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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순돌이 아빠^.^ 2009. 12. 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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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오랜 세월, 때 되면 아내가 싸 준 도시락을 들고 남편은 출근을 하고, 때 되면 집으로 돌아와 아내는 남편의 옷을 건네받는다. 그리고 병으로 얼마 더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내는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참, 독일이나 한국이나 사는 건 비슷한 가 보다. 시골에서 엄마, 아빠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오면 자식들은 그리 반가워하지도 않고, 직접 말은 못해도 바쁜데 부모가 놀러 온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것까지...

 

리고 어느 날 아내는 떠나고...

 

아내가 떠난 뒤에야 남편은 아내가 꿈꾸고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아내의 꿈을 찾아 일본으로...

 

일본에서 남편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법,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마지막에는 아내와의 소통에도 이른다.

 

영화 줄거리는 어찌 말하면 별다른 것이 없다. 그런데 영화 보는 내내 감정이 뒤흔들렸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으며 영화를 봤다.

 

사람은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리고, 슬플 때도 눈물을 흘린다. 또 사람은 가슴에 막혔던 것이 풀릴 때도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음으로써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군가의 가슴에 닿는다는 거, 사람이 자기 가슴의 뿌리를 되찾는 순간은 아닐까. 그래서 그때 흘리는 눈물은 슬퍼서도 아니고 기뻐서도 아닌 존재와 존재의 만남에서 오는 황홀감은 아닐까.

 

 

2.

삶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영정추모배너

하늘이 빗방울을 하나 둘 떨구던 날 아침 용산에 갔다. 불탄 건물과 분향소, 천막에 모여 있는 사람들과 여기저기 그려진 그림들.

 

‘용산에 오면 시대가 보인다’라는 글이 있었다. 시대정신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한 시대를 같이 살면서 꼭 한 번 생각해 봐야 될 것을 생각하는 것이 시대정신은 아닐까.

 

그리고 시대정신을 갖는다는 것은 영화에서 남편이 오랜 세월 함께 있으면서도 알지 못했고, 닿지 못했던 아내의 가슴에 닿는 것과 같이 어딘가에 감춰져 있고, 가려져 있던 다른 이의 가슴에 닿는 것은 아닐까.

 

누 구는 조금 빠르고, 누구는 조금 느리겠지만 느리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의 가슴에 닿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만도 아니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용산으로 가면 된다. 남편이 아내의 가슴을 찾아 일본으로 갔듯이. 그리고 남편이 그곳에서 다른 이와 소통하는 것을 배웠듯이.

 

서로의 가슴에 닿을 수 있는 그런 우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