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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캄포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1. 6. 25. 16:12

남자1

 

아내가 암에 걸렸어요. 십자가 앞에서 아들과 함께 열심히 하느님께 기도를 해요. 아내를 제발 살려달라고. 하지만 의사는 더이상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해요. 

 

그러자 갑자기 남자1이 함께 살고 있던 개를 죽여요.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겠다는 거지요. 아들이 말려도 소용없어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했지만 아내는 결국 죽어요. 종교도 기도도 암을 치료할 수 없었던 거지요.

안타까운 일이에요...하지만 그 개는 무슨 죄인가요? 성경에 하느님께 살아 있는 무언가를 죽여서 제물로 바친다는 얘기가 나오는지 어떤지 모르겠어요. 그런 얘기가 있거나 없거나 왜 개를 죽이는 거죠?

 

아빠이자 남편인 자신과, 아내과 아들과 개 가운데 가장 힘없고 죽이기 쉬운 게 개였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어요.

 

남자로 하여금 힘없고 죄없는 생명을 죽여서 희생양을 삼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기독교? 하느님? 심리 상태? 폭력성?

 

남자2

종교에 완전히 빠져 있는 또 한 남자가 있어요. 자기는 겁이 많아서 거미를 많이 무서워 했었는데 하느님의 도움으로 거미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대요. 그러면서 사람들 앞에서 거미 무리를 자기 얼굴에 부어 보이고 그래요.

 

정말 기독교인 가운데는 저런 모습을 보고 하느님의 말씀이나 뭐 어떤 걸 느끼는 분이 있는가요?

 

아무튼 그런 남자2의 모습에 혹해 결혼한 한 여성이 있어요. 아이도 낳지요.

 

하느님의 말씀을 듣겠다고 한동안 옷장에 쳐박혀 있던 남자2가 갑자기 뒤쳐나오더니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고 해요.

 

아내에게 드라이브를 가자고 해서 산으로 가요. 그리고는 가져온 흉기로 아내를 찔러 죽이지요. 그러면서 소리쳐요.

 

하느님 부활 시켜 주세요

 

하느님이 암을 치료할 수 있나요? 하느님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나요?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남자로 하여금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죽여서 하느님의 존재를 찾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기독교? 하느님? 심리 상태? 폭력성?

 

남자3

 

교회 목사인 남자가 있어요. 한 여성 신도에게 드라이브를 가자고 해요. 기도를  종교에 깊이 빠져 있는 여성이지요. 아내를 죽이고서는 하느님께 부활시켜 달라고 했던 남자2의 딸이기도 하고, 그런 남자를 믿고 결혼했던 엄마의 딸이기도 해요. 

비오는 날 차 안에 남자 목사와 여성 신도 둘만 있어요. 목사가 말해요. 

 

하느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내보인 적이 있나요

**** 목사님은 저와 함께 울어주셨어요

그게 아니라. 태어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보여드린 적이 있느냐구요

옷을 벗으란 말씀인가요

 

그렇게 목사는 여성을 조종해서 섹스를 해요. 주로 어린 여성들만 노려서 그런 짓을 벌이는 거에요.

 

한국의 뉴스 같은데도 자주 나오는 얘기지요. 목사가 여러 여성 신도들을 심리적으로 제압하고 조종해서 섹스를 하고 학대를 했다는 얘기요. 

 

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걸까요? 개인의 일탈일까요? 그런 심리 상태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일까요? 목사와 신도라는 지위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살펴보고 조심하고

 

앞의 목사가 설교를 하면서 가장 많이 썼던 단어가 망상delusion이에요. 망상에 빠지면 안된다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용기를 가지고 이겨내야 한다고 열변을 통해요. 그러면서 자신과 섹스를 했다는 여성에게도 니가 망상에 빠져 있다고 하지요. 

 

망상 앞에서 진실을 말해야 할 목사가 진실을 말하는 이에게 망상에 빠졌다고 하는 거에요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2939 

 

성폭력 드러나자 피해자들에게 '신천지' 누명…증거는 하나도 없어

춘천 S 목사 아동 성추행 1심 재판부 "사건 본질과 무관"…시민단체들 "피해자 음해 중단하라"

www.newsnjoy.or.kr

영화의 제목이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이에요. 미국을 배경으로 이런 영화가 나온 걸 보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비슷한 점이 있나봐요.

 

인간이 가지는 쉽게 빠질 수 있는 흥분이나 몰입 같은 거,

무언가를 깨달았다거나 신의 말씀을 들은 것 같은 광적인 상태,

아니면 나는 저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인 것 같은 막연한 믿음이나 기분,

거기에 폭력이나 지배 같은 것들이 결합되면서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거겠지요.

 

악마와 천사라는 게 정말 있는 건 아닐 거에요. 그보다는 인간 세상에는 선한 면도 있고 악한 면도 있겠지요. 

 

그리고 악한 면이 늘 우리 곁에 있다면 그것이 커지고 분출되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싶어요. 

cbs

특히 신념이나 열정이 가득할 때, 이것만이 옳다 싶을 때, 남들은 모르는 무언가를 나만/우리만 느끼고 알고 있다 싶을 때

 

거기에 더해 누군가 상대에 비해 힘이 세고 지위가 높다 싶을 때, 누군가가 어떻게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삶이 크게 휘청일 수 있을 때

 

그럴 때일수록 더더욱 누군가 온전히 믿는 것이 정말 사실인지, 자신만의 신념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둥이로 상대를 조종하고 있은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조심해야겠어요. 

 

개인이나 집단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