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직업을 가질 가능성은 전무했고, 그런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자격도 기대감도 없었고 오래 가는 친구를 사귈 능력도 없었고 자기 자신을 반아들이라는, 아니 자기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원망한 사회를 받아들이리라는 희망도 품을 수가 없었다.
전쟁은 그런 히틀러에게 탈출구를 열어주었다. 스물다섯 살 먹은 젊은 이에게 전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삶의 이유, 몸 바칠 목표, 동지애, 생활의 규율, 일종의 고정직, 충일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속감을 안겨주었다. 군대가 히틀러에게는 집으로 다가왔다. 1916년 부상을 당했을 때 히틀러가 상관에게 내뱉은 첫마디는 “많이 다친 건 아닙니다, 중위님. 중위님하고, 우리 연대하고 같이 있을 겁니다.”였다. 전쟁이 후반으로 접어들었을 때 히틀러가 진급 대상에 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연대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
나중에 히틀러는 이 전란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가장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히틀러는 1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끊임없이 그리고 언제나 흐뭇한 추억으로 회상했다. 군대 시절은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았던” “유일한 때”였다고 히틀러는 한번은 지나가듯이 말했다. 의식주가 모두 해결되었다. “군인이 되어서 너무나 좋았다”고 히틀러는 말했다. - 153
- 이언 커쇼, <히틀러 1>,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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