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스라엘 건국 이야기

이스라엘 건국 이야기 12- 추방을 위한 전쟁

순돌이 아빠^.^ 2010. 6. 13. 12:31

이스라엘 건국 이야기 - 추방을 위한 전쟁

 

1947년 11월부터 시작된 시오니스트들의 팔레스타인 아랍인에 대한 전쟁과 추방은 1948년 5월15일부터 시작된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 과정에서도 계속 진행됩니다. 5월22일 이스라엘 군은 1,500 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탄투라(Tantura)를 공격합니다. 이들은 붙잡은 주민들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들을 골라내 다른 지역으로 추방합니다. 그리고 군인들은 미리 준비해 둔 명단을 가지고 남성들 가운데 1936년 투쟁에 참여하는 등의 행동을 한 사람들을 골라 처형 합니다. (Ilan Pappe, [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 oneworld, 2007, 133134쪽 참고)

 

아랍-이스라엘 전쟁 과정 중 6월11일부터 7월8일까지 있었던 첫 번째 휴전 기간동안에도 이스라엘 군의 추방 작전은 계속됩니다. 사푸리이야(Saffuriyya)는 이스라엘의 공중 폭격을 받은 첫 번째 마을입니다. 폭격이 벌어지자 여성과 어린이들은 가까운 동굴에 숨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이스라엘 군에게 살해되기도 하고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떠나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살인과 추방이 계속 되면서 첫 번째 휴전이 끝난 다음 날인 7월9일부터 채 2주가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수 십 만의 아랍인들이 마을과 도시에서 추방됩니다.

 

나자렛의 사례는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7월16일 이스라엘 군이 나자렛을 점령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독교 성지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서 기독교 아랍인을 추방할 경우 전 세계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전해질 것을 우려합니다. 그래서 나자렛 주민들에게는 계속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합니다. 벤 구리온도 나자렛을 점령했을 때 군인들에게 ‘교회나 수도원을 약탈하거나 신성 모독할 어떤 가능성’도 피하라고 명령합니다. (Nizar Sakhnini, 'The 1948 War : A Cover up for Ethnic Cleansing', Al Awda, http://al-awda.org/zionists4.html 참고)

 

계속해서 이스라엘 군은 10월28일에 3,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다와이마(Dawayma)를 별다른 전투 없이 점령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80~100명가량을 살해합니다. 이 과정에서 군인들은 몽둥이로 아이들의 머리를 부셔서 죽입니다. 한 군인은 자신이 여성을 강간한 뒤 살해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또 새로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던 한 여성에게는 하루 또는 이틀 동안 자신들이 밥을 먹은 안마당을 청소하라고 하고 나서 그녀와 아이를 살해합니다.

 

10월29일 1,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사프사프(Safsaf)에서는 유대인 군인들이 모든 주민들을 모이게 하고서는 이 가운데 50~70명가량의 남성들을 살해합니다. 또 52명의 남성을 끈으로 묶은 뒤 우물에 집어 던지고는 사격을 가해 10명이 사망합니다. 여성들은 자비를 구했지만 유대인 군인들은 14세 여성을 포함해 3명을 강간합니다. (Nur Masalha, 'The Historical Roots of the Palestinian Refugee Question', Nasseer Aruri 엮음, [Palestinian Refugees - The Right of Return], Pluto Press, 2001, 4748쪽 참고)

 

이렇게 해서 1948년에 시오니스트들이 파괴한 마을이 418개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70%에 이르는 293개는 완전히 파괴되고, 22%에 이르는 90개의 마을은 크게 파괴됩니다. 그리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물론이고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지로 떠난 난민의 수가 75만 명에 이릅니다. 또 아랍인 가운데 15만 명가량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 남아 소수자 신세가 됩니다.

