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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허 핸즈>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3. 1. 16. 10:01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상황의 보여주는 훌륭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영화는 2021년 탈리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기 전에부터 직후까지를 보여줍니다.

인 허 핸즈. 넷플릭스

자리파 가파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일한 시장이었습니다. 여성이 시장이라고 조롱하는 사람도 많지요. 

여자는 요리하고 집에서 집안일 해야죠. 애들도 보고. 

남자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길에서 만난 한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 많은 것이 담겨 있네요. 한국인인 저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여성이 해야 할 일 : 요리, 집안일, 애보기

여성이 하지 말아야 할 일 : 남자한테 이래라저래라

결국 남성이 이래라저래라 하면 거기에 복종하고, 집안일과 육아를 하라는 거네요. 

신기(?)하지요? 나라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세상 곳곳에 있으니. 서로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걸까요.

소위 '나대는' 여성을 꼴보기 싫어하는 심리는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기나 한 걸까요?

아무튼 남성들의 이런 생각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생각이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는 거에요.

mbc

탈리반은 시장이 여성이라고 그 일을 그만 두라고 해요. 죽이겠다고 협박 편지를 보내고, 실제로 총을 쏴서 죽이려고 해요. 다행히 자리파는 위기를 벗어나지요.

하지만 군인이었던 자리파의 아버지는 집앞에서 탈리반의 총에 맞아 죽어요. 

여성을 차별하고 지배하려는 심리와 태도에 공격성이 더해지고, 거기에 폭력이 결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에요.

겉으로 드러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이 정도면 드러나지 않는 폭력은 어느정도일까요.

 

1시간반가량의 영화 시간 속에서도 자리파가 겪는 수많은 위험들이 나타나요. 영화로 표현된 게 이 정도면 실제로는 어느정도였을까?

만약 제가 자리파의 입장이었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포기했을 가능성도 높을 거에요. 왜냐하면 저 하나 죽는 거는 그렇다 해도, 제 주변 사람들까지 죽이겠다고 달려드는데…

무섭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할테고,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야 하는 게 피곤하고 힘들어서라도.

더 라스트 걸

탈리반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을 강요하지요. 자리파의 여동생들이 밥을 먹으며 이런 말을 해요.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보다 탈레반과 결혼하는 게 낫지 않아?

아니, 그냥 뛰어내릴래.

웃으며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이것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실이겠지요. 

 

영화 <모술>이나 책 <더 라스트 걸>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옵니다. ISIS가 여성들을 노예로 삼아서 섹스를 하고 일을 시키지요. 

그들에게 여성은 하나의 인격이나 생명으로 존중할 대상이 아니라 내것으로 만들어서 내가 시키는대로 복종하게 만들어야 할 물건이나 도구쯤 되는 거지요. 

mbc

탈리반의 문제와 함께 나오는 것이 무너진 아프가니스탄 정부입니다. 

외부에서 엄청난 양의 돈과 무기 공급 등이 이루어졌지요. 하지만 미군이 떠나자마자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고, 대통령을 얼른 돈을 챙겨 날랐지요.

해외원조를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놈들이 꿀꺽꿀꺽한 것은 물론이고, 각종 무기도 탈리반에게 넘어갔습니다. 

탈리반과 싸우라고 보내온 무기가 순식간에 탈리반 손에 들어가 있는 거지요.

 

2021년 탈리반이 카불을 점령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졌습니다. 분명히 정부군이 있었지요. 하지만 일부 군인들이 용감하게 싸운 것 말고는 탈리반은 아주 쉽게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했습니다.

싸울 의지가 없는 군인들이 많았고, 탈리반과 맞서 싸우느니 탈리반 쪽으로 넘어간 경우도 많았지요.

 

민심이 부정부패가 만연한 정부를 떠난 상황에서 탈리반은 쉽게 전역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상황은 하나 하나 차곡차곡 악화되고 있지요. 

BBC

상황이 이런데도 거리에서 여성의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용감한지...

영화에서 자리파는 탈리반의 카불 장악 직전에 독일로 탈출합니다. 죽을 게 뻔하니까요.

그런데 얼마 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자리파는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갑니다.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지요.

그냥 독일에 남아 있어도 될 건데…

 

자리파는 왜 그랬을까요. 왜 죽을지 살지 알 수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갔을까요

그것이 용기이고 의지이고 애정이겠지요.

인 허 핸즈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어떻게 될까요?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길을 걷고,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봐서는 이렇게 될지 저렇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좋아지지 않을 거라는 거에요. 

제목이 ‘인 허 핸즈(in her hands)’인데,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결국 그녀들에게, 그녀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일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탈리반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인권도 자유도 평등도 그녀들의 손에 따라 더 나아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영화에는 자파리의 수많은 마음들이 드러나요

기쁨 희망 의지 슬픔 안타까움 죄책감 등등등.

 

살아 있고, 살아 있는 마음을 가진 여성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바꾸는 주역이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