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1405

인간의 본성과 자발성의 파괴, 그리고 사물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그렇게 개인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사형 집행인을 데리고 가스실로 들어가려고 시도한 경우는 극히 드물며 어떤 심각한 반항도 없었고 해방의 순간에조차 나치 친위대 대원들을 자발적으로 학살하려는 시도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개성을 파괴하는 것은 자발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스스로 새로운 일, 즉 환경과 사건에 대한 단순한 반응의 토대 위에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남는 것은 인간의 얼굴을 한 무시무시한 꼭두각시 인형들이다. 모두가 파블로프의 개들처럼 행동하고 반응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인형들이다. 이것이 시스템의 진정한 승리이다. “나치 친위대의 승리는 고통받는 희생자가 저항 없이 스스로 올가미로 걸려..

지배와 폭력, 가학성과 이상심리

나치의 초기 수용소와 게슈타포의 지하실에서는 이런 합리적인 고문에 비합리적이며 가학적인 다른 형태의 고문이 더해졌다. 대개 나치 돌격대가 맡아서 했던 초기의 고문은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체계적이지도 않았으며, 주로 나치 돌격대 내의 다소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 이런 유형의 고문은 계획적인 정치 제도라기보다 정권이 범죄적인 이상 성향의 구성원들에게 특별히 허락한 권한이라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즉 이들은 자신들의 봉사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이다. - 243 그는 또한 나치 돌격대가 관리했던 초기의 수용소와 나치 친위대의 지배하에 있던 나중 수용소의 차이에 대해 훌륭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곳에서 처음 몇 년을 지내고 생존한 소수의 수감자들의 설명은 나치 돌격대가 실시해보..

전체주의 공포정치, 그리고 도덕과 양심의 부정

전체주의 공포정치는 도덕적인 인간에게 이런 개인주의적 도피의 길을 차단하고 양심의 결정을 의심스럽고 애매모호한 것으로 만들면서 가장 무서운 승리를 쟁취했다. 어떤 사람이 그가 책임져야 할 아내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거나 아니면 친구를 속여 살해해야 하는 것 가운데 양자 택일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면, 자살마저도 자기 가족의 죽음을 의미한다면-그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양자택일은 선과 악 사이에서가 아니라 살인과 살인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세 자기 가운데 어느 아이를 죽일지 나치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한 그리스인 엄마의 도덕적 딜레마를 누가 해결할 수 있는가? 양심이 부적절해지는 조건, 선을 행하는 것이 전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을 만듦으로써 전체주의 정권의 범죄에 모든 사람이 의식적으로 조직적으로 가담을..

총체적 지배와 사물화, 그리고 인간의 자율성

전체주의 정권의 강제 수용소나 집단학살 수용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전체주의의 기본 신앙이 실증될 수 있는 실험실 기능을 한다. … 총체적 지배는 무한히 많고 다양한 인간들을 마치 모든 인간이 하나의 개인인 것처럼 조직하고자 한다. … 수요소는 사람들을 말살하고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릴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과학적으로 통제된 조건에서 인간 행동의 표현인 자발성 자체를 제거하고 인격을 단순한 사물, 동물조차 아닌-잘 알다시피 배가 고플 때가 아니라 벨이 울릴 때 먹이를 먹도록 훈련받은 파블로프의 개는 변태 동물이지만 동물이었기 때문이다-그런 사물로 만드는 무서운 실험실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자발성은, 그것이 인간의 자유뿐만 아니라 삶..

사상이나 행동과 관계 없이 적이나 악마를 만드는 정치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이나 소련에서 과거 지배 계급의 후손들이 적대 행위를 한다는 혐의를 받지는 않았다. 그들은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객관적인’ 적으로 천명되었던 것이다. 전제 국가의 비밀경찰과 전체주의 비밀경찰의 주요 차이점은 ‘용의자’와 ‘객관적인 적’의 차이에 있다. 후자는 정부 정책으로 정해지는 것이지 이들이 국가 전복을 원했다고 해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 그것이 단순히 유대인이나 부르주아 계급을 증오하는 문제였다면, 전체주의 정권은 한번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에는 원래의 일상생활의 규칙과 통치 방식으로 돌아왔어야 한다. … 객관적인 적이라는 범주는 운동이 가장 먼저 이데올로기를 통해 규정한 적 개념보다 더 오래 생존했다. 새로운 객관적인 적들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시 발견되곤 ..

계속해서 적을 제거하기 위한 운동 또는 정치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이나 소련에서 과거 지배 계급의 후손들이 적대 행위를 한다는 혐의를 받지는 않았다. 그들은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객관적인’ 적으로 천명되었던 것이다. 전제 국가의 비밀경찰과 전체주의 비밀경찰의 주요 차이점은 ‘용의자’와 ‘객관적인 적’의 차이에 있다. 후자는 정부 정책으로 정해지는 것이지 이들이 국가 전복을 원했다고 해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 그것이 단순히 유대인이나 부르주아 계급을 증오하는 문제였다면, 전체주의 정권은 한번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에는 원래의 일상생활의 규칙과 통치 방식으로 돌아왔어야 한다. … 객관적인 적이라는 범주는 운동이 가장 먼저 이데올로기를 통해 규정한 적 개념보다 더 오래 생존했다. 새로운 객관적인 적들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시 발견되곤 ..

허구의 이데올로기, 이상주의와 신념, 그리고 공격성

전체주의 정권의 문제점은 그것이 유난히 무자비한 방식으로 권력 정치의 게임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미증유의 권력 개념이 그들의 정치 배우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현실 정치 뒤에 과거에는 전혀 없었던 새로운 현실 개념이 버티고 있는 것과 같다. 무자비함이 문제가 된다기보다 직접적인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가 되며, 민족주의보다 민족 이익을 무시하는 태도와 어는 한곳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가 된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태도보다 실용주의 동기를 경멸하는 태도가, 또 권력욕보다 ‘이상주의’, 다시 말하면 이데올로기 허구세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더 문제점이 많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공격성이나 권력욕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