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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델리 크라임>을 보고

순돌이 아빠^.^ 2022. 7. 10. 16:56

여러 해 전 인도 델리에서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6명의 남성들이 한 여성을 집단 강간한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보려고 켰다가…조금 보고 말았습니다. 화면도 어둡지만 마음도 무겁더라구요.

 

이번에 다시 시도해서 다 봤습니다.

 

잘 만들었다고 하기에는…그렇다고 못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잘’이라는 말을 하기가 입이 안 떨어집니다. 

 

왜냐하면…극의 내용을 보고 있으면 정말…아…인간이…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싸이코패스의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범죄의 잔혹함을 보여줍니다. 

 

‘델리 크라임’에서는 범죄자의 심리가 어떻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화면 없이 말로만 들려줄 뿐입니다.

 

그렇게 말로만 듣고 있어도…정말…

피해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이런 식의 말을 합니다.

 

저는 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찬성하는 편이지만 저 놈들은 모두 사형 시켰으면 좋겠어요

 

수많은 인도인들이 그런 생각을 했겠지요. 그 분노를 달리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저라도 저런 새끼들은 바로 죽여야 된다고 했을 겁니다.

 

이 사건을 두고 여러 사람의 모습, 여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여성 경찰인 바르티카. 바르티카는 피해자를 보고 가장 마음 아파하는  인물입니다. 다른 경찰에게 사건을 넘겼다가는 흐지부지 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자신이 직접 사건을 맡아서 범인 검거에 나섭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바르티카가 경찰 고위직에 있다는 겁니다. 그녀가 고위직에 있었기 때문에 남성 경찰들도 좀 더 움직일 수 있었겠지요.

 

1)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2) 여성 경찰에게 

3) 그런 힘이 없었다면 

4) 이 사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 경찰들이 범인 잡기에 열심입니다. 일선의 경찰들은 잠도 못자고 집에도 못가고 그럽니다.

 

그런데 참 우스운 꼴은 정치권입니다. 어느 나라나 있을 법한 일이지요.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꼴보기 싫었던 경찰청장을 짜르려고 하는 겁니다.

 

어떻게든 피해자를 살리고, 범인을 잡아 처벌하고,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책을 세워도 모자랄 판국에 그저 제 이익만 생각하는 인간들입니다. 

198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살인의 추억>도 떠오르더라구요. 거기보면 경찰들은 온통 시위 진압과 정권 수호에 동원되고 있지요.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들이 엉뚱한 곳에 힘을 빼고 있는 겁니다.

 

<델리 크라임>에 보면 심지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서에 전기가 나갑니다. 예산이 없어서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한 거지요. 

 

이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풍자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인도도 시민의 안전보다는 정권의 안전을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쓰고 있는 걸까요? 

언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언론…하…이 또한 어디에나 있을법 하지요. 모든 언론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자극적이거나 정확하지도 않은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들이 문제인 거겠지요.

 

어쨌거나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 CNN에까지 관련 내용이 나오니 윗선(?)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언론의 보도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이런 사건일수록 언론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거구요.

 

집단 강간에 항의하며 촛불을 들고 시위에 참여 중인 인도인들. the guardian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 긴장되는 순간이 많은 드라마입니다.

 

그만큼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피해자 여성은 결국 사망했습니다. 범인 가운데 1명은 자살하고, 4명은 사형을 당했구요. 1명은 미성년자로 복역하다 출소했다 합니다. 

 

1947년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습니다. 그런데 인도의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구글에서 인도 여성들과 관련된 뉴스 검색만 잠깐해봐도…아…정말…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싶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게 그 정도니 현실은 도대체…

시위에 참여 중인 찬드니

바르티카가 캐나다로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딸 찬드니에게 인도에도 좋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요. 바르티카의 말처럼 인도에 좋은 점도 많겠지요. 

 

그리고 찬드니가 24시간 언제나 혼자라도 안심하고 길을 걷고 전철을 타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루 빨리. 

 

설령 찬드니가 캐나다로 떠날 수 있다고 해도 나머지 99.99999%의 여성들은 죽을 때까지 인도에서 살게 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