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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 <사회생물학과 윤리>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23. 8. 27. 17:25

인간은 왜 다른 인간을 죽일까요? 반대로 인간은 왜 자신이 위험에 처할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살리려고 할까요?

죽이려는 경향과 살리려는 경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냥 개인의 성격 차이일까요?
그러면 그런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살인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의 양이라는 게 워낙 적어서…왜 그런지에 대한 답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인간이 그런 경향이나 성향, 행동 양태나 성격을 갖는 것은 생물학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 모두 작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정도입니다.

폭력이나 살인을 줄이고 보다 서로를 돕고 아껴주는 사회로 가려면 방법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야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구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 제 마음대로 이리저리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어떤 유전자를 발현하게 할지에는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더라구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들 

우리가 바꾸길 바라는 것들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들

피터 싱어, <사회생물학과 윤리>, 인간사랑

신앙인들은 신의 의지에 윤리의 토대를 둠으로써 윤리의 객관성과 권위에 대한 의문에서 벗어났다.

만약 모든 가치가 신의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면 신이 그와 같은 의지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신이 “죽이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반대로 신이 “죽여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은 선하며, 따라서 부당하게 살해하라는 의지를 가질 수 없다는 주장으로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이 선하다는 말에는 이미 신의 결정과 별개의 선의 기준이 있음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 10

모든 인간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행위에 대한 규율을 가지고 있다- 59

윤리의 핵심은 우리 종 깊은 곳에 흐르고 있으며, 인간이라면 그가 어느 곳에 실건 그러한 핵심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한 핵심은 소름이 끼칠 정도의 고난,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인간성을 앗아가기 위핸 무지막지한 시도를 견뎌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핵심이 인류 이전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생물학적 토대를 갖는 것임을 부정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는 이유중 한 가지는 우리가 스스로의 행위가 동물들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길 원하고 있다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반면, 인간은 이성적이며 자의식을 갖는 존재라는 것이다. - 64

우리를 도와준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으로부터 친구로서의 유대와 신뢰가 싹튼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으로부터 도덕적인 분개와 응징의 욕구가 나타난다. 호혜성이 인간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기를 당하는 것에 대한 혐오는 진화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 80

개인적으로 화를 내는 것이 집단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고 일반 원칙하에 놓이게 될 때, 이는 도덕적인 분개로 전환된다.

우리는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상상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구체적인 사례들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도움에 대한 적절한 대가, 그리고 거짓말하는 사람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와 더불어 우리가 갖는 개인적인 원한의 감정을 집단 규율로 응결시킬 수 있게 된다. - 81

도덕적으로 승인한다는 것은 타인의 복리에 진심으로 관심을 보이는 행동에 대한 동조, 또는 옳은 것을 의식적으로 행하려는 자세에 대한 공감을 말한다. 우리는 칭찬한 어떠한 행위가 이기적 동기로 행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칭찬을 철회하거나 칭찬의 질을 격하시킨다.

앞장의 초반에서 나는 동기를 배제하고 오직 행동만으로 이타성-여기서 ‘이타적 행동이란 자신을 어느정도 희생함으로써 타인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말한다- 을 정의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이타성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행동 뿐만 아니라 동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관용적으로 쓰이는 의미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타적 행위를 타인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동기지워진 행위로서, 행위자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로버트 트리버스는 사람들이 이타적 동기를 선호하는 이유를 사회생물학을 이용하여 설명해냈다. 이기적으로 동기지워진 사람들보다 이타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훨씬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다. -83

이와 같은 가상적인 검치호의 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면 초기 인간들은 이기적 파트너보다는 이타적인 동료와 사냥을 나가는 것이 살아남기에 유리했을 것이다. 물론 자신과 함께 사냥을 떠날 자가 이타적 성향의 사람임을 알게 된 이기주의자는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철저하게 이기적인 파트너 - 그리고 도움을 주기를 거부하는 - 를 파악해내지 못하는 이타주의자는 도태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진화에서는 진정한 이타주의자들보다는 진정한 이타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갖는 이타성을 악용하려는 자들에게는 이타성을 보이지 않는 자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 90  

집단 이타성에로 나아가는 성향은 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고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바꾸어 말해 그러한 성향은 집단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자들을 처벌하거나 집단을 위해 희생한 자들에게 상을 주는 방법 등을 통해 고양되었을 것이다. - 92

어찌되었건 일단 혈연에 대한 의무가 충족되고 나면 ‘우리 것’의 경계가 우리가 동일시하는 다음으로 큰 공동체에까지 확대되며, 그것이 지방이건 지역 집단이건,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데에 근거하지 않고) 민족이나 계층적 배경 또는 종교적 신념이라는 공유된 특성에 근거하건 그와 무관하게 확대된다. 

