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쿠>라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덕수 총리의 말을 전하는 언론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달려 있던 댓글을 순서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싸패새끼들... 피해자탓좀 그만해
이정도면 무슨 싸패만 정치인 할수잇는거임?
와 어떻게 이렇게나 인간같지 않은 사람만 모았을까...
미친 새끼 이런게 총리라고ㅡㅡ
미친 이번 정부는 죄다 싸패집단이냐?
ㅋㅋㅋㅋㅋㅋㅋ매번 새로움을 주네ㅋㅋㅋ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ㅋㅋ
ㅇㅏ니 욕이 아니고 한덕수 이사람은 ㄹㅇ 싸패성향있어보임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공통점: 친일매국, 싸패, 무능, 지적능력 부족
제가 일부러 ‘싸패’라는 단어가 들어간 글들만 모은 것이 아니라,
제가 본 그 시각에 달려 있던 댓글에 ‘싸패’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 있던 겁니다.
아마도 이 단어는 싸이코패스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정말 싸이코패스일까요?
사이코패스와 공감능력
한덕수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이상한 말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요.
10월29일 참사가 발생하고, 11월1일에 관련 외신기자회견에서 농담을 했지요. 자기가 대답할 일도 아닌데도 일부러 나서서 웃으며 농담을 했지요. 통역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영어로 말을 하면서까지.
한덕수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저는 모릅니다. 게다가 누군가를 사이코패스냐 아니냐로 지칭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해야 할 겁니다.
어느 친구가 ‘나 오늘 기분이 좀 별로야’라고 했다고 ‘너 우울증이네’라고 하기는 어렵겠지요. ‘나 오늘 졸라 짜증나’라고 했다고 ‘너 분노조절장애야?’라고 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범죄자가 모두 사이코패스인 것도 아니구요.
그렇다고 한덕수를 향해 ‘싸이코패스야?’라고 화를 냈던 분들이 잘못했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그분들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어떤 마음에서 싸이코패스냐라고 물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05449
한덕수를 향해 공감능력이 없다고 욕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글자 그대로 하면 공감은 함께 공共, 느낄 감感입니다. 윤석열이나 한덕수가 좋아하는 영어를 찾아봐도 비슷합니다.
sympathy : 어원 sym(공통으로)+pathos(느끼는 것)
함께 느끼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감정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야, 그걸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도 알아채고 함께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만약 내가 감정이라는 걸 잘 못 느끼거나 뇌/정신에서 감정의 기능이 아주 약한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함께 할 수도 없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쪽 대뇌반구가 감정 처리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사이코패스는 뇌의 어느 쪽에서도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정을 통제하는 뇌 활동이 양쪽으로 나뉘어진 채 집중되지 못한 결과이며, 이들은 피상적이고 색채 없는 정서적 결핍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
이들의 자아상은 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랑, 통찰력, 동정심과 같은 추상적 개념이 아닌 재산이나 성공, 권력과 같은 가시적 항목에 의해 정의된다.
-로버트 D.헤어, <진단명 :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한덕수에게 공감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저는 모릅니다. 단편적인 장면들만 가지고 그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한덕수에게 공감능력이 없다고 비판하는 분들의 입장은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희집 강아지 순돌이는 맨발로 다닙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눈이 많이 오면 산책을 하다 발이 시리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별다른 사회적 지위가 없는 저도 강아지의 발이 시리지는 않을까 걱정합니다.
그런데 한 국가의 총리가 159(158+1)명이 죽은 안타까운 일을 앞에 놓고 실실 웃으며 농담이나 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다 결국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말을 한다는 게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재산과 지위를 그렇게 쌓아오는동안 왜 공감능력은 키우지 못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니면 공감능력은 부족하고 욕심은 많아서,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그렇게 재산과 지위를 쌓아올릴 수 있었던 걸까요?
측은지심 그리고 반사회성
윤석열이요?
한덕수와 윤석열 둘 다 공감 능력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타인의 고통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같은 것들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아요.
맹자는 <맹자>에서 측은지심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을 가지고 있다.
