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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세계관과 공격성

순돌이 아빠^.^ 2023. 1. 25. 13:22

모든 것을 실제의 모습과 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은밀한 허구적 가정

비밀결사체와 함께 전체주의 운동은 세상을 “피로 맹세한 형제들”과 불구 대천의 원수들로 이루어진 윤곽이 희미하고 불명료한 집단을 편을 가른다. 주변 세계에 대한 절대적인 적의에 기초한 이런 구분은 보통의 정당들이 당원과 비당원으로 사람들을 나누는 경향과는 매우 다르다. 정당과 개방적인 단체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을 분명하게 반대하는 사람들만 적으로 간주하는 반면, ‘명백하게 포함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다 배제된다’는 것이 비밀결사체의 원칙이다. 

‘결의 형제’ ‘결의 동지’ ‘결의 공동체’ 등의 용어들은 나치 문헌 곳곳에서 지겹도록 반복된다. 이는 부분적으로 이 단어들이 독일의 청년 운동에 대한 만연한 소년기적 낭만주의에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용어를 좀더 한정된 의미에서 사용한 사람은 주로 힘러였는데, 그는 그 용어들을 나치 친위대의 ‘핵심 구호’로 도입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구인의 국가 사회주의 결사로서 그리고 그 종족의 결의 공동체로서 변함없는 법칙에 따라 한 대열에 서서 먼 미래를 향해 향진한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절대적인 적의’라는 명확한 의미를 이 용어에 부여한다. 

“10억에서 15억이나 되는 인간 집단이 결속하여 우리에게 대항한다면, 독일 국민은…” - 126

기존 세계의 다양성과 차이를 개의치 않고 기존 세계에 저항하는 대중의 맹목적인 적의

….

조직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든 배제되며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나를 반대한다는 원칙에 따라 운용되는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세계는 모든 뉘앙스의 차이, 다원적인 측면을 상실한다. 

차이와 다원성은 그 세계 안에서 자리와 방향 감각을 상실한 대중에게는 단지 혼란스럽고 심지어 차기 힘든 것으로 느껴진다. 비밀결사체의 구성원들이 가진 것 같은 확고한 충성심을 이 대중에게 불어넣은 것은 비밀이라기보다 우리와 모든 다른 사람들을 이분하는 편가르기였다. - 132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 한길사

저는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벌어집니다.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고 길도 잘 못 찾으니까요.

안경을 벗고 있다가 안경을 끼면 세상이 아주 크게 달라보입니다. 희미하고 흐릿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보다 또렷하고 분명하게 보이지요.

세계관이란 건 제게 안경과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싶습니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시각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일 때는 특정한 유형이나 형태로 나타난다 합니다.

저건 사람, 저건 나무, 저건 자동차 등으로 보이도록 우리 뇌가 작동을 한다는 거지요. 

왜냐하면 그거 하나 하나 일일이 다 따져보고 있다가는 빠르게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할 수가 없으니까요.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다 분석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뉴스를 보고 듣는 그 순간,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판단하고 해석하고 분류합니다. 

그렇게 해야 아주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두루뭉실하게라도 정보를 처리해서 판단을 하고 행동을 계획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그 세계관이 좀 거시기할 때도 있지요.

제가 보기에는 좀 이상한데… 

뉴스앤조이

그들에게는 실제의 세계가 정말 그러한지 아닌지, 그들의 의견/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고, 세상이 그런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그 믿음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그들의 믿음이 실재이고 사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허구이고 거짓이어도 말입니다.

너에게 가는 길

<너에게 가는 길>이란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를 자식으로 둔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소수자들이 거리에서 행사를 벌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외치는 무리들이 달려듭니다.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욕을 하지요. 타인을 경멸하고 모욕하면서.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이제는 단순한 세계관의 차이를 넘게 되는 겁니다. 

jtbc

탕수육 양념을 부어서 먹을 거냐 찍어서 먹을 거냐는 단순한 선택의 차이이고 취향의 차이입니다. 

