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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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평등을 향해 조금이라도 전진할 때마다 반격은 마치 문화계에 잠시 만개했던 페미니즘에 찬물을 끼얹는 필연적인 이른 서리처럼 다시 등장한다. 미국 문학가 앤 더글러스는 “다른 유형의 ‘진보’와는 달리 우리 문화 내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은 항상 이상하게 원상회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여성사학자들은 수년간 미국 페미니즘의 “가다 서다 하는 행보”와 “발작적인 움직임” “자꾸 끊어지는 걸음걸이” 앞에서 어리둥절했다. - 109
반격이 진행 중일 때는 그 어떤 여장부라 해도 주눅이 들 수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하는 사회 분위기가 고조되고, 반격의 잔혹한 혀가 관습을 무시하는 선구적인 여성을 닦아세우는 끔찍한 처벌을 용인 가능한 분위기로 만들기 때문이다. - 125
마거릿 컬킨 배닝은 1935년 여성의 권리에 대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많은 성과가 있었고…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남성들의 울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말없이 크고 깊어졌다” - 126
여론조사 전문가 루이스 해리스의 표현처럼 경제적 양극화는 지난 15년 내에서 가장 극적인 태도 변화를 야기했다. 스스로를 ‘무력한’ 기분이라고 설명하는 미국인의 비중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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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연구의 전국 샘플 중에서 5분의 1이나 차지하는 이 집단은 주로 소득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지고 있는(그래서 이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중위 연령 33세의 결혼하지 않은 젊은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베이비 붐 세대의 가난한 남동생들로…양켈로비치 보고서는 화가 가득한 이 젊은 남성들을 완곡하게 ‘도전자들’이라고 불렀다.
이 집단에 속한 남성들에게는 또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페미니즘을 두려워하고 비방한다는 점이다. - 134
이 시대의 경제적 희생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훔쳐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절도범이 여성이라고 의심한다. - 136
고통에 신음하는 남성들에게 부채를 살찌우고 일자리를 게워 내는 기업 담보 차입 매수, 1987년 블랙먼데이 주식시장 붕괴로 폭삭 주저앉은 투기 붐, 노조의 무력화, 빈민에 대한 레이건의 대대적인 지출 감축과 부자를 위한 세금우대 조치, 4인 가족을 빈곤선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최저임금, 평균 노동자 소득의 거의 절반을 먹어치우는 터무니 없는 주택 비용 같은 경제적 양극화의 진짜 기원은너무멀어 보이거나 추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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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얼굴을 알 수 없을 때 사회는 그것을 만들어 낸다. 하락하는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과도한 집값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불안 같은 것들은 공격 대상을 필요로 하는데, 1980년에는 그것이 대체로 여성들이었다 - 137
뉴라이트 지도자들은 신도가 줄어들고 있는 시골의 근본주의 성직자들과 청중이 감소하고 있는 방송용 설교사들이었다. 복음주의 교회 신도들이 꾸준히 교외와 도시로 이주해 가고 젊은 세대는 종교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시골 교회들은 점점 비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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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시모어 마틴 립셋과 얼랍은 현대 미국의 정치에서 나타나는 이런 주기적인 현상을 연구하면서 “반격의 정치는 자신들의 중요도, 영향력,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집단에 의한 반동을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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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배 질서를 옹호하려 하기보다는 철이 지난 질서나 상상 속의 질서를 복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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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열마이 좌절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사회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 불안정한 경제적 사다리에서 견실한 발판을 찾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이런 근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최소한 혹독한 응징으로 위안을 얻고자 할 수는 있었다. 컨버디브코커스의 설립자 하워드 필립스의 선언대로 “우리는 우리에게 반기를 든 사람에게 복수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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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면, 최소한 자신들에게서 행운을 빼앗아 갔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처벌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반격의 움직임이 일어날 때마다 매번 선호하는 희생양이 있었다. 미국보호협회에게는 천구교 신자들이 그런 조건에 부합했고, 코울린 목사의 ‘사회정의’ 운동엔 유대인들이 그러했으며, 당연히 KKK단에게는 흑인들이 그랬다. 그리고 뉴라이트에게 주적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이었다. - 364
뉴라이트가 공산주의나 인종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매달렸다는 점은 그 자체로 지난 10년 동안의 여성운동의 힘과 지위를 입증하는 증거였다. 학자인 로절린드 폴락 페체스키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 여성해방운동은 보수적인 가치와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성 해방 개념 때문에 ‘생활방식’이 위태로워진 커다란 집단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미국에서 가장 역동인 사회 변화 세력이 되었다.” - 366
- 수전 팔루디, <백래시-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아르테, 2021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064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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