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말이 어려워서도 아니고, 책이 두꺼워서도 아닙니다. 내용이...여성을 살해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보니...사건 사건에 관한 설명을 접하다보면...
읽은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읽기 참 잘했습니다.
굳이 검색을 해 보지 않아도 여성 살해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헤어지자고 했다고, 이혼하자고 했다고, 산에 등산 갔다가, 집에서 있다가...칼에 찔려 죽고 맞아 죽고 불에 타서 죽습니다. 애인이거나 남편이거나 모르는 사람이거나 등등의 남자들이 여자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요즘 인도에서는 여성을 집단 강간하고 살해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한국과 인도하면 아주 멀리 있는 나라인데,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것은 왜 이렇게 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런 뉴스들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이렇게 많이 벌어지는 걸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알라딘에서 여성 살해, 여성 살인, 페미사이드 등을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페미사이드>라는 책이 있어 읽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데 자주 등장하는 게 연쇄살인마입니다. 저도 <살인의 추억> <시그널> <보이스> 등의 작품을 재미나게 봤습니다. 사건의 잔혹함이나 이런 인간의 행동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보면서도 이것을 '페미사이드'와 같이 연결해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잘 몰랐으니까요.
물론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냥...이제라도 조금 더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조금 더 알고 나니 지난 50년 가까이 살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그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기억은 박제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더라구요.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된다더라구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제 기억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기분입니다.
배움에는 끝도 없고
완성이나 만족도 없습니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새로워지는 내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이애나 러셀, 질 래드퍼드, <페미사이드>, 책세상, 2018
페미사이드, 곧 남성에 의한 여성혐오적 여성살해는 성폭력의 한 형태다. 리즈 켈리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성폭력이란 여성이 "그 즉시 또는 추후에 위협. 침입. 공격으로 경험하는 물리적. 시각적. 언어적. 성적 행위로서, 여성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모멸감을 주는, 그리고/또는 친밀한 접촉에 대한 여성의 통제 능력을 제거하는 결과를 일으키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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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의는 남성의 의도보다는여성이 경험하고 이해한바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 21
페미사이드는 사형의 한 형식으로서 그 피해자가 되는 여성들과 그들의 가족 및 친구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보다 일반적으로 페미사이드는 여성을 하나의 성 계층sex class으로서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며, 그러한 방식으로 가부장제의 현상유지에 핵심적으로 기여한다. - 28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통계자료들은 페미사이드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은 남편 및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여성들임을 보여준다. 이성애 가정 안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가장 높은 페미사이드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해주는 것은, 폭력적인 파트너를 떠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법집행 기관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닌 대중과 마찬가지로, 남편이나 남성 파트너에게 공격당하는 여성들보다는 낯선 타인에게 공격받는 여성들을 도울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다. 가정폭력이란 여성들이 촉발하는 사적인 문제이며 여성은 남편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으며, 이는 이러한 형태의 페미사이드가 만연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 38
1989년 12월6일 몬트리올 대학...전쟁잡지 마니아인 25세의 마르크 레핀은 전투복을 갖춰 입고 공과대학으로 돌진했다. 그는 한 교실로 들어가 여자와 남자를 분리한 뒤, 남자들에게는 나가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너희는 모두 망할 페미니스트야!"라고 소리치면서 여자들을 향해 총을 쐈다. 반시간가량 광란을 벌이는 동안 레핀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에게 중상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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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짜리 유서에는 자신의 실패를 전부 여성들의 탓으로 돌리는 내용이 가득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을 거부하고 비웃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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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살인범이 '제정신이 아니었는지'는 논점에서 벗어난 문제다. 