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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잘못이 아닌데 자기 잘못으로 여기는

순돌이 아빠^.^ 2021. 9. 19. 09:39

헤드비

(소파에 엎드린 채) 아, 죽는 편이 낫겠어요!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거죠? 

나, 아빠가 왜 저러시는지 알아요. 제가 아빠의 친딸이 아닌 거죠? - 327

 

- 헨리크 입센, <들오리>, 동서문화사, 2016

헤드비가 바라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어요. 

 

부자가 아니어도 아빠가 잘나가는 직업을 가진 것이 아니어도 

지금처럼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즐겁게 사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빠인 얄마르가

헤드비가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인지 아닌지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엄마인 지나와 다투더니 집을 나가버린 거지요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헤드비는 집을 나가버린 아빠를 애타게 찾아요.

그리고 자신에게 잘못이나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요

 

헤드비가 태어나는데 정자를 제공한 사람이 얄마르이든 아니든 헤드비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헤드비는 자기에게 잘못이 있다는 거에요

 

빨리 아빠가 돌아왔으면 좋겠고 어서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아빠가 왜 저러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하고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있고 누군가 잘못을 저지를 것일테고

어쩌면 그게 나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쨌든 내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테니 아빠가 빨리 돌아와서 웃어줬으면 좋겠고...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고

큰 일이 갑자기 벌어져서 혼란스러운 헤드비가

찾아낸 해결 방법이 자신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