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남자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들이 죽어 없어지는 걸 보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하는 편이 더 나았다.
바버라 데밍은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글에서 이런 갈망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
“...나는 사랑과 슬픔을 마음에 담고 아버지에게 꼭 매달렸다. 내 슬픔의 일부는 사랑했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내가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것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나는 슬퍼하고 있었다. 그건 내가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슬픔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힘을 휘두를 거라는 두려움 없이 그를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유일한 때가 아버지가 죽어서 누워 있는 그 순간이라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
내가 스스로의 힘을 아직 알지 못했던 20대 젊은 여성이었을 때, 나는 인생의 남자들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어린 시절에 시작되었다. 그런 식으로 아버지의 격렬한 분노와 폭력에 대응했다. 나는 아버지가 사라지는, 죽어서 없어지는 꿈을 꾸곤 했다.
죽음은 “아버지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려”라는 선포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다.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강렬했고, 내게 가해지는 아버지의 힘은 너무도 생생했다.
…
나는 생각하곤 했다. ‘아버지가 죽는다면, 우리는 살 수 있을 텐데’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 내 인생의 남자(같이 사는 그 남자는 보통 때에는 세심하게 배려하다가 이따금씩 분노를 터뜨리면서 폭력적으로 변했다)를 기다리며 나는 또 생각했다.
‘그가 사고를 당해 죽는다면, 그래서 집에 오지 않는다면 난 자유롭게 살 수 있을 텐데’ - 15
- 벨 훅스,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2017, 책담
저 또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죽는다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어디 병원에라도 갇혀서
우리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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