여성에게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의 병리적 측면에 집착하는 것은 이러한 행위에 대한 사회적 통제 기능을 어렵게 한다. 인종차별적이며 성차별적인 사회에서는 정신질환자들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남자들 또한 편재하는 인종차별, 여성혐오. 동성애혐오 태도를 행동을 옮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들은 그러한 태도 속에서 길러졌고, 그러한 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레핀이 저지른 살인은 인종. 종교. 민족 또는 성적 지향성이 아니라 성별에 따라 피해자를 겨냥한 혐오범죄hate crime였다. 흑인 린치나 유대인 학살의 경우, 가해자의 정신건강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유대인과 관련된 과거의 개인적 경험들을 문제 삼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린치와 학살이 정치적 동기가 부여된 폭력이며, 그 목적은 백인 및 비유대인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것임을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폭력의 목적은-의식적인 것이든 아니든-남성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 42
역설적이게도 가부장제의 이상적인 가정 구성방식(이성애 짝짓기)에 페미사이드의 가능성이 가장 많이 잠재돼 있다.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의 모든 경우에 여성혐오 요소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해도, 법적 또는 사실혼 관계의 남편에 의해 여성이 살해당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 47
남성들의 권리 의식은 성적 테러리즘의 또 다른 원인이다. 많은 남성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여성들로부터 취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여성들이 그들의 요구를 좌절시키면 어떤 남성들은 난폭해지며, 때로는 페미사이드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 51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우리에게 가해지는 남성들의 폭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려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 할 때 우리가 마주치는 폭력과 불신과 경멸이 너무나 압도적이서 우리는 경험들을 부인하거나 억압하며 뒤로 물러난다. - 56
이러한 증거는 모든 가부장제 사회들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일종의 징벌 또는 사회적 통제로 페미사이드를 이용해왔고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이를테면 남자들은 자신들이 정의한 여성의 적절한 역할대로 살지 않으려는 여자들을 처벌하는 수단으로 페미사이드를 이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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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에 대한 남성들의 개념들에 저항하거나 저항하는 듯 보이는 여성들을 이런 식으로 사형시키는 것은 보다 넓은 여성 집단에 대한 위협이나 사회적 통제의 한 가지 형태로 기능한다. 한계선을-남자들이 그은 선을-넘어서는 여성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65
당시 남녀 분쟁이 명백하게 벌어진 곳은 경제적 자원을 둘러싼 분야였다. 특히 자본주의 발달에 각별하게 중요했던 경제 분야들 내부에서 분쟁이 심했는데, 방직업이 바로 그러한 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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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없는 독신 여성은 실 잣는 일을 하며 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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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와 17세기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고, 특히 하위계층일수록 결혼이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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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인구 형태가 크게 변화하면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특히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 남자의 직접적 통제권을 벗어나 살아가는 여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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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에서는 마녀광풍이 일기 시작한 16세기 중반에는 이전에 '남성' 영역이었던 몇몇 분야들이 여성에게 잠식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를테면, 당시는 여성 군주들이 강력하게 떠오륻너 보기 드문 시대였다...여성들의 통치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 결과 다양한 비난과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반응이 나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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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우월적 지위에 여자들이 가한 위협과 그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이야말로 마녀광풍 시대를 관통하며 사회의 상류 식자층이 구체적으로 우려하던 사항이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마녀인 여성들을 향해 법률 기구를 사용하여 여성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일은 상위계층 남성에 의해서만 승인될 수 있었다. - 72
남성의 지배와 통제는 어떤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어떤 남성들에 의해 확고해지는 것이다. 반면에 모든 여성들은 잠재적으로 어떤 남성이나 자신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 85