선왕들에게는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였다.
…
사람들은 누구나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이다. 만약 지금 어떤 사람이 문득 한 어린아이가 우물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고, 마을 사람과 친구들로부터 어린 아이를 구했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며, 어린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싫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이것을 통해서 볼 때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 106
- <맹자>, 박경환 옮김, 홍익출판사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에게는 당연히 측은지심이란 게 있다는 거지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모든 사람이 측은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고, 또 당연히 다른 사람도 가지고 있을 거라 예상하는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가지고 있다해도 아주 희미한 사람들이 있는 거지요.
그래서 측은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어? 뭐 저런 인간이 있지?' 하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1.측은지심은 없으면서
2.다른 사람들을 공격하여
3.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더욱 화가 나지요.
상황이 이 수준에 이르면 개인의 심리 상태를 넘어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됩니다.
죄의식이나 수치심에 가로막혀 욕구를 억제하는 법이 없는 당신의 냉혈적인 기질은 무슨 일이든 가능하게 한다.
…
어쩌면 당신은 돈과 권력을 갈망하고, 비록 양심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IQ는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추구하는 추진력과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 같으면 성공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끈질긴 양심의 목소리 때문에 포기하고 마는 일들도 감쪽같이 해치운다. 당신은 사업이나 정치, 법률업, 은행업, 국제개발, 또는 그 외의 여러 권력지향적인 직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일상적 도덕이나 법적 장애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차디찬 열정으로 이력을 쌓아나간다.
…
사람들을 떨게 만드는 일은 당신에게 권력이 있음을 의미하고(어쩌면 이는 당신이 권력을 이해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사람들을 겁주는 일은 아드레날린을 마구 분비시킨다. 그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 마사 스타우트,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
이들의 반사회적 인격은 개인의 뿌리 깊은 성향일수도 있고, 아니면 특정한 상황이나 관계에서 강하게 표출될 수도 있을 겁니다.
경쟁과 투쟁, 정치와 권력 관계에서 더 강하게 드러날 수도 있는 거겠지요.
https://youtu.be/IjB5uf75WAk
대부분의 인간은 타인의 죽음 앞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사람이 죽었으니, 일단 그 죽음 앞에서는 거친 말을 쏟아내거나 고인을 욕 보이는 행동은 자제하지요.
누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됩니다. 그만큼 죽음이란 인간에게 큰 의미인 거니까요.
그런데 타인의 죽음을 아파하지도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을 기회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일수도 있고, 언론일 수도 있고, 검찰/경찰일 수도 있지요.
사람이 150명 넘게 갑작스레 죽었는데 이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개인으로 치면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건 아닌지 의심할 거고, 집단으로 치면 그 집단 자체의 반사회성을 지적해야겠지요.
우리는 흔히 나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 내가 전혀 책임이 없을 일에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런 경향이나 심성을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것으로 여깁니다. 도덕이나 윤리의 출발도 여기에 있구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치면 좋을지 생각해 보면 됩니다.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21207010003317
그에 비해 남들이야 죽든 말든 나만 권력과 이익을 챙기면 그만인 인간들은 반사회적인 인간/집단이라고 비난합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거나
함께 이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조차 싫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구요.
물론 비난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은 정작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남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에게 욕을 한다는 건 더더욱 이상한 일이지요.
일부러 애써 모른체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남들이 왜 그렇게 말하고 욕하는지
아예 감이 안 잡힐 수도 있는 겁니다.
당신 자식들이 그런 일을 당했어도
창원시 의원 김미나의 막말에 항의하며 유가족이 눈물로 이야기를 합니다.
부디 역지사지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구요…국민 여러분 내 자식이 만약 그렇게 됐다면 악플 달고 댓글 달고 그 아픈 사람들의 가슴에 못 박으실 수 있으세요?
유가족이 국민의 힘 장제원 국회의원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그렇게 죽어도 국정조사에 반대하겠냐고.
그러면서 말합니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고.
