질에 있는데, 그 단백질은 두 변종 각각에서 다른 면은 완전히 동일하지만 아미노산 한 개만 다르다. 사교적인 예쁜꼬마선충에 있는 그 수용체를 고독한 예쁜꼬마선충에 이식하면, 고독한 놈이 사교적인 놈이 된다.

초파리에서 수컷의 구애는 본능적인 행동인데, 그 행동은 무결실fruitless단백질로 명명된 단백질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무결실 단백질은 수컷 초파리와 암컷 초파리에서 약간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에브루 데미어와 배리 딕슨은 그 단백질의 수컷 형태가 암컷에서 표현되면 그 암컷은 다른 암컷들이나 암컷 특유의 페로몬을 생산하도록 조작한 수컷들에 올라타 구애를 주도한다는 주목할 만한 발견을 했다. - 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