하나의 성으로서 여성을 일반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나쁘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문제에서는 아내들에 대한 특별한 평가절하야말로 그들이 견디고 있는 잔학행위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 횐다. 한 남자의 아내는 그의 소유property라고하는 생각이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악과 고통의 치명적인 뿌리다. 모든 잔인한 남자들, 그리고 삶의 다른 관계에서는 잔혹함과 거리가 먼 수많은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는 자신의 물건thing이라는 생각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이런 남자들은(우리가 경찰의 사건 보고서에서 읽고 또 읽게 되는 것처럼) 분개하면서 "내 것을 가지고 내 맘대로 못한단 말인가?"라고 물을 준비가 되어 있다. - 101
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산 채로 함께 화장하거나 매장하는 관습은 그 기저에 깔린 여성을 소유물로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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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의 가장 일반적인 형식은 남편의 시신을 화장하는 장작더미안이나 위에서 아내를 산 채로 태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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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충실하지 못한 여자는 누구도 불태워질 수 없었으므로, 사티 예식 자체가 사티를 고결하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평생 고결하게 살았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과부에게는 다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고통스럽지만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영웅적인 죽음을 맞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죄를 짓고 참회하는 사람으로서 비참하고 굴욕적으로 숨어 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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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부는 상당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포르투갈인 연대기 작가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애도를 마친 친척들이 과부들에게 스스로를 불태워 자신들의 세대를 욕보이지 말 것을 권고한다" 과부가 적절한 표징과 시험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을 바치겠다는 뜻을 보이고 나면, 마음을 바꾸거나 감히 가족의 명예를 더럽힐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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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러한 일이 합리화될 수 있었을까? 정통 힌두교 신앙에 따르면 과부는 자신보다 먼저 떠난 남편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다. 이번 생이 아니라면 지난 생내가 지은 죄 때문이라는 것 - 131- 136
집은 여성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지만, 역설적이게도 남성과 함께 살 때는 치명적인 성폭력으로부터 가장 덜 안전한 장소가 된다. 또한 여성들이 신뢰하고 사랑과 보호를 구하도록 장려되는 그 남성들, 즉 남편이나 연인 또는 이전 남편이나 연인이 여성들에게 가장 큰 위험을 가한다는 사실 역시 역설적이다. - 157
남편은 아내의 성에 배타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강제로 취할 수 있는 권한과 자격도 부여받았다. 결혼생활 내에서 부부 사이에 이루어지는 강간을 범죄화하는 것, 즉 아내에게 섹스를 거부할 법적 자격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주 최근에야 이루어졌다. - 173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일어난 페미사이드 28건 중 4건(14퍼센트)에서 사디즘을 암시하는 가해자의 특별히 잔인한 행위들이 수반되었다. 한 남자는 여성 파트너를 6개월 동안 감금한 채 구타하여 천천히 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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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성인 여성이 남성을 살해한 사건에서 사디즘을 나타내는 행위가 드러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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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폭력이란 죽이려는 의식적인 결심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데이턴에서 벌어진 친밀한 파트너 관계의 살인사건 중 17건(61퍼센트) 남자가 과도한 폭력(두 번 이상 총을 쏘거나 칼로 찌르거나, 혹은 죽을 때까지 구타하거나)을 사용한 경우다. 한 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이 남편의 총에 너무 여러 발을 맞은 탓에, 총알이 들어오고 나간 구멍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검시관의 분노에 찬 메모가 부검 보고서를 가득 채웠다. - 202
가장 많은 사건(18건, 약64퍼센트)이 남성의 질투와 관련 있었다...질투란 소유의식을 함의한다. 역설적이게도, 데이턴의 페미사이드 사건들 가운데 남성 범인들이 자신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가 다른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 205
공식 통계수치에 따르면 1981년에는 305건, 1982년에는 332건의 '우발적' 신부 화형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인도의 수도에서 거의 매일 여성 한 명이 불태워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양한 여성조직들에 따르면, 보고된 것만큼이나 많은 신부 화형사건이 보고되지 않은 채 묻힌다고 한다. 많은 경우, 경찰이 사건 등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 227
