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사전에 여론 조작 없이 단행된 소련 침공은 독일 국민에게 예방 전쟁으로 제시되었다. 괴벨스가 언론에 내려보낸 지침에 따라 소련 원정은 간악한 ‘유대 볼셰비즘’이 독일과 서구 문명 전체에 끼치는 위협을 마지막 순간에 저지하기 위해 지도자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발표되었다. 지도자의 용단 덕분에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이런 선전보다 더 괴상한 것은 히틀러와 괴벨스도 정말로 그 말을 믿었다는 사실이었다. 소련으로 쳐들어가서 짓밟은 결정을 어떻게 해서든 정당화하려다 보니 그런 억지를 부린 것이다. - 493
위기와 재난이 쌓여만 가던 1944년 전반기에도 낙천주의는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자기 기만 없이는 그런 낙천주의는 불가능했다. 히틀러는 시간이 흐를수록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절박함을 보이면서 계속해서 환상의 세계 안에서 살았다. 적이 침공해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다고 히틀러는 생각했다. ‘경이로운 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에 엄청난 희망을 품었다. 경이로운 무기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도 히틀러는 두 세기 전에 7년 전쟁을 벌였던 불굴의 영웅 프리드리히 대제를 떠올리면서 적의 동맹이 워낙 허약해서 곧 무너질 것이라고 믿었다. 독일이 패망하던 마지막 해까지도 히틀러는 그런 기대를 접지 않았따. 히틀러는 끝까지 기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 750
- 이언 커쇼, <히틀러 2>, 교양인
나도 속이고
남도 속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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