그걸 가지고 욕을 할 일도 싸울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와 성적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욕을 하고 싸우고 때린다면 그건 이미 단순한 차이 이상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928155400104

 

탈레반에 떠는 아프간 성소수자들…'투석형' 공포 확산 | 연합뉴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20년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자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 등 성 소수자들도 과거처럼 '투석...

www.yna.co.kr

아프가니스탄 탈리반 같은 무리들은 동성애자를 죽여야 한다고 합니다. 

세계관의 문제이자 공격성의 문제이고 폭력의 문제인 거지요.

내가 생각하는대로의 성性적 존재가 아니거나, 내가 하고 있는대로 성적 행위를 하지 않으면 죽여서라도 없애버리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아프가니스탄에는 이슬람을 내세운 탈리반이 있고, 한국에는 기독교를 내세운 탈리반을 닮은 무리들이 있는 거겠지요. 

연합뉴스

우리 대부분은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욕을 하거나 공격을 하거나 싸우려들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는 그냥 그런가보다, 나와는 다른가보다, 저 사람은 저런가보다 하지요.

저는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독교인을 욕하거나 손가락질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건 그냥 그 사람들의 삶이니까요.

University of Jordan

예전에 요르단에서 한 무슬림과 여러차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에게 신과 이슬람을 믿으라고 권하기도 했고, 관련된 책을 주기도 하더라구요.

그렇지만 저에게 왜 믿지 않느냐고 따지지도 않고, 불신자라고 해서 윽박지르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이메일을 주고 받기도 했지요. 

세상에는 신을 믿는 사람도 있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의 신은 믿으면서,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도 있구요.. 

신의 존재는 부정하지만, 신을 믿는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도 있지요.

신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함께 모여 대화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함께 춤을 추는 일도 흔한 일입니다. 

신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세계가 완전히 분리되어 크고 두꺼운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게 아닌 거지요. 

카톨릭에는 냉담자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종교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덜 적극적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신을 믿는 기독교인 가운데도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겠지요. 

그리고 베를린에서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들을 조사하면 상당수는 종교 활동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유대인 또는 무슬림 남성의 경우 머리에 무언가를 쓰고 수염을 기른 채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서만 산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일부의 모습일뿐입니다. 많은 사람은 수염을 기르지도 않고 머리에 무언가를 쓰지도 않습니다.  

1981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학 모습. @VisitAfganistan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런 저런 모습으로 어울려 살고 있는 세상인데, 일부 극단적이고 과격한 사람들이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종교가 다르다고, 인종이 다르고, 민족이 다르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지요.

적이라고 하고, 기생충이라고, 악마들이라고 합니다. 

https://www.bbc.com/korean/news-61435386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등교하는 아프간 학생들 - BBC News 코리아

학교, 병원, 대학교, 거리 가리지 않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www.bbc.com

피해자/희생자들이 무슨 중요한 잘못을 저질렀느냐 아니냐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습니다. 

가해자들의 비뚤어진 세계관에 공격성과 폭력이 더해지면서 벌어지는 일이겠지요. 

ytn

윤석열이 이란을 아랍에미리트의 적이라고 했지요. 아랍 에미리트는 대한민국의 형제라고 하면서.

사실도 아니거니와 할 필요도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윤석열에게는 그것이 사실이고, 하고 싶은 말인 거지요. 

북한을 대한민국의 적이라고 하고, 일본은 가장 가깝고 중요한 이웃이라고도 했지요.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11715181570326

 

尹대통령 "日, 가장 가깝고 중요한 이웃…조속히 현안 해결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한국과 일본은 안보,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필요로 하는 가장 가깝고 중요한 이웃"이라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윤 대통...

www.pressian.com

히틀러와 나치가 그랬고, 스탈린과 소련이 그랬듯이 세상을 자꾸 형제와 적으로 나누는 겁니다. 

형제와 적으로 나눈다는 것은 부먹과 찍먹 정도로 단순히 나누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앉아서 자꾸 분란을 만들고 싸우려 드는 거지요.

다양한 관계가 있을 수 있고,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채널a

내 편이 아니면 적인 거지요. 그러니 대화나 타협 같은 건 없습니다. 