피난처운동이 시작된 이래로 많은 개인과 단체가 여성 구타를 개별적인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적인 문제에서 공공의 문제이자 범죄로 전환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왔다. - 281
경찰에서 나온 모든 범죄예방 자료에서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으로 순응compliance을 권했다. 하지만 여성안전연합과 경찰의 합동 작업으로 생산된 자료에서는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만약 공격을 당할 경우, 도움이 되는 자연스러운 방어책이 몇 가지 있다. 최고의 방어책은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공격자를 손톱으로 할퀴고, 손이 입 근처에 오면 물어라. 신발 끝으로 걷어차라...아니면 무픔으로 가랑이를 가격해라. 손에 열쇠 같은 날카로운 물건을 쥐고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 공격자의 얼굴을 긇어라.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그러면 공격자는 겁이 나서 달아날 수 있다. - 301
억압에서 태어난 침묵, 이것이야말로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들이 최근까지 우리 생활 속 폭력에 대해 견지해온 입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대체로 침묵이란 공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 326
마녀 화형과 노예제도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그 두 가지 모두 잔혹행위로 인식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박해행위와 제도는 최고의 권위를 지닌 당국과 성스러운 저술들(교황의 교서로부터 헌법에 이르는)에 의해 옹호되었다. 그와 같이, 오늘날의 페미사이드 역시 가부장제의 테러리즘으로 이해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일탈행위로 일축될 따름이다. 이에 상응하여 포르노그래피는 '표현의 자유'로서 옹호된다. 그러나 세상이 며망하지 않고 유지된다면, 언젠가 미래 세대가 우리 시대의 포르노그래피와 그것의 효과를 돌아보며 틀림없이 성적으로 정치적인 잔혹행위로 간주할 것이다. 미래 세대는 노예제도, 마녀 화형, 영아살해와 같은 선상에서 페미사이드를 바라볼 것이다. - 422
그는 말했다. "그녀는 그를 거부했고, 아마도 추잡한 방식으로 그렇게 한 듯한데, 그것은 분명 그의 몸을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녀는 "그것을 자초했습니다"
법률이 정의하는 도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피고에게 갑작스럽고 일시적인 자제력 상실을 야기하고, 그 순간에 격정이 피고를 지배하여 피고가 자기 정신의 주인이 아니게 만들고, 어떠한 합리적인 인격reasonable person도 피고와 같은 만들, 고인이 행한 어떤 행위나 일련의 행위. 도발의 충족 여부는 배심원의 결정에 맡겨진다. 배심원 의견은 고인이 행한 말과 행동이 합리적인 남자에게 미칠 효괄르 고려한다. (1957년 살인법)
이 재판에서 주장된 도발이란 단지 메리가 피터 우드와 배타적인 성적 관계를 맺는 데 동의하지 않았따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윈체스터 형사법원에 따르면 그것을 충분했다. 그러므로 어떠한 합리적인 남자라도 여자가 그와 결혼하기를 거절하는 반응을 부린다면 도발당해 그녀를 죽이게 되리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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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자들은 메리 브리스토가 피터우드의 지시대로 살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우드의 스트레스 가득한 삶이 초래되었다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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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배심원에게 전달하는 사건개요 설명에서 메리가 죽음을 자초했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녀는 남녀관계에서 전통을 따르지 않았습니다...성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성이 가장 깊고 가장 강력한 인간의 감정 가운데 하나이며, 성을 가지고 논다면, 그것은 불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과 같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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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배심원들에게는, 한 남자에게 정기적으로 잠자리를 함께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가 그를 좌절시키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남자는 여자를 죽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가르침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여성의 평등한 법적 지위를 부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격으로서의 지위를 부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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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과 독립성은 의도적인 도발행위로 해석되며 이는 폭력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감소시킨다. - 436-`439
그럼에도 서트클리프 사건에서는,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을 다루는 다른 많은 사건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법과 정신의학의 언어가 여성 유발이라는 관점에서 서트클리프의 행위에 대한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 - 465
