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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쉽게 단정짓고, 자기가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순돌이 아빠^.^ 2021. 9. 19. 09:20

그레거스

자네가 독이 든 진창 속에 빠져 있는 건 사실이네, 얄마르. 자넨 잠행성 질병에 걸려 있어. 그래서 자꾸만 물속으로 파고드는 거네. 어둠 속에서 죽으려고

조만간 내가 재기시켜 줄 테니까. 나도 내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 그 정도는 똑똑히 안다고 - 298

 

그레거스

(식탁에서 일어서서) 제가 말한 악취는 통풍 정도로는 빠지지 않습니다.  - 303

 

그레거스

제가 생각하는 건 얄마르 엑달의 눈을 뜨게 해주는 일입니다. 자기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하니까요

베를레

넌 끝내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엑달을 끌고 갈 생각이구나?

그레거스

제 사명을 다할 겁니다. 그뿐입니다. 

렐링

확실히 말씀드리자면요, 부인. 급성 ‘정의正義병’입니다. - 304-307

 

렐링

(그레거스에게) 갑작스러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당신, 대체 이 집에서 뭘하려는 수작이오?

 

그레거스 

진짜 결혼 생활의 기초를 닦아 주려는 거지요. - 315-316

 

렐링

미안합니다만, 당신의 운명이란 게 대체 뭐죠?

그레거스

(나가려다가) 식탁에 앉은 열세 번째 사람이 되는 일이죠. - 349

 

- 헨리크 입센, <들오리>, 동서문화사, 2016

 

그레거스의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제가 많이 그랬거든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건 이래야 되고 저건 저래야 된다고 많이 그랬습니다. 

 

그레거스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전체의 어느 한 부분입니다. 수많은 별들이 모여 밤하늘을 이루듯이 이런 저런 요런 그런 많은 것들이 이래 저래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거지요. 

 

저 넓은 우주에 빛나는 별이 태양만은 아닙니다. 태양이 사라진다고 해서 우주의 모든 빛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구요. 

렐링이 그랬죠. 급성 정의병이라고. 사람과 사회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크고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요술봉 같은 것이 있을까요? 이렇게만 하면, 이것만 믿으면, 이 사람만 따라가면 모든 일들을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한 알의 약으로, 한 방의 침으로 모든 질병을 낫게 할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바라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인간의 삶이나 사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게 문제겠지요. 

 

요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여러 날째 약도 먹고 물리 치료도 계속 받고 있어요. 의사가 그러더라구요.

 

천천히 , 아주 천천히 좋아질 거에요.

 

신천지 교인들. huffingtonpost

단순하고 성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역사적 임무나 종교적 사명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마치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하라는 것 같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 마음이 들면 쉽게 포기하지도 않고, 방향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도 잘 하지 않겠지요. 

 

남들이 보면 그 사람을 되레 괴롭히는 길이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정말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여기는 거지요. 

 

악과 타락과 부정의에 빠졌으니 내가 구원해주겠다, 나에게는 구원해줘야할 의무가 있다는 식이지요. 

 

개인도 그렇고 종교나 정치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지요. 

 

급성 정의병에 사명감까지 더해지면 말리기 힘들어요. 

 

더 나은 길, 더 좋은 길을 찾아가되

사람과 사회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삶이나 말을 깊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래야죠.

 

그리고 내가 그러든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러든

단번에 한방에 완전히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마음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