내 편이 되어서 이익을 챙기거나 아니면 적이 되어서 싸우자 식인 겁니다. 

배신(?)했다고 찍히면 온갖 괴롭힘이나 큰 고통을 당하지요.

https://youtu.be/IRIDaSUuaiU?list=LL

정글뉴스

여기서 또하나 무서운 것은 <너에게 가는 길>에 나오는 비뚤어진 세계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대중들입니다.

대통령이나 종교 지도자의 모습도 그렇지만 이름이 뭔지도 알 수 없는, 어쩌면 우리와도 닮은 평범해보이는 그들이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고 주먹을 휘두르는 겁니다. 

한겨레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는 때로 더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니다. 대통령이나 종교 지도자의 그런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도 되고 대응 방향도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우리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의 그런 광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할지가 혼란스럽고 힘겹습니다.

jtbc

제가 사는 동네는 대체로 조용한 편입니다. 밤 7시만 되어도 거리가 한산해서 새벽 같이도 느껴집니다. 

며칠 전에 순돌이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데 집앞 산책길에서 어떤 사람이 서명운동을 하더라구요.

처음 보는 장면입니다. 큰 도로도 아니고 시내도 아닌 이런 동네 산책길에서 서명운동이라니.

게다가 서명운동의 주제가…

동성애 반대! 주한미군 철수 반대!

동성애 반대와 주한미군 철수 반대라는 각자의 주제도 그렇지만, 도대체 2개의 주제가 어떤 연관성이 있어서 함께 서명을 받는다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그들의 마음 속에는 저런 일이 가능하구나 싶었습니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는 세계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투쟁하려 들면 그런 일도 가능한 거겠지요. 

천사와 악마, 흑과 백, 니편 내편, 아군과 적군, 순수와 불결…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지요.

다만 그건 우리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실재하는 세상의 모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나치가 유대인은 모두 하나의 외모, 하나의 성격을 가진 것처럼 떠들었지만, 사실이 아니었지요.

유대인이 국제적인 음모를 펼쳐서 세계를 지배하려 하니 거기에 맞서 싸워야 된다고 했지요. 정말 유대인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나치에게 그렇게 쉽게 당하진 않았겠지요. 

마음 속의 일은 마음 속의 일이지 실재하는 모습과는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지만, 사실을 확인해보고 실재하는 세계를 관찰하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요.

계속해서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들은 계속해서 적과 나쁜 놈과 악마를 찾아나섭니다. 찾다찾다 없으면 자기 자신조차 악마처럼 여기겠지요.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적을 무찌르고 때려부셔서 이기고 싶어합니다. 

ytn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논리적 근거를 대고, 정말 그런지 아닌지 물어도 소용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우기 위해 논리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들이 남편/아빠, 대통령/군인과 같이 힘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겠지요.

어떻게든 말로 좋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주먹으로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까요.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의 뇌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즉 뇌량의 크기와 우뇌의 공간지각력, 남자들이 갖는 공격성 등 수백 개의 남성적 특징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말하는 공격성이란 신체적 공격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생활에서 이루고자 하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남자들은 직접적인 공감보다는 공격성을 강조한다. 전두엽으로 적은 양의 신경물질을 전달하고 비대화된 편도체를 가지고 있으며 테스토스테론 양도 많다. 슈워츠제네거가 연기한 전형적인 남성 캐릭터는 자신이 유대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열정적이지만 그 외 사람들에게는 무감각하다.
- 마이클 거리언,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좋은책만들기, 2012

비켜!! 내앞을 가로막지마!!. 터미네이터.

권력을 가진 자가 공격적이거나, 공격적인 자가 권력을 쥐거나 어느쪽이든 인간 세상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인간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는 푸틴이나 윤석열의 세계관이 어떤지 묻는 것과 함께 그들의 공격성/폭력성을 치유/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npr

세계관이 바뀌면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치유될 수도 있지만, 공격성이나 폭력성을 치료하다보면 세계관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심리적으로,
특히 정서나 감정이 보다 편안하고 안정되면
세상의 다양성이나 변화 가능성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