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여자들보다 남자들의 거짓말에 더 관용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권력과 특권이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주어지는지 이해해야 한다. ‘남자가 된다는 것being a man’ ‘진짜 사나이real man’라는 말에는 남자는 필요하면 규칙을 무시하고 법을 넘어선 행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가부장제 사회가 영화, tv, 잡지 등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남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그들을 남자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자유로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들에게 ‘정직한 것은 곧 나약한soft 것’이라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거짓말을 무시로 할 수 있고, 거짓말이 초래할 결과 따위에는 초연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남자를 강하게 만들며, 소년과 성인 남자를 구분시켜준다고 믿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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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사이들러는 <남성성의 재발견rediscovering masculinity>이라는 뛰어난 저작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남자아이들은 말을 배울 때 언어를 통해 자기 자신을 감추는 법도 아주 재빨리 터득한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마스터’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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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참된 감정으로부터 소외된 남성들은 거짓말을 쉽게 한다. 왜냐하면 생존 전략으로 익혀온 남성성이 그런 행동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남자들이 자기들보다 약자인 사람, 특히 여성들에게 폭력적이고 난폭하게 굴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행동을 하고서도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믿는데, 왜냐하면 자신은 여성에 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72-74
- 벨 훅스, <올 어바웃 러브>, 책읽는수요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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