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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글먼,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23. 8. 20. 11:37

아마 조금만 더 어렵게 말을 했어도, 저는 이 책을 읽다 덮었을 겁니다. ㅋㅋㅋ
저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고, 또 뇌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제 뇌도 바뀌었다는 것이겠지요.

읽는다는 것과 안다는 것 모두 뇌의 활동과 연관이 있을테니까요.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도 재미 있었고, 이번 책도 재미 있었습니다. 

많은 것들은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있겠지요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잘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을 테구요.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변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 변화가 무엇이든.

데이비드 이글먼,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RHK, 2023

하지만 인간의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이 있다. 우리 시스템은 처음부터 완전히 프로그램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스스로를 형성해나간다는 것, 자라는 동안 우리는 뇌의 회로를 끊임없이 바꿔가며 어려운 과제와 씨름하고, 기회를 이용하고, 사회구조를 이해한다.

모든 정겨운 기억, 모든 가르침, 모든 정보가 아기의 신경회로를 다듬어 결코 미리 계획한 적 없는 어떤 것을 만들어낸다. 거기에는 주위의 세상이 반영되어 있다. - 12

내가 3만년 전에 태어났다고 상상해보자. 나의 dna는 지금과 똑같을 테지만….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다. 

왜? 그의 경험과 내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dna가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일부를 차지하기는 해도, 그것은 작은 일부일 뿐이다.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에는 사람의 경험과 주변 환경에 대한 풍부하고 세세한 정보가 있다. 이 모든 것이 뇌세포와 연결점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태피스트리를 만들어낸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존재는 경험을 담는 그릇이고 - 19

삶의 짜릿함은 우리가 지금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현재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중인가에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 뇌의 마법도 구성요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요소들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듬어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천을 짜는 방식에 달려 있다. - 30

세상 경험은 분자 단계에서부터 뇌 전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세세히 조정한다. - 34

맷 스투츠먼을 생각해보자. 두 팔이 모두 없이 태어난 그는 양궁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활과 화살을 발로 조작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의 뇌가 바깥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진 자원을 얼마나 쉽사리 개조할 수 있는지 아마 그들도 잘 몰랐을 것이다.
이런 유연성은 동물계 전체에서 나타난다….페이스라는 이름의 개를 살펴보자. 페이스는 앞발 없이 태어나,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걷는 법을 터득했다…페이스는 뇌가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이 무엇이든 그것만으로 쉽사리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165

이 세 자매의 부모는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철학을 고수했다.

아이들은 체스 성적에 따라 부모의 포옹, 엄격한 시선, 승인, 관심 등을 받았다. 그 결과 그들의 뇌에는 체스에만 할애된 회로가 아주 많아졌다.

뇌가 스스로를 조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정보에 시간을 쏟는가 하는 점이다. 

뇌의 신경회로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 반영된다. 따라서 고도로 훈련된 음악가의 대뇌 피질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운동피질에서 손의 움직임과 관련된 구역을 잘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음악가가 아닌 사람과 달리 음악가의 뇌에서는 그리스어 문자 오메가와 비슷한 모양의 주름이 발견된다는 것. 수천 시간의 연습이 음악가의 뇌를 물리적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 200

원숭이들에게 갈퀴로 먹이를 끌어오라고 강요한 실험도 비슷하다. 나는 원숭이들의 뇌에 새겨진 신체 지도가 갈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재편되었다고 앞에서 말했다. 갈퀴가 신체 형태의 일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려면 반드시 원숭이가 갈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만약 원숭이가 수동적으로 도구를 들고 있기만 한다면, 뇌의 재편은 일어나지 않는다. - 204

뇌가 재편하는 시기와 방식에서 뇌의 목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폴가르 자매들, 이츠하크 펄먼,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가 전문적인 능력을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그런 능력을 얻고 말겠다는 ‘욕망’이었다. - 210

뇌는 신경조절물질을 방출하는 광범위한 시스템을 통해 이런 중요성을 표현한다. 이 화학물질들은 대단히 한정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특정한 때에 특정한 위치에서만 변화가 일어난다.

