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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론녹>을 보고

순돌이 아빠^.^ 2022. 10. 3. 23:09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더 폴>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스웨덴을 배경으로 합니다. <살인의 추억>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마인드헌터>는 미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아론녹>은 인도를 배경으로 하구요. 

지역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남자가 2.연쇄적으로 3.살인을 했는데 그 대상은 모두 4.여성입니다. 

남성-연쇄-여성-살인범인 거지요.

가해자가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연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집단의 피해를 생각하면 가해자의 행동이 연쇄냐 아니냐를 떠나 여성은  연쇄적이고 지속적으로 살해당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둘러싼 힘과 권력’들’

<아론녹>에서 에이미가 살해되는 과정을 보면 한 놈만 직접적인 범인/가해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살인자와 에이미를 둘러싼 여러가지 힘과 권력’들’이 작동합니다. 

가장 큰 것은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 사이의 힘과 권력입니다. 여성을 제압하고, 여성의 의지에 반해서 폭력을 행사하지요.

아론녹

카메라를 가해자-피해자 두 사람에게만 두지 않고 좀 더 멀리서 앵글을 잡으면 훨씬 많은 사람이 등장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인물과 행동을 보게 됩니다. 

먼저 한 가해자의 부모가 나섭니다. 정부 고위직에 있으면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한공주>에서 피해자 여성을 공격하던 가해자의 부모들도 그랬지요. 

한공주

<아론녹>의 또다른 가해자는 자기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에이미 살해를 지시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도 개입합니다. 증거와 보고서를 조작하고, 경찰의 수사 방향을 엉뚱한 방향으로 틀게 만듭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범인이 아닌 것으로 증언을 하게 만들지요.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럴만한 힘과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구요.

김학의 사건과 닮은 점

김학의는 특수강간 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았지만 결국 법적으로는 무죄인 것처럼 되었습니다. 

한겨레

이 사건을 보면 가해자는 김학의만이 아닙니다. 에이미의 강간/살인에 여러 사람이 얽혀 있듯이 김학의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김학의도 있고 윤중천도 있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이 김학의에게 성접대를 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피해 여성들이 생겼던 거지요.

그리고 경찰과 검찰은 물론이고 당시 박근혜의 청와대, 정당인 국민의 힘, 언론인 조선일보 등이 이 사건에 개입합니다. 

https://youtu.be/Q_3yYa33UBY

PD수첩-김학의 무죄 9년의 기록.전반부. MBC

<아론녹>에서 담당 수사 경찰들은 상부로부터 이상한 압력을 받습니다. 범인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을 범인으로 찍어서 얼른 수사를 종결하라는 겁니다. 

김학의 사건에서 수사관들 또한 비슷한 압력을 받습니다. 김학의 사건이 아니라 건설업자 사건으로 수사 방향을 바꾸라는 식이었다 하지요.

<아론녹>에서 수사 경찰들은 신분상의 위협도 받습니다. 김학의 사건에서 담당 수사관들 또한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지고, 비수사 부서로 배치되었다 하지요.

아론녹

<아론녹>에서 나쁜놈들은 자신의 죄가 드러나자 네팔로 도망을 가려 합니다. 이를 막아서는 경찰이 있구요.

김학의도 태국으로 도망가려 했습니다. 김학의 도피를 막으려고 나선 검사들이 있었구요.

그런데 국민의 힘과 조선일보 등은 해외 도피를 막은 사람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며 비난을 하고 몰아 세웁니다. 

KBS

웃기지요?

김학의의 범죄에 대해서는 가만 있던 자들이, 김학의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을 기회로 시끄럽게 떠들어댑니다. 

그들은 피해자의 편인가요 가해자의 편인가요. 

그 사람/조직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보면 잘 드러나겠지요.

아론녹

<아론녹>에서 가해자 편에 선 무리들이 증거와 보고서를 조작합니다. 

김학의 사건에서는 중요한 증거였던 동영상을 검찰이 확보/확인하고서도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했지요. 

할 일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아론녹>이든 김학의 사건이든 국가와 수사 기관이 가해자의 편에 섰기 때문이겠지요.