1969년으로 돌아가 보면, 한 매춘부가 서트크리프에게서 10파운드 지폐를 받고 5파운드 거스름돈을 가로챘는데, 1주일 뒤 그녀가 술집에서 동료들과 농담 삼아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가 보았다. 검찰 측과 피고 측, 그리고 서트클리프는 모두 이 매춘부가 그에게 커다란 굴욕을 안겨주었고 그것이 이후 모든 매춘부들에 대한 그의 혐오의 토대가 되었다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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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말하자면 가게에서 점원이 한 남자에게 거스름돈을 일부러 덜 주었을 경우, 이것이 그 남자를 '도발'해 점원을 혐오하고 살해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5파운드의 돈 때문에 13명의 여성이 죽었다는 것이다. - 468-469
<혼인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에 대한 특별위원회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폭행에 관한 형법이 가정폭력에도 더욱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면, 구타당하는 아내에게 더 많은 보호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 490
남성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독립을 확고히 주장하거나, 주장하는 듯 보이는 여성들이다. 남성의 통제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거나 그에 저항하는 어떠한 주장도 남성 폭력을 조장하거나 '도발'할 수 있다. - 508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 폭력은 여성들의 삶에 만연해 있는 특징이다. 이것은 남성 우위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하에서 남성성을 구성하는 데 폭력이 핵심을 이룬다는 걸 확실히 주장하려는 것이다. 드워킨이 주장하듯 남자가 되는 과정에서 소년은 폭력에 적극 참여하도록 사회화된다. "남자는 폭력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을 발달시킨다. 폭력이 남성 정체성의 최고 구성요소이므로 남자는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폭력은 스포츠, 군대, 문화적으로 동화된 섹슈얼리티, 영웅주의의 역사와 신화 안에 제도화되어 있다. 그렇게 소년들은 폭력을 배우고 그리하여 폭력의 옹호자가-여자가 아닌, 남자-가 된다" - 508
힐사이드 스트랭글러 살인사건이라는 드라마에서 대부분 남자였던 기자들은 판타지에 빠져들었고, 그 판타지는 그들의 독자들에게 전이되었다. 도시 전역에서 벌어지는 남자들의 농담과 비아냥과 은근한 협박(알지, 내가 그 스트랭글러일지도 몰라)에서는 범인과의 동일시가 드러났다. - 611
모든 사진에서 여성의 하반신이나 전신이 누드일 뿐 아니라, 다리를 벌린 자세를 사진작가가 애호한다는 점은 그녀가 살해당하기 전이나 후에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배경이 부얶으로 설정된 사진에는 여성의 허벅지 사이에 콜라병이 세워져 있다. 이는 끔찍할 정도로 흔한 강간 도구를 오브제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콜라병이나 총은 실제 강간범들이 특히 애호하는 도구들이다) - 641
모든 시각예술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사례에서 레스 크림스의 예술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여성을 미학적 대상으로 사용하려는 집착과, 실제 여성의 공포와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냉담과 무시다. 그러한 메시지는 자신의 폭력적 혐오를 예술적 시점으로 채택하여, 강간범/살인자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 647
레스 크림스의 예술은 보는 이에게 여성은 남성이 발명해낸 포르노그래피 판타지처럼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무력하고 반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얼굴도 없이, 소리도 없이 죽는다고, 우리를 죽이려는 살인범들은 잠시 멈추어 우리의 '조화로운' 시체들을 음미하고 가소로운 단서들을 남겨두며 그러고도 아무 처벌 없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그래서 죽이고 또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 - 648
"우리는 기업의 책임을 요구합니다" 니키 크래프트가 말했다. "제약회사나 자동차회사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그 제품이 시장에서 안전한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우리는 래리 플린트에게 그의 간행물이 폭력행위를 야기하지 않는지 입증해 보이라고 욕구하는 것입니다" - 651
1984년 12월호 <펜트하우스>는 아홉 명의 아시아인 여성의 사진을 실었다. 여성들은 두꺼운 밧줄로 묶여 있는데, 너무 단단하게 묶여서 밧줄이 손목과 발목, 음순과 둔부를 파고들었다. 그 가운데 두 사진에서는 묶인 여성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데, 머리가 앞으로 힘없이 처져 있어서 죽은 듯 보인다. 다른 한 여성은 얼굴에 마스크가 씌워진 채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된 상태로 바닥에 누워 있는데, 역시 죽은 듯 보인다. - 656
페미니스트들 가운데 근친상간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당한 학대가 사도마조히즘 섹스에서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이 여성들은 '섹스 반대자'가 아니다. 그들은 상대를 학대하고 상해를 입히는 섹스에 대해 '반대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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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폭력적 포르노그래피를 반대한다. 우리는 누드와 섹슈얼리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 662
페미사이드라는 이슈를 모호하게 지워버리고자 고안된 여러 전략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개별화 전략이다. 페미사이드 사례들을 흔치 않은, 고립된 사건들로서 구성하는 것이다. 만약 일련의 살인사건 사이에 패턴이 발견되고 관련성이 규명된다면, 반복해서 발생하는 남성 성폭력이 드러난 결과라기보다 고립된 미치광이 사이코패스의 범행 결과라고 주장한다. - 676
페미사이드를 저지른 살인자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여겨질 경우 페미사이드의 피해자들에게도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정신질환이 남성을 여성혐오나 인종차별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의 '질환'은 그들이 저지른 페미사이드 공격이 여성혐오를 영속화하는 여성혐오적 행위라고 하는 주장과는 무관하다. -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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