우리에게는 집단과 동일시하려는 성향이 있으며, 집단의 성쇠를 어느 정도 자신의 성쇠와 같이 보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때 ‘애국심’이란 개개인으로서의 국민을 돕는 것과는 그다지 관계없는, 자신이 속한 국가에 대한 충성을 나타내고 있다 - 93

윤리는 협조하며 가급적 상해를 가하지 않으려 하는 유전자를 갖는 사회적 동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기초 위에 이제 우리는 이성 능력을 부가해야 한다.- 180

윤리적 판단은 논의의 여지가 많이 있다. 판단을 내리려면 그 존재는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또한 자신들의 판단을 옹호할 수 있어야 한다. - 182

관습이 가령 여성이라든가 가난한 자들과 같은 전체 집단을 억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관습은 억압받는 자들이 억압 자체를 적절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 또한 그들은 흔히 그와 같은 억압을 적절한 것으로 수용하고 있다 - 방식으로 억압한다. 억압적인 특성을 갖는 관습의 희생양이 된다는 것은 개인적인 원한의 희생이 된다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 185

관습적 도덕의 경계를 깨뜨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이성은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에 고전적인 모습으로 구현되어 있다. 플라톤이 그를 묘사한 곳을 살펴보면,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살던 시기의 관례적인 도덕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테네의 시장 바닥을 배회하고 다녔다.

우리 모두는 소크라테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 그는 사형을 언도받았으며  극약을 마시게 되었다. 비록 재판은 그의 정적들의 부추김을 받아 이루졌지만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고발은 적절한 것이었다. 즉 관습적인 도덕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소크라테스는 분명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관습적 도덕은 관습적 기준 자체를 문제삼는, 이성적 탐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세한 검토를 간과할 수 없었다. “검토되지 않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판결을 위해 투표를 하려는 자들에게 외친다.

다음 단계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당대의 관례적 기준을 검토해 보았던 것처럼 관습 자체가 검토 대상이 된다. 그와 같은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전의 경향을 단순히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것에로의 도약이 요구된다. - 187

관습적 도덕으로부터 도덕적 사고 단계로의 전환은 상대주의의 반응에서보다는 윤리의 이성적 토대를 찾고자 하는 소크라테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 190

우리는 윤리적 논쟁의 이성적 해결을 향해 진보해 나갈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진보는 전체로서의 사회에 비추어 우리의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이념에 내재해 있는 공평무사함이라는 요소를 취함으로써, 그리하여 이를 윤리 원리에로 확장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원리란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원리는 내가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경우, 전적으로 공정한 관점으로부터 결정을 내리길 요구한다. 여기서 공정한 관점이란 내가 의도한 행동을 통해 내가 얻는 바가 있을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취하는 관점을 말한다. 그와 같은 결정에 이르는 한 가지 방법은…나의 결정을 통해 영향을 받는 모두의 삶을 상상해 보고 내가 거기에 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 193

이익 동등 고려 원리-이 원리는 우리가 이익을 갖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이익이 타인의 이익에 비해 더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이성적이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 206

2백 년이 채 되지 않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아프리카인이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그들은 아프리카인을 거두어서 필요한 작업에 쓸 수 있는 자원으로 간주했다.
이와 유사하게 영국으로부터 이주한 수많은 정착민들은 호주의 원주민들을 일종의 해충(편의에 의해서 언제든지 사냥해서 살해할 수 있는)과 같은 존재들이라 생각했다. - 208

사회생물학은 윤리가 집단이라는 맥락에서 발전한 인간의 이성적 사고 형식임을 밝혀주고 있으며, 그러한 사고 형식이 좀더 제한적이며 생물학적 근거를 갖는 이타성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윤리는 이와 같은 규명을 통하여 신비로운 색채를 벗어던진다. 윤리 원리들은 하늘나라에서 쓰여진 법칙들이 아니다. 그것은 직관을 통해 파악될 수 있는 우주에 대한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윤리 원리들은 사회적 이성적 존재로서의 우리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진화 이론에 근거하여 윤리를 바라본다고 해서 윤리가 단순히 주관적 느낌이나 임의적 선택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윤리적 판단이 외적 권위로부터의 명령이 아니라고 해서 그러한 판단이 여타의 판단과 다를 바 없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성적인 윤리적 입장을 취하고자 할 경우, 우리는 윤리적인 추론을 통해 객관적 관점으로부터 윤리적 판단을 평가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 - 288

그런데 이와 같은 주장이 생물학으로부터 윤리적 원리를 곧바로 도출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어떤 행위가 생물학적 기초를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와 같은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생물학적 발견은 행위를 정당화시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정당화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자명한 도덕이라 생각했던 규칙들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경우, 오히려 그러한 도덕 규칙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 290
때문에 우리는 규칙을 통해 자연스럽게 본성을 전체 선을 증진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301

그런데 그와 같은 윤리는 성인군자들에게나 적합하다. 엄격한 윤리적 표준에 부합하지 못함에 좌절한 도덕적인 죄인(?)들은 화가 나서 그러한 윤리가 이상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버릴 것이며, 그러한 윤리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무시해 버리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을 위한 윤리는 지나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절한 기준을 제시한다 함은 윤리가 요구하는 기준이 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사람들에게 권장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맞추어 살 수 있을 정도를 요구함을 말한다. - 302

규율을 막연한 지침이 아닌 인간관계에 관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도덕 규칙을 영원한 진리로 간주하는 자들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