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한 이미지는 부르크하르트가 도착한 직후 약간 손상을 입었다. 시중을 들던 직원 하나가 무거운 안락의자를 놓치는 바람에 히틀러가 발등을 찍혀 아파서 깡충깡충 뛴 것이다. - 268
히틀러는 언제나 강인한 정신력을 유지하는 듯 말했지만 4월 중순 나르비크에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자 당황하여 아마추어 같은 군사적 판단력을 드러냈다. 이 당시 히틀러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발터 바를리몬트 장군은 “제국의 수장인 사람의 심지가 나약하기 이를 데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나중에 진술했다. 요들이 쓴 일기를 인용하면서 그는 “굉장히 동요하고 평정을 잃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 367
바르바로사 작전이 갈수록 꼬인 것은 결국 전격적으로 나가면 소련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는 턱없는 오판의 결과였다. 독일이 전격적으로 나간 것은 적을 너무나 과소평가한 데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제를 깔았고 또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히틀러의 오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작전을 짠 군사 전문가들의 오판이기도 했다. - 518
히틀러는 무슨 일을 하기에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던 괴벨스는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 “아주 다양한 각도의 대안들을 앞에 놓고 지도자는 결정을 못 내리고 왔다 갔다 할 때가 있다. 사람들한테도 늘 올바르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다.” - 701
1944년이 되면 히틀러는 병자였다. 심하게 아플 때도 있었다. 1941년 처음 심전도를 검사해보았더니 심장이 망가지고 있었다. 옛날부터 안 좋았던 위와 장은 날이 갈수록 더 애를 먹여서 탈이었지만 이것말고도 히틀러는 1942년부터 파킨슨병 증세가 보이더니 1944년에는 눈에 띄게 두드려져서 파킨슨병 발병을 거의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왼팔을 잘 가누지 못할 만큼 떨었고 왼다리도 경련이 일어나 발을 질질끌면서 힘들게 걷는다는 것을 곁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은 다 알았다.
…
격렬한 분노와 기분이 극에서 극으로 바뀌는 것이야 원래 히틀러의 성격이었지만, 전쟁 막바지로 갈수록 빈도가 잦아진 것은 전세는 급격히 불리해지는데 그것을 뒤집을 방법이 없어서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뜻이었다. - 751
- 이언 커쇼, <히틀러 2>, 교양인
남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일부러 꾸며서 남들을 속이든 것이든
아니면 자신에 대한 망상이 심해진 것이든
결국 그는 신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은 그냥 인간
'사랑.평화.함께 살기 > 생명.인간.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도자/지배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0) | 2023.10.28 |
---|---|
정치, 그리고 사람을 도구나 수단으로만 여기는 (0) | 2023.10.08 |
전쟁과 투쟁 속에서 삶의 의미와 소속감 등을 찾는 (0) | 2023.10.07 |
혐오감과 우월감 (0) | 2023.10.07 |
독재나 지배와 억압을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히는 (0) | 2023.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