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책과영화

아흐메드 라시드Ahmed Rashid - [지하드Jihad]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11. 1. 26. 02:55

아흐메드 라시드가 쓴 책 가운데 [탈리반Taliban], [혼돈 속으로의 추락Descent into Chaos]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지하드Jihad - 중앙아시아 지역 전투적 이슬람의 등장The Rise of Militant Islam in Central Asia]입니다.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는 본 것은 같은데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략 2001년 정도까지의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지도

 

이 지역은 과거에는 소련의 영토였지요. 그러다 1991년 소련이 망하면서 각자 독립해서 5개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지도를 보면 5개 나라가 서로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있고, 주변에는 러시아나 중국, 이란과 같은 나라도 있고 아래쪽에는 아프가니스탄도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출발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관련 글을 읽다보니 주변 중앙아시아 지역 관련 얘기가 많이 나와서 좀 더 알아보자 싶었습니다.

 

지하드

 

1996년 탈리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타지크 정부를 몰아내고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중앙아시아 지역의 균형은 극적으로 변했다. 중앙아시아 지역 지배자들은 파슈툰 민족 출신인 탈리반이 자신의 이슬람에 대한 경직된 해석을 이 지역에 퍼뜨릴까 걱정했다. 타지키스탄 정부와 UTO(타지키스탄 반정부 연합 세력)는 내전을 끝낼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104쪽

 

198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나고 소련에 대항했던 여러 조직들이 연합해서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놓고 또 싸우고 있었죠. 그러는 사이 탈리반이 탄생․성장하면서 1996년에는 다른 조직들을 몰아내고 카불을 장악합니다. 그러자 탈리반 식의 과격한 이슬람 운동이 자국 안에도 퍼질까 싶어 5개 국가들이 긴장했다는 겁니다. 타지키스탄에서는 한창 내전을 벌이던 두 세력이 연합 정부를 구성합니다. 지역이 가깝고, 종교와 민족 등으로 연결되어 있는 중앙아시아는 한 쪽에서 일어 터지면 다른 쪽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련이 중앙아시아 지역을 지배하고 있을 때 이슬람을 억압 했습니다. 모스크(이슬람 사원)나 이슬람 학교(마드라사)를 폐쇄하거나 아니면 정부가 직접 관할․운영 했지요. 무슬림들은 러시아의 지배에 맞서 싸우거나 숨어서 이슬람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했구요. 그러다 소련이 무너지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을 하자 터키나 중동 지역 국가와 단체들이 이 지역에 모스크나 학교를 많이 세웠습니다. 여러 이슬람 조직들도 활동을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것인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 Islamic Movement of Uzbekistan)>입니다. 이들의 이슬람에 대한 해석은 그야말로 전투적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카리모프 독재 정권을 무력으로라도 무너뜨리자는 의미에서 전투적이기도 하고, 이슬람에 대한 탈리반 식의 해석 때문에 전투적이다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들이 잘 쓰는 말이 ‘지하드Jihad'입니다. (참고로, 이 책 맨 뒷부분에는 1999년 IMU가 발표한 선언문이 담겨 있습니다.)

 

전투성이 지하드의 핵심은 아니다. 선지자 무함마드가 설명했듯이 더 큰 지하드는 먼저 내면을 추구하는 것에 있다. 이것은 모든 무슬림들이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스스로 싸우려는 노력을 포함한다...아프가니스탄의 탈리반부터 오사마 빈 라덴의 국제적 조직인 알 카에다, IMU 등 오늘날 국제적 지하드 운동은 무함마드가 주장한 더 큰 지하드를 무시하고 있다. - 2쪽

 

흔히 언론 같은 데서 ‘지하드’하면 성스러운 전쟁이라는 뜻의 성전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슬람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왜곡하려는 이들이 주로 쓰는 방식입니다. 일부 이슬람 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곳에 무조건 지하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지하드를 꼭 전쟁과 관련해서 이해하기보다 이슬람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한 노력으로 넓게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전쟁을 지하드에 포함할 수도 있지만 전쟁이 지하드의 핵심은 아니라는 겁니다.

 

땅은 이어져 있고

 

미국은 이라크 점령을 위해 수니와 시아라는 이슬람 종파 사이의 투쟁을 부추겼습니다. 예전부터 이들이 수니와 시아로 갈라져 싸웠던 아니라 외부에서 일부러 없던 싸움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슬람 종파간 투쟁이 꼭 외부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와하비 운동과 같이 HT(이슬람 해방 당) 또한 시아 이슬람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만약 HT가 권력을 잡으면 중앙아시아에서 모든 시아 무슬림을 쫓아 낼 것이다...“우리는 시아 이슬람과 시아 무슬림에 아주 크게 반대한다. 그것은 이슬람의 길이 아니다.” - 123쪽

 

중앙아시아 지도 아래에 보면 파키스탄이 있습니다. 많은 중앙아시아 무슬림들이 파키스탄에 가서 이슬람을 공부했고, 이들이 배운 이슬람이 시아를 이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입니다. 기독교나 불교에 대한 해석이 여럿이듯이 이슬람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입니다. 탈리반이나 파키스탄 내 일부 이슬람 세력이 시아 무슬림들을 공격하는 것도 이들의 이상한 이슬람 해석 때문입니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여러 국가와 단체들이 중앙아시아의 전투적 이슬람 운동을 지원했습니다. 미국은 탈리반과 싸우고 있고 IMU를 테러리스트 조직이라고 하는데 미국의 다정한 친구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왜 이들을 지원했을까요?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기 방식의 이슬람이 영향력을 확대하길 바라며 외부의 이슬람 운동을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자 미국 무기를 엄청 사들이니깐 미국도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는 일에 크게 시비를 걸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1년 1월24일에는 러시아의 한 공항에서 폭발물이 터져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이를 두고 체첸인들이 그런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체첸인들이 정말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체첸인들이 관련 되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는 체첸을 지배하려 하고 체첸인들은 지배를 거부하면서 오랜 세월 러시아는 체첸인을 학살하고 체첸인들은 러시아를 공격했습니다.

 

갑자기 왜 체첸 얘기냐구요? 예전에 러시아가 탈리반에게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체첸인들을 러시아로 보내라고 하자 탈리반은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있는 IMU에 결합시키기도 했다 합니다.

 

소련에 맞서 싸우기 위한 것이든 자신의 활동 무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던 체첸, 아랍,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의 무슬림들이 모여 들면서 아프가니스탄은 국제 이슬람 운동의 주요 무대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에 놓고 여러 이슬람 운동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체첸 때문에, 중국은 신장-위구르 때문에, 미국은 석유와 가스 때문에 중앙아시아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으니 중앙아시아는 이래저래 국제 정치의 중요 무대이기도 합니다.

 

낯설지만

 

IMU는 자신의 군사 조직을 운반책으로써 이용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헤로인 무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해 왔다...IMU의 성장에 있어 더욱 중요한 문제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억압과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직면한 심각한 빈곤이다. - 154~155쪽

 

글쓴이는 IMU와 같은 전투적 이슬람 운동이 성장하고 유지되는 원인이 정치․사회 문제에 있다고 봅니다. 독재 권력과 이슬람에 대한 탄압, 빈곤과 부정부패로 쌓인 민중들의 분노가 이슬람 운동으로 몰리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글쓴이가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내외부의 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 문제를 개선해 나가자입니다. 

 

 

중앙아시아, 저부터 낯설게 느껴지는 지역입니다.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것을 빼면 이 지역에 관해 책을 읽은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되었고, 이런 저런 ‘스탄’이 붙은 나라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