그리고 이런 물음에는 당신도 나와 같이 자식을 잃게 되면,
나처럼 이렇게 고통스럽고
나처럼 이렇게 눈물이 나고
나처럼 도대체 내 자식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 그 진상을 알고 싶을 거라 마음이 있을 겁니다
대부분 보통의 우리가 갖는 마음이고 흔히 하는 말입니다.
니가 내 입장이 되어도 그러겠냐고.
정말 모든 부모가 자식을 잃으면 그렇게 아픔을 느끼고 고통스러울까요?
모든 부모가 자식을 잃으면 너무 너무 고통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역지사지나 니가 내 입장이 되어 봐라 라는 말이 통하겠지요.
그런데 만약 자식을 잃어도 그다지 슬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은 인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소시오패스들은 특히 감정의 얕은 깊이, 기막힐 정도의 무정함으로 유명하다. 스스로는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허울뿐인 감정이다. 그들에게는 추호의 공감도, 배우자와 감정적인 유대를 맺으려는 진정한 관심도 없다.
...
만약 결혼 상대가 소시오패스에게 어떤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은 소시오패스가 그 상대를 하나의 소유물, 즉 잃으면 화가 날지도 모르지만 결코 슬프거나 책임을 느끼지는 않는 그런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 마사 스타우트,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
자식을 잃어도 그다지 슬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은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이야기이지만.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감정 자체를 잘 못 느끼는 겁니다.
게다가 자식이고 가족이고 뭐고 간에 오직 자기 자신의 만족감, 성취감,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인간에게는 ‘니 자식이 죽어도 그럴 거냐’라는 말이 별 소용 없을 겁니다.
지 자식이 죽거나 말거나 여전히 자기 이익이나 재미만 찾을 거니까요.
그런 인간들이 자식이 왜 그렇게 갑자기 죽었는지 정말 알고 싶어할까요?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지요. 진상을 알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함으로써 얻게 될 다른 이익을 바라는 겁니다.
돈이고 보상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내 자식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외침과 다른 겁니다.
만약 진상을 밝히는 게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되거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게 오히려 자신에게 손해다 싶으면 그냥 입을 닫을 겁니다.
범죄자들의 심리와 관련된 시리즈 <마인드헌터>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빌 : 닉슨도 소시오패스였어요
웬디 : 아주 비슷하죠
홀든 : 소시오패스가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돼요?
웬디 : 소시오패스가 아니면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돼요?
남들이야 죽거나 말거나, 고통으로 울부짖거나 말거나 나만 권력이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그만인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인간이기에 힘과 권력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거구요.
섬에서 혼자 그렇게 산다면야 상관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한 사회 속에서 산다면 위험한 인간들입니다.
그들의 지위가 높아가고, 그들이 가진 힘이 커질수록 더욱 위험합니다.
그래도 반성을 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냐구요?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으나, 아주 낮을 것 같습니다.
반성을 아예 안하는데 반성하라고 해봐야 소용 없는 거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데 너 자신을 돌아보라고 해봐야 입만 아픈 거지요.
설탕한테 짠맛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반성이나 죄책감 또한 뇌/마음의 기능이라고 본다면, 그런 기능을 아예 갖고 있지 않거나 거의 퇴화 되었다고 해도 될 겁니다.
우리와 같은, 그래도 우리와 비슷한, 아무리 그래도 인간인데…싶은 마음은 일찍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인간일지라도 심리적으로는 우리와는 아주 딴판이고, 언제든지 우리를 위협하고 공격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여기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778754&code=61111111&sid1=pol
그들처럼
그런 마음의 상태와
그런 힘과 권력을 가지고
그렇게 뭉쳐 있는 인간들은
150명이 아니라 1,500명이 죽어도
혹시 나에게 피해가 오진 않을까 책임을 묻진 않을까만 생각할 것이고
억울한 마음에 소리치며 울부짖는 사람들을 보고
니들이 아무리 그래봐라 바뀌는 게 있나 하며 조롱할 것입니다.
더욱더 거짓을 진실로 만들려 할 것이고
더욱더 진실을 찾는 사람들을 억압할 것이며
더욱더 비통함에 빠져 있는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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