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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0. 9. 1. 07:29

주수인은 가난한 노동자의 자식이고, 야구하는 여자에요. 이렇게 말을 하고 보니 벌써부터 맘이 살짝 답답해지네요. 가난한 노동자의 자식이자 야구하는 여자라...

 

영화 <빌리엘리어트>에서 빌리는 가난한 노동자의 자식이고, 발레하는 남자지요. 빌리의 아빠는 광산에서 일하면서 치매인 어머니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야구소녀>의 주수인 엄마는 낮에는 공장에서, 밤에서 식당에서 일하며 남편과 자식들을 부양하고 있어요. 부모가 가난하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싶지만...음...

 

대한민국에서 누군가 예체능을 전공한다고 하면 대뜸 '집안 형편이 좀 되는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만큼 돈이 많이 든다는 거지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어릴 때 여러 해 동안 바이올린을 했대요. 꽤나 잘 했었지만 결국은 포기했구요. 왜냐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ㅠㅠ

 

주수인도 남들은 가는 전지훈련을 못 가요. 왜냐하면 전지훈련비를 낼 수가 없으니까요. 

 

노력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돈이 많이 들어서 꼭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건 참 슬픈 일 같아요. ㅜㅜ

저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최동원이 롯데 자이언츠를 우승으로 이끌 때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롯데의 팬이었어요. ^^

 

야구를 좋아하니까 야구에 관한 영화가 반가웠어요.

그리고 여자 선수가 야구를 하는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구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경기를 봤지만 단 한번도 여자 선수가 경기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야구라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고

야구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일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야구를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고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야구를 하면서 고통을 이기고 성장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일 것 같아요. 

 

그렇기에 더욱 <야구소녀>가 좋고, 주수인이 좋아요.

엄마의 만류도

코치의 조롱도

프로야구단의 비웃음도...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노력해서 이겨내거든요. 

 

꿈이 있고

정말 좋아하는 게 있어요

그것을 위해서 좌충우돌 온갖 일을 겪기도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지요.

프로팀 입단에 실패했던 코치에게 당당하게 말합니다.

 

제가 대신 들어가 드릴게요

 

어느 프로 야구단이 주수인이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선수가 아니라 야구와 관련된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하나 만들어 주지만 주수인은 거절해요.

주수인이 원했던 것은 여자에게도 자리를 하나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여자에게도 똑같이 평가 받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거거든요. 

그리고 결국 주수인은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을 해서 선수단에 들어갑니다.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투수가 150km를 던진다는 건 참 큰 장점이에요. 타자는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에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을 때려야 하니까, 공이 빠르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 되는 거지요. 

 

하지만 공이 빠르다고만 해서 되는 건 아니에요. 제구가 잘 되지 않거나 타자와의 승부에 자신이 없거나 하면 아무리 150을 넘게 던져도 결국에는 오래 버티지 못하더라구요. 

 

반면에 150되지 않아도 경기를 잘 풀어가는 선수들이 많아요. 롯데의 노경은이나 두산의 유희관도 그렇고, 삼성의 최채흥도 그렇잖아요. 공이 아주 빠르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방법,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야구를 잘하는 거지요. 

 

tv.kakao.com/v/411909702

 

노경은도 예전에는 150씩 던지고 그랬어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요즘은 140 중반대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던져요. 그 가운데 하나가 너클볼이구요.

 

주수인도 처음에는 150을 목표로 연습을 해요.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리고 나중에는 코치의 말대로 주수인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요. 그게 바로 너클볼이었구요. 남들이 잘하는 걸 따라가기 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단점을 극복하기 보다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바뀌었던 거지요. 

 

이 과정에서 주수인의 야구 실력이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성숙도 이루어집니다. 그런 모습이 참 좋더라구요. 누군가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 실력도 기르고 인간적인 성숙도 이루었다고 하니... ^^

노력

성장

 

참 멋진 일이에요.

 

남자든 여자든

십대이든 70대이든

꿈을 갖고 노력하면 언제까지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 우리 인간이지 싶어요.

그래서 삶이란 게 설레기도 하고 희망이란 걸 갖게 되는 걸 거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