아세틸콜린은 뇌 전체에 널리 영향을 미쳐, 모든 종류의 관련 자극에 따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자극이 악기로 연주되는 음이든, 질감이든, 칭찬의 말이든 상관없이. 

중요성이 뇌에 새겨지려면 신경조절물질의 작용도 필요하다.

그가 두 누이와 똑같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했는데도 그의 뇌가 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신경조절물질이 활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답이다. - 215

뇌가 가장 유용한 신경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딱 알맞은 시기에 적절한 신호가 입력되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연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유년기의 일들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대중적인 스타인 오프라 윈프리의 가치는 27억 달러인데, 빈털터리 노숙자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보도는 조금 놀랍게 들린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대중 매체의 여왕이 되기 전, 그녀는 미시시피에서 아직 10대이던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 없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 282

1930년대에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거위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굳이 열심히 애쓸 필요가 없었다. 새끼가 알에서 깬 직후 뇌가 유연한 그 짧은 시기에 그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새끼들은 그를 각인하고 내내 따라다녔다. 
거위가 부모를 각인하는 민감기는 아주 빠르게 닫히는 문이다. 

민감기는 뇌가 수행하는 작업마다 다르다. 뇌의 모든 영역이 처음부터 같은 유연도를 타고나서 같은 기간 동안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 284

뇌의 여러 영역은 가소성 측면에서 저마다 다른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어떤 신경망은 고집스럽고, 어떤 신경망은 대단히 유연하다. 민감기가 짧은 영역도 있고, 긴 영역도 있다. - 285

최근에는 수녀원에 사는 수녀 수백명을 수십 년에 걸쳐 조사한 연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놀랍게도 일부 수녀들은 인지력이 전혀 저하되지 않아 계속 예리한 사고를 유지했는데도 사후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뇌를 잔뜩 헤집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새서, 그들의 신경망이 물리적으로 퇴화했는데도 그들의 기능은 저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녀원의 그 수녀들이 마지막 날까지 계속 머리를 사용해야 했다는 점이 열쇠였다. 그들은 각자 맡은 일이 있고, 서로 교류도 했다. 말다툼도 하고, 밤에 간단한 게임도 하고, 집단토론도 했다. 일반적인 팔순 노인들과 달리 그들은 은퇴해서 텔레비전 앞 소파에 털썩 앉아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계속 활발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뇌는 일부 신경망이 물리적으로 무너지는 와중에도 계속 새로운 다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병리 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밝혀졌는데도 인지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수녀가 무려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었다. 아주 나이가 많아도 정신적으로 활발한 생활을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 291

dna 주위의 당과 단백질이 변하면 유전자 발현 패턴도 변한다.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이 후생유전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이 유전자의 억제와 증폭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랑받고 자란(어미가 자주 혀로 핥아주고 털을 골라주는 것을 뜻한다) 새끼 쥐에게서는 dna에 달라붙는 분자들의 패턴이 영구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불안감을 줄이고, 이 쥐들이 자란 뒤 자신의 새끼를 평생 더 사랑하게 만드는 듯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은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스며들어 유전자 발현 단계에까지 이르고, 거기에 아주 오랫동안 각인될 수 있다. - 310

우리는 대체로 ‘나’와 ‘세상’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았듯이, 우리의 사람됨은 우리와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모든 것, 즉 주변 환경, 경험, 친구, 적, 문화, 신념, 시대 등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그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든가, ‘그녀는 생각이 독립적’이라는 말을 가치 있게 여기지만, 사실 우리를 에워싼 모든 것과 우리 자신을 분리할 길은 없다. 외부세계가 없으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신념, 신조, 포부는 모두 속속들이 그렇게 형성된다. 대리석 덩어리 안에서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생후배선 덕분에 우리는 각자 세계가 된다. -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