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16_ 배워야 희망도 생기지요

순돌이 아빠^.^ 2010. 3. 9. 13:59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16_ 배워야 희망도 생기지요

 

학교 영어 교사인 팔레 씨를 만난 건 우연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도 좋지만, 그래도 기왕 팔레스타인까지 왔는데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려고 영어로 쉽게 대화가 가능한 사람을 만난 거지요. 그냥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난 건데 결과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팔레 씨를 만났다고 하니깐 학생들도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구요.

 

교육과 정치

 

미니 : 팔레스타인의 교육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팔레 : 학생이 공부를 잘 해도 대학 학비가 아주 비싸서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식 대학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해도 직업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아주 큰 문제입니다. 팔레스타인에 그저 있는 것이라고는 몇 개의 은행과 작은 회사들 정도입니다. 농민이 땅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스라엘이 조금씩, 조금씩 땅을 빼앗아 갑니다. 그래서 많은 가족은 그저 생존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영어 교사인 팔레 씨를 그의 집에서 만났다

 

미니 :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꿈을 주고 싶으실 것 같은데...


팔레 : 정치 상황은 우리의 정신뿐만 아니라 우리 손과 이동마저 묶고 있습니다. 좋은 직업과 좋은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하더라도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나라가 우리를 지원하길 바랍니다. 돈, 돈, 돈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다른 나라가 팔레스타인에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월급도 그 돈으로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도 인간입니다.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독립을 이루고 국가를 건설하고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미니 : 학생들이 교사에게 현재의 정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묻는다면?


팔레 : 학생들은 언제나 현재의 정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묻습니다. 문제는 교사인 우리도 명확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 많은 제약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전 세계가 지원해주길 바란다.

 

미니 : 상황이 어렵다보니 팔레스타인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팔레 : 많은 문제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의 뿌리는 팔레스타인 땅에 있습니다. 물론 일부는 떠나고 싶어 하겠지만 대부분은 이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그들은 물고기와 같습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나 또한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한국, 일본 등지에서 사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많은 문제와 제약이 있더라도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이 땅에서 살고 싶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미니는 미니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떠날 건가요? 아니죠. 전혀 아닙니다. 우리도 당신과 같습니다. 여기는 우리 땅입니다. 물론 일부의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고 싶고, 어려움 없이 살고 싶어 할 겁니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곳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습니다. 또 호주로, 노르웨이로, 캐나다로 이민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뿌리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이건 아주 명확한 지점입니다.

 

(자신의 영어 선생이기도 했던 팔레 씨 옆에 앉아 있던 마흐무드에게 물었습니다.)

 

미니 : 마흐무드, 만약 팔레스타인을 떠날 기회가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갈 수 있다면 팔레스타인에서 살 건가요 아니면 떠날 건가요?


마흐무드 : 아니요 아닙니다. 여기가 내 조국이고 태어나고 자란 땅입니다. 팔레스타인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팔레 선생님이 일하시는 학교의 아침 조회 시간


팔레 : 외국으로 간다면 미국이나 한국, 유럽에서 직업을 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살 기회가 있다면 그저 몇 년 동안 돈을 벌어서 가족이나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겠지만 평생은 아닙니다. 한국, 미국, 캐나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더라도 그들은 오직 돈을 벌어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 담고 있기를 바랍니다. 외국에서 직업을 구하는 것은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이민이 아니라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팔레 씨의 얘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팔레 : 팔레스타인인들은 친절하며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도 이스라엘, 요르단, 걸프지역 국가, 한국과 같은 나라의 사람들과 같습니다.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여기서 갖게 된 생각을 한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퍼뜨리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장벽 없이 평화롭게 살고 싶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고, 좋은 기회와 직업을 얻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것, 우리도 전 세계 다른 나라와 같다는 것을 알려 주십시오.


우리들에게는 강력한 언론이 없습니다. 아랍권 텔레비전에서는 맨날 노래와 춤만 틀어 댑니다. 그나마 알 자지라 정도가 새롭게 문을 열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당신들처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사람들의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모든 사람에게 전해 주십시오.

 

꿈과 희망에 대해서

 

미니 : 학생들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직업도 가질 수 없고, 이 상황을 극복할 수도 없다는 식의 생각을 갖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만약 누군가 어떤 정치 상황을 극복하고 싶다면 교육이 아주 중요할 것 같은데


팔레 :  많은 젊은 사람들이 “직업도 없어, 기회도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입니다. 오직 팔짱끼고 앉아서 그저 신이 도와주길 바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내부의 적입니다. 젊은이들의 마음속에서 이런 것이 자라지 않도록 하고, 그들이  이런 생각을 버리도록 격려하는 것이 부모와 사회조직, 정부의 책임이자 역할입니다.


내 역할은 언제나 그들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교육입니다. 내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당신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내가 총을 가지고는 있지만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죽일 수는 있지만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생각과 정신을 가지고 설득해야 합니다. 교육 받지 않고 거리에만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가족과 부모, 교사와 사회에게 매우 위험할 뿐입니다. 교육, 교육,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학교 수업 풍경

 

미니 : 학생들이 선생님의 생각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 같은가요?


팔레 : 내가 이런 얘기를 할 때 학생 30명 가운데 5명이라도 내 얘기에서 무언가를 얻는다면 난 성공한 겁니다. 무조건 ‘책 펴라, 적어라, 외워라’라고만 한다면 학생들이 내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교육을 하기 전에 마음의 상태를 바꿔야 합니다. 교육은 아주 넓은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책 책 책’ ‘적어라 적어라’ ‘외워라 외워라’가 아닙니다.  정신이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은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미니 : 어떤 사람은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고 하는데...


팔레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선지자이신 무함마드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언제나 열심히 일해라, 더 노력해라라고 했습니다. 팔짱 끼고 앉아서 신을 기다리는 것은 나쁜 생각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팔레스타인인들은 아이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격려합니다.


한국에서는 돈이 문을 두드리면서 와서 나를 가져가라고 하나요? 아닙니다. 반드시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미니 : 팔레스타인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팔레 : 현재 팔레스타인 정부의 교육과정은 좋습니다. 다만 전문가가 부족하다보니 교육과정과 현실 사이에 틈이 생깁니다. 좋은 교육과정을 실행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교육환경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45명의 학생이 16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배운다면 어떻게 실질적인 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팔레스타인에는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청각실, 과학실, 컴퓨터 기자재 등이 부족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꿈

 

(마지막으로 팔레 씨가 꿈과 희망에 대한 말을 남깁니다.)

 

팔레 : 인간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없다면 내일 당장 무엇을 하겠습니까? 아마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희망이나 기대를 가진다면 삶은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희망과 기대가 마음속에 없다면 삶은 악몽입니다.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나의 아이들을 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