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도 군무과의 장교를 통해 자신의 내각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전해 듣고 있었다. 군인은 세간의 평가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는 신조를 지키라고 하듯 도조는 그런 보고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관저에 쇄도하는 격려 편지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중일전쟁이 시작된 지5년째, 내핍 생활에 지친 국민감정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찾고 있었는데, 그 요구가 도조에게 밀려들었던 것이다. 그런 무시무시한 요구에 도조는 공포를 느꼈다. 국민도 군인도 민간 우익도 도조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결같았다. 미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 그 끝은 미국과의 전쟁이었다. 격려문은 그런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 315
예산위원회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한 국방은 괜찮은가”라는 물음에 도조가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대답할 때마다 환성이 터졌다. 의회의 이런 모습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관저에는 더욱 많은 편지가 도착했다. 연판장과 혈서까지 보내왔다. 민간우익과 재향군인회의 동원에 의한 것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서민이 ‘미영격멸’을 노래한 것도 있었따. 그것은 사방 여섯 칸짜리 서가를 가득 채웠고, 총 3천 통이 넘었. 중일전쟁 이후의 불만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 에너지는 도조에게 불안감을 줄 정도였다. - 341
12월30일자 대본영 발표는 채 3주가 되지 않는 기간 동안의 전과를 총괄했다. 중국에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이르는 무려 2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의 상황을 보고하고, 홍통의 영미군을 무조건 항복시켰다고 말했다…홍콩만이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 영국령 보르네오, 괌 등에서도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으며, 일본군은 이미 ‘적의 비행장 62곳을 파괴하고 적기 4백여 대를 격파하는 등 기타 막대한 전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은 듣는 국민들 대다수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379
- 호사카 마사야스, <도조 히데키와 제2차 세계대전>, 페이퍼로드
'묻지마 범죄'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냥 '묻지마'가 아니라 이유가 있고 맥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어떤 사건은 답답하고 짜증나니까 그냥 다 때려부수고 죽이고 싶다
세상이 다 망가졌으면 좋겠고 죽든 살든 한판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런 마음을 가진 당사자 본인도 문제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욕하고 때리고 죽이는 것이 더 큰 문제지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개인일 때도 문제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가 커다란 인간 집단일 때도 문제입니다.
히틀러나 2차 세계대전에 관한 글들을 읽어보면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인들 사이에 존재했던
답답한 무기력 분노 희망 없음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싸우자 때려부수자 뒤엎어버리자 쓸어버리자 같은 것은 정서도 있구요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마음의 상태를 갖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현실입니다
옳고 그름, 도덕과 부도덕을 떠나 과거나 현재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요.
그런데 정말 그들의 심정대로 죽이고 때려부수면 마음이 풀리고 문제가 해결되냐는 겁니다
왜 연쇄살인범이 계속 살인을 합니까
사람을 죽였는데도 심리적 문제가 충동이 온전히 풀리지 않는 거지요
그러니까 체포되거나 자기가 죽을 때까지 계속 살인을 하는 겁니다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소련을 공격했지요
만약 소련까지 점령 했더라면 전쟁을 멈췄을까요
일본이 조선을 점령하고 중국에서 전쟁을 벌였지요
만약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더라면 전쟁을 멈췄을까요
어쩌면 소련을 이긴 독일과 미국을 이긴 일본이 다시 전쟁을 벌였을지 모르지요
자기 자신이 파괴되거나 무너질 때까지 전쟁과 폭력을 계속 저지르는 겁니다.
연쇄살인범과 전쟁을 좋아하는 국가의 국민들 사이에는
심리적으로 닮은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 가운데 전쟁과 폭력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이나 해방감, 카타르시스를 얻으려 하는 거지요
다른 사람이 어떤 고통을 겪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고 신경 쓰지도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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