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책과영화

J. A. 홉슨 - 제국주의론

순돌이 아빠^.^ 2009. 12. 5. 21:23

제국주의론 / J. A. 홉슨 / 창작과비평사

몇 주 전 한 토론회에서 어떤 분이 ‘자본주의 최고단계로써의 제국주의’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최고단계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것이 제국주의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미국의 역사만 봐도 그렇구요.

한국의 진보가 제국주의로써의 미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일들과 함께 제국주의에 관한 이론적 연구도 좀 더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하다못해 정세분석에서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대해서 열심히 분석하고 행동할 때는 ‘내가 언제 세계체제에 대해서 얘기했지?’하는 식으로 내팽개치는 상황은 좀 바꾸면 좋겠구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반미’하면 ‘NL이 하는 운동’ 또는 ‘(남성우월주의에 빠진)민족주의자들이 하는 운동’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쟤들이 하는 일은 난 안 할 테야’식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도 있는 것 같구요.

20세기 초반에 [제국주의론]을 쓴 홉슨은 영국 제국주의를 주된 대상으로 제국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행태를 분석합니다.

새로운 제국주의는 전체 국민을 위해서는 쓸모없는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계급이나 어떤 직업을 위해서는 훌륭한 사업이었다. 막대한 군비 지출, 값비싼 전쟁, 대외정책에서의 심각한 위험과 곤란, 영국 국내에서의 정치적, 사회적 개혁에의 견제 등은 영국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산업이나 직업들의 사업상의 당면 이익을 위해서는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 45~46쪽

100여 년 전에 씌어진 위의 글에서 영국이라는 글자를, 지금은 미국이라고 바꿔도 내용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국주의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은 과거의 일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한반도 등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직접 관련 있는 현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또 일국적 차원의 노동, 여성, 생태 운동 등만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국제주의적인 행동은 사회체제의 뿌리를 바꾸는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제국주의라는 나무의 뿌리에 대해 근본적으로 도끼질이 가해지지 않는 한, 그리고 제국주의로부터 이익을 얻는 계급이 제국주의적 돌파구를 찾는 잉여 수입을 박탈당하지 않는 한 제국주의나 군국주의를 한낱 정치적 수단이나 정책으로서 공격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 87쪽

물론 홉슨의 주장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없는 사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주장이나 사상의 한계에 주목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의 사상을 풍부하게 하고 깊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