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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컨덕터>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0. 10. 10. 20:53

많이 본 건 아니지만...제가 지금까지 본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딱 한 명 빼고 모두 남자였습니다. 경기필을 지휘하던 성시연이 유일한 여자였지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여성으로서 최초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는 윌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지휘자가 남자이던 시대에 여자가 지휘자가 되겠다고 하니 모두들 비웃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그 비웃음이 참 어이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전혀 연습도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지휘를 하겠다고 한다면야 그 비웃음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겠지만, 그냥 여자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면 그건...좀...

 

여자라고 비웃고 안된다고 하더니...막상 어떻게든 노력해서 해보려고 하면 선생이라는 작자가 그저 찝적대기나 하고. 지가 찝적대는 걸 거절 했다고 두고 두고 그녀의 음악에 대해 욕이나 하고 말이야! 마치 음악 비평인 것 같지만...알고 보면 자신을 거절한 여자에 대한 복수심 같은 건 같은 건 아닐까 싶어요.

가난해서 배우기도 쉽지 않고, 여자라서 배울 기회도 없는데...정말 노력하고 노력해서 학교도 마치고 지휘자가 됐어요. 그리고 지휘자로서 연주를 하게 됐는데...이번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배째라에요. 아니면 '아이고 참 그래 어디 너 잘하나 한번 보자'식이에요. 냠셩 댠원들이 여성 지휘자를 우습게 본 게 아닌가 싶어요.

 

또 어떤 오케스트라에서는 단원을 뽑는데 남자들만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해요. 엥? 웃기죠? 오케스트라면 음악만 하면 되는 거지 그 사람의 출신이나 성별이 뭐 중요하다고...

 

결국 윌리는 이런 저런 곤란한 상황에 자신의 의지를 더해 여성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요. 이 영화에서 참 인상적인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아...그래... 맞아 저렇게 할 수도 있겠네 싶구요. 

윌리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만약 그 사람과 결혼을 했다면 윌리의 음악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 남자가 바라는 건 소위 '평범'한 삶이었어요. 결혼해서 애 낳고 행복하게 등등등. 과연 윌리는 결혼해서 일명 '평범한 삶'을 살면서 지휘도 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윌리가 남자였다면 '평범한 삶'을 살면서 음악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소위 '평범'하다는 것은 정말 평범한 것일까요? 누구에게는 평범한 것이지만 누구에게는 아주 아주 중요한 선택이자 삶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그 무엇일 수도 있을 거에요. 남자는 결혼을 한 뒤에 자기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여자는 결혼 한 뒤에 자기 일을 포기하고 결혼과 가족을 자기 일로 삼아야 한다면...

 

만약 윌리가 음악과 꿈을 선택하지 않고 사랑과 결혼을 선택했다면...아마 인간 세상에서 여성 지휘자도, 여성 오케스트라도 만들어지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지요. 

누군가에게는 문제라고도 느껴지지도 않고, 이게 왜 변해야 하는가 싶은 것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문제라고 느껴지고, 어떻게든 변해야 한다 싶은 것들이 있어요.

 

남들이 당연하게 느끼는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요

당연하다고 하는 걸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꾸기 위해 정말 정말 많은 애를 쓰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런 영화가 좋고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