 

아랍인들을 추방한 뒤 이스라엘에게 남는 첫 번째 문제는 아랍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1948년 8월 이스라엘 내각은 ‘이송 위원회’를 사실상 구성하여 아랍 난민들을 다른 아랍 국가에 정착시키려고 합니다. 이들의 목적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집이나 마을로 돌아오는 것을 막고, 아랍 마을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또 유대인 점령민들을 아랍인 마을과 도시에 정착 시키고 이들에게 아랍인의 땅을 배분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난민 문제에 관한 국제적 압력을 어떻게 할 것이냐입니다. 1948년 12월11일 유엔 총회는 결의안 194호를 통과 시킵니다. 이 결의안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난민들의 귀향은 허용되어야 하며, 만약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 난민에게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난민의 귀향도 보상도 모두 거부합니다. 벤 구리온은 ‘아랍인의 송환은 공정하지 못하며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를 향해 전쟁을 선언한 그들은 패배한 뒤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Mike Berry and Greg Philo, [Israel and Palestine], Pluto Press, 2006, 38쪽. 참고) 

 

이스라엘에겐 위대한 건국의 영웅이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잔인한 점령자이자 학살자인 벤 구리온(Ben Gurion)

 

그런데 누구보다 추방과 살인, 전쟁에 적극적이었던 벤 구리온을 ‘위대한 지도자’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948년 영국의 위임통치가 끝나자, 유대 인 임시정부의 수반이었던 벤 구리온은 이스라엘 국가의 수립을 선언했으며, 유대 인 망명자들의 대규모 이주 계획을 단행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으며, 역사적인 과감성과 확고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의미에서 파악해본다면, 벤 구리온은 역사적으로 파란만장한 인물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가는 창의적 지도자였다.’, 손주영 외, [20세기 중동을 움직인 50인], 가람기획, 2000, 5960쪽

 

벤 구리온의 주장은 전쟁과 대규모 난민 발생의 책임이 아랍인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난민 문제 발생의 원인에 관한 이스라엘의 주장도 이것과 같습니다. 먼저 아랍인들이 자발적으로 떠났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노먼 핀켈슈타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전쟁 기간에 시오니즘 지도부가 표명한 목적이 아랍인 축출이었다는 사실, 그들의 의도가 실전에서 작전 정책이 되었다는 사실, 유대인 지휘관들의 전술에서 대규모 탈주라는 예상 가능한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사실, 또 전투 지역에서 달아난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러한 적대 행위가 일단 중단된 이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차단당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들이 마을을 점령했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마을들이 완전히 또는 거의 비어 있었기 때문에” 축출 지시가 내려진 적이 거의 없었다는 모리스의 관찰...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 노먼 핀켈슈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 돌베개, 2004, 155쪽

 

난민 문제 발생 원인에 관한 이스라엘의 두 번째 주장은 아랍인 지도부나 주변 아랍 국가들이 아랍인들에게 떠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쟁을 하기 위한 공간을 비우라거나 방송을 통해 떠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다음의 네 가지 이유로 떠났다. 살아남기 위해서, 정부가 무너졌기 때문에, 아랍 라디오 방송의 지시에 의해, 오판을 했거나 아니면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3], 살림, 2005, 238쪽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두려움 때문에 떠나는 아랍인들을 향해 끝나지 남아 있으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1948년 3월에서 4월까지 AHC의 방송과 인근 아랍구들의 방송에서는 끊임없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제자리를 지키라고 촉구하고 있었다. - 노먼 핀켈슈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 돌베개, 2004, 145쪽

 

또 방송을 통해 아랍인들을 떠나게 한 것은 아랍인들이 아니라 유대인 군대입니다. 영국인 시오니스트 작가인 헤리 레빈(Harry Levin)이 든 사례는 이렇습니다.

 

가까이서 확성기가 아랍어로 소리를 뿜었습니다. “너희 아내와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겨라. 그리고 학살을 피해라. 너희에게 아직도 열려 있는 제리코(Jericho)로를 통해 떠나라. 만약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 David Hirst, [The Gun and the Olive Branch - The Roots of Violence in the Middle East], Nation Book, 2003, 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