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폭력, 비인간화 또는 사물화

“오후 1시부터 수술 연습을 한다. 전원 해부실로 모이도록”
유아사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이미 도쿄지케이카이의대 재학 시절 “군의관은 생체 해부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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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구석에 두 사람의 농민이 손을 뒤로 묶인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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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병원장이 “자 시작할까?”하고 신호를 보냈다. 위생병이 체격이 좋은 남자를 총 끝으로 찌르자, 그는 유유히 걸어서 스스로 수술대 위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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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한 사람, 궁상맞아 보이는 남자 쪽은 비명을 지르면서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총검을 든 위생병이 끌어내려 하면 할수록, 남자는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쳤다. - 35

유아사에게는 곧 생체 해부당할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상상할 만한 지성이 없었다. 수술 연습의 대상인 두 사람은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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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유아사 중위가 생각할 수 있는 인간관계란, 동료 의사와의 상호관계뿐이었다. 죽임을 당하는 중국인과의 인간으로서의 관계가 아니었다. - 37

군의관을 속성으로 양성하기 위한 수술 재료로 살아있는 사람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당시의 청년의사 유아사는 한 인간으로서 상처 입지 않는다. - 43

- 노다 마사아키, <전쟁과 죄책>, 또다른우주

sbs

살아 있는 사람을 가지고 수술 실습을 한다거나 생체 실험을 한다는 거는 말로만 들어서 너무 놀라운 일입니다. 말로만 하기에도 끔찍하고 힘겨운 일을 일본을 실제로 저질렀지요. 조선인이나 중국인들을 잡아다가 살아 있는 사람을 직접 실험 도구로 삼은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일은 그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https://m.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311062142045#c2b

‘숏컷’ 여성 무차별 폭행…일상 속 퍼진 혐오폭력

얼마전에 편의점에서 일하던 한 여성이 다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도 놀랍고, 또한 가해자가 그 일을 저지른 이유도 놀랍습니다. 위의 기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당시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짧은 머리=페미니스트, 그러니까 맞아야 된다는 거지요. 

짧은 머리라는 것과 그 사람이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뿐더러,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맞아야 된다는 것은 어떤 정신 세계에서 나온 결과인 걸까요.

kbs

그 사람이 중국인이건 일본인이건, 남성이건 여성이건 

그 외모나 국적은 달라도 숨쉬고 생각하고 밥을 먹고 살아가는 인간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살인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보면 상대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거나, 어떤 물건이나 사물처럼 여기곤 합니다.

게다가 그 인간 아닌 존재나 사물은 내가 지배하고 때리고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살인'은 범죄지만, 그 대상인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이 아닌 것이고 '살인'이 아니니 문제될 거 없다는 거지요.

nbc

인간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취급함으로써

살인이나 폭행을 한다는 죄책감을 없애거나 줄이고

자신의 행동이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이나 변명을 하려는 거겠지요.

 

조선인과 중국인을 죽였던 일본이 그랬고

원주민이나 흑인들을 죽였던 백인들이 그랬지요.

그들이 아무리 인간을 비인간화 하거나 사물화 하는 심리를 가졌다고 해도

그들이 인간을 살해하고 폭행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