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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달레, <앵그리 맨>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23. 8. 31. 13:50

정말 마음 울렁이는 책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기 힘들어요.당장에 저의 이야기 같거든요.

제가 겪었던 그 불안과 긴장과 두려움과 혼란과도 많이 닮아 있어요. 제가 겪은 일이 저만의 일은 아닌가봐요.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아요.
저도 한창 어른이 되었고, 그런 일을 겪고 참지 않을만큼 힘도 생겼으니까요.

bbc

그렇다고 그 아픈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문득 문득 떠오르거나 불쑥 불쑥 솟아나면 여전히 힘들고 아파요.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그것들을 내 삶의 일부로 안고 살아요.
지금 이렇게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제가 겪은 일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누군가
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 속의 이야기와 같은 상황에서 살고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수용소에 갇힌 것마냥 외부와 고립된 채
하루 하루 지배자의 눈치나 살피고 기분이나 맞추고
그러다 욕을 하면 욕을 먹고 때리면 두들겨 맞으며…

bbc

누군가
어떤 아이가 앵그리맨 때문에 힘겨워 하고 있다면
<앵그리맨>을 읽고 니 잘못이 아니라는 것부터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혼자서 해결하기는 어려우니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도 하고 싶구요.

다시 안 그럴게, 다시는 안 그럴게 하지만 앵그리맨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아요.
그 사람의 성격이 좋고 나쁘고 문제가 아니에요.
다리나 팔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 움직이기 불편하다면 그건 그 사람의 성격과 관계없이 병이고 치료를 해야 할 일이에요.
앵그리맨도 마찬가지에요.
마음과 뇌에 병이 있는 것이 치료를 받지 않으며 좋아지기 쉽지 않을 거에요. 

도움을 구하고 탈출할 수 있기를.
죄 없이 갇힌 사람들이 수용소를 탈출하듯이

이 책이 당신의 삶의 바꾸는 내 인생의 책이 되길 빌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그로 달레, <앵그리 맨>, 내인생의책

보이가 귀를 기울여요, 거실에 누가 있네요, 아빠예요.

아빠가 말이 없나요?
아니면 기분이 좋은가요? 마음이 편안한가요?
맞아요. 지금 아빠는 편안해요. 아빠는 기분이 좋아요!

아빠가 말이 없어요.

보이가 아빠를 쳐다봐요.
아빠가 왜 이렇게 말이 없을까요?
아빠가 피곤한가요? 졸린가요? 기분이 안 좋나요?

“쉿, 조용히 하렴” 엄마가 말해요.
보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거실에 뭔가가 도사리고 있어요.
집 안에 뭔가가 숨어 있어요.
아빠예요.
보이는 숨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들어요.
꼭 쥔 손이 아파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해요.
몸은 보이의 말을 듣지 않아요. 

엄마는 보이를 무릎에 앉혀요.
엄마는 뭔가를 중얼거려요.
쉿, 엄마도 말을 해선 안 돼요.
엄마는 보이를 꼭 끌어안아요. 보이의 다리가 떨려요.

엄마는 보이를 꼭 끌어안고
손으로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요
시계 종이 백 번이나 칠 때까지요.

아빠가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나? 뭘 잘못 말했나?
보이는 고개를 파묻고 마음속으로 생각해요 

아빠 제발 앵그리맨이 못 나오게 해 주세요.
못 오게 해 주세요. 착해질게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 숨도 안 쉴게요 

방이 사방에서 벽 쪽으로 주여들어 와요.
천장마저도 숨을 죽이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엄마는 그 말만 계속해요.

엄마가 보이를 데리고 방에서 나가요.
앵그리맨이 따라와요.
엄마가 보이를 데리고 계단을 올라가요.
앵그리맨이 따라와요.
엄마가 보이를 데리고 보이 방으로 들어가요.
앵그리맨이 따라와요.

“가만히 방에 있으렴”
엄마는 점점 커지고 강해지더니
앵그리맨 앞에 우뚝 서요.
길목에 서서 정지 표지판이 돼요.
하나의 벽이 돼요.

그만해 제발 그만!

“보이, 얼른 자라”
“엄마, 엄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자라니까!”
엄마는 가위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하지만 보이는 잘 수가 없어요. 벽 너머로 다 들리는걸요.
“엄마, 우리 엄마.
앵그리맨이 엄마를 데려가면 안 돼요”

거실에서 불이 나요. 앵그리맨이 타오르고 있어요.
불길 속에 언뜻언뜻 엄마의 모습이 보여요.
가엾은 엄마, 엄마는 너무나 작아 보여요.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앵그리맨은 집보다도 크고, 산보다도 크고, 
그 어떤 것보다도 커요.

불길 속에서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엄마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요

파란 언덕 너머
상상 속에서
보이는새하얀 개와 놀고 있어요
잔디밭을 맨발로 뛰어다녀요.

산책을 나가서 보이가 소리쳐요.
하얀 개도 즐겁게 짖어요.
즐겁게 즐겁게.
하하 호호.
하하 호호.

아빠는 앵그맨이 지나간 자리를 보았어요.
그릇들은 깨지고, 벽에는 흠집이 패고, 문짝은 부서졌어요.
아빠는 엄마를 보았어요.
그리고 아빠 손 안의 앵그리맨을 들여다봐요.
….
“다시는 화내지 않을게.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하마”
아빠는 지난번에도 이렇게 말했어요.
지지난번에도요. 

“가엾은 사람”
엄마가 옷장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와
아빠의 붉고 커다란 손에 매 줘요.

“어디가 아파요?” 엄마가 물어요
“거기, 여기, 저기, 여기”
아빠가 말하며 훌쩍거려요.
엄마는 아픈 곳마다 흰 손수건을 감아 줘요. 

“잘할게”
“약속하마”
아빠가 수만 개의 눈물로 부서져 내려요.
모두 아빠를 감싸 안아야 해요.
안 그럼 아빠는 말라 버리고 말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