왜 피해자의 편이 아니라 가해자의 편에 섰을까요

장관의 아들. 아론녹

<아론녹>에서는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와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어느정도 나옵니다. 

나중에라도 김학의 사건을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든다면 우리가 그 과정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까요

정치권과 검찰에서 누가 왜 경찰에 압력을 넣었는지, 담당 검사들은 누구로부터 어떤 얘기를 듣고 뻔한 증거를 무시하고 김학의를 무죄로 만들어줬는지 등 말입니다. 

아론녹

<아론녹>에서 한 가해자가 붙잡힙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그 놈 집안이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처벌이 약해질 수 있을 겁니다

김학의와 그의 패거리들이 힘이 있어서 김학의는 아예 처벌을 받지 않았구요.

<아론녹>과 김학의 사건은 인도와 한국이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가해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권력’들’은 그리도 비슷하게 움직일까요

국적만 다를뿐 다른 인간을 지배하려는 경향이 비슷하기 때문일까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사고와 행동은 세계 어디를 가든 저절로 닮게 마련인 걸까요

범죄자의 마음/정신

직접적인 가해자-피해자 관계를 떠나 더 넓은 범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가해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있습니다. 

마인드헌터

<마인드헌터>는 범죄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범죄자들의 내면을 분석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거지요.

만약 언젠가/누가 감옥에 있는 김학의를 인터뷰할 수 있다면 그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여성들을 그리 괴롭혔는지, 왜 그런 인성/심성을 갖게 되었는지, 그가 가진 검사라는 권력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등에 대해 어느만큼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아론녹>의  한 가해자는 공부를 아주 잘합니다. 나중에 아주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지요.

김학의도 검사가 되었으니 사법 시험을 통과 했겠지요. 법무부 차관까지 되었구요.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꼭 인성이 좋은 건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높은 성적이나 지위도 그런 인간들의 정신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론녹>에서 살인범이 한 여성 피해자를 ‘내 것’이라고 지칭합니다. 

가장 중요한 해당 여성의 의견은 물론이고 남들이 봐도 전혀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 남성 범죄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지점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가 그동안 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에 관한 심리적 동기를 유추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구요.

일단 여성을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소유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상대 인간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거지요

또한 ‘내 것’이라는 것은 상대 인간을 나와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사물이나 물건처럼 여기는 겁니다. 

그리고 또한 ‘내 것’이 됨으로써 나의 욕망이나 필요를 위해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이런 내면의 상태를 가진 인간이 물리력을 앞세워 상대 여성을 제압한 뒤에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고 죽이고 그러는 거지요. 

더 폴

<더 폴>의 그 놈도, <아론녹>의 그 놈도 겉으로는 멀쩡(?)합니다. 평소에는 전혀 그런 인간처럼 보이지 않지요.

김학의도 평소에는 다른 검사들한테 사람 좋기로 소문 났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특정 상황/관계에서만 잔인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아론녹>에서 동네 사람들은 표범 인간이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고 믿습니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짐승인 존재가 밀림 속에 있다 한번씩 나타난다는 거지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짐승인 그런 존재는 상상 속에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멀쩡(?)하게 생활하다, 때가 되면 감추고 있던 폭력성을 드러내는 인간은 세상 곳곳에 있을 거구요

법적 처벌과 사적인 복수 

<아론녹>의 마지막에 보면 두 사람이 숲속에서 범인을 잡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가까이 경찰이 있는데도 이들은 범인을 넘기지 않고 나무에 매답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말하지요. 

동네 사람들을 불러 오세요

드라마는 여기까지 보여줍니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왜 범인을 경찰에게 넘기지 않고 나무에 거꾸로 매달았을까요? 범인이 피해 여성들을 죽인 뒤 매달았듯이 말입니다. 

동네에는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범인을 잡아 묶어뒀다는 소식을 듣고 숲으로 갔겠지요. 

그리고 어떻게 했을까요?

인도든 한국이든 사적인 복수를 법으로 허용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제가 만약 그런 일을 겪는다면 법적인 처벌만이 아니라 사적인 복수도 하고 싶어지지는 않을까요

만약에 누군가 김학의에게 사적인 복수를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적인 복수는 하면 안된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피해자에게는 복수할 권리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