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압도적으로 강대한 전근대적 인간관계 속에서는 상위자의 권위의 무언의 압력, ‘니라미(노려보는 것, 위압, 위엄의 뜻임-옮긴이)의 실질적인 폭력성이 은폐되고, 그것에 대한 내면적인 공포로부터의 복종이 쉽사리 근대적인 동의인 것처럼 꾸밀 수 있다는 의미에서이라네.
내가 언제나 일본사회의 민주화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현저한 독재자형의 지도자보다도 보스형의 그것에 보다 많은 경계의 눈을 번득여야 할 필요성을 떠들어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세. 독재자는 민주주의를 이른바 바깥으로부터 공공연하게 파괴하지만, 보스는 그것을 안에서부터 조용히 부식시키지.
…
또 보스적 지배는 사회의 일상적, 전통적인 가치의식이나 습관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으므로, 특히 ‘선전’이나 ‘선동’을 할 필요가 없어. 부하나 피지배자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독재자는 가차없이 직접적 억압을 가하지만, 보스는 조금씩 괴롭히거나 혹은 때때로 ‘에도의 원수를 나가사키에서 갚는 식이지’ 그럴 경우 억압은 시간적으로 연장됨으로써 당연히 집약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즉시의 직접적인 억압 경우처럼, 하위자는 급격한 반감을 일으키지 않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보스적인 지배가 인민의 자유로운 비판력의 성장을 강인하게 저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부식성이 얼마나 간과하기 쉬우며, 또 권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통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지. - 187
- 마루야마 마사오,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한길사, 2007
독재라거나 폭력을 이용한 지배가 문제인 것은 물론이고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나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거나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든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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