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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 [크리톤]

순돌이 아빠^.^ 2011. 11. 27. 20:13

플라톤,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서광사, 박종현 옮김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소크라테스에게 친구인 크리톤이 탈옥을 권유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거부합니다. [크리톤]은 이들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크리톤은 친구를 보내야 하는 괴로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크리톤 : 슬픈 소식을 갖고 왔다네, 소크라테스. 내가 보기에, 자네에게야 그렇지 아니 하겠지만, 내게는 그리고 자네 친구들 모두에게는 슬프고 괴로운 소식일세. 이는, 내게 그렇게 생각되듯, 내가 견디어 내기에 가장 괴로운 소식일세. - 208, 209쪽

 

이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소크라테스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크리톤 :...여보게 소크라테스! 지금이라도 내 말에 승복하고 자신을 구하게나...친구들보다도 돈을 더 귀히 여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 이것 이상으로 부끄러운 평판이 무엇이겠는가? - 211쪽

 

크리톤 :...자네는 자네의 아들들조차 포기해 버리는 것으로 내게는 생각되네. - 215쪽

 

크리톤 :...다가오는 밤에 이 모든 것이 결행되어야 하기 때문일세. 그런데도 더 이상 지연한다면, 이 일은 불가능하며, 다시는 해 볼 도리가 없을 걸세. 하지만, 소크라테스, 어떻게든 내 말대로 하고, 결코 거절하지는 말게. - 217쪽

 

친구의 애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크라테스는 늘 하던대로 자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소크라테스 :...우리가 그걸 실천해야만 할 것인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검토해 보아야만 하네. 이건 내가 이제 비로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추론해 보고서 내게 가장 좋은 것으로 판단되는 그러한 원칙(logos) 이외에는, 내게 속하는 그 어떤 것에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세. 이전에 내가 해 오던 바로 그 주장들을, 내게 이런 운명이 닥쳤다고 해서, 이제 와서는 내던져 버릴 수도 없지만, 그것들이 내게는 거의 같은 것들로 보이며, 따라서 이것들을, 이전에도 그랬던 것들과 똑같은 것들로서 받들며 존중하네. - 218쪽

 

많은 사람, 다중

 

크리톤은 사람들의 평판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운동하는 사람을 예로 들어 말을 이어갑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니까 그는 오히려 감독자이며 전문가인 그 한 사람이 좋다고 생각(판단)하는 그 방식대로 행하며 운동해야 하고 또한 먹고 마셔야만 하네. 다른 모든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보다는 말일세.
크리톤 : 그야 그렇지.
소크라테스 : 됐네. 그렇지만 그가 이 한 사람에게 불복하며 그의 의견과 칭찬은 무시하면서도, 아무런 전문적 지식도 지니지 못한 많은 사람(다중)의 칭찬을 존중할 경우에, 그가 아무런 나쁜 걸 겪지도 않게 될까? - 221쪽

 

소크라테스 : 그러면 여보게! 이처럼 우리는 많은 사람(다중)이 우리를 두고 뭐라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유념하지 말고, 올바른 것들과 올바르지 못한 것들에 관해 전문가인 한 사람 그리고 진리 자체가 말하는 바에 대해서 유념해야만 하네. - 224쪽

 

소크라테스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거나 자신만이 지(知)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知)에 이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는 크게 마음 쓰지 말라고 합니다.

 

박정희나 이명박이 들으면 ‘그래 내가 뭐랬어? 나를 따르라고 했잖아. 한 사람, 바로 나 말야’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얘기한다면 이렇게 물어 보면 어떨까요? ‘올바름이란 무엇입니까?’

 

소크라테스 : 가장 중히 여겨야 할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잘) 사는 것이라고 함이 우리에게 있어서 여전히 타당한지 아니면 그렇지 못한지 다시 생각해 보게나. - 224, 225쪽

 

탈옥을 하고 일단은 위기를 모면하자고 말하고 있는 친구에게 소크라테스는 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크리톤이었으면 속 터졌을 것 같아요. 불에 기름을 부으려는 지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은 자신이 탈옥을 하는 것이 훌륭한 일이지 아닌지 검토해 보자는 겁니다.

 

악법도 법?

 

소크라테스 :...어떤 사람이 누군가와 합의한 것들은, 이것들이 올바른 것들일 경우, 그는 이를 이행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기만을 해야만 하는가?...나라에서 일단 내려진 판결들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개인들에 의해 무효화되고 손상되었는데도, 그런 나라가 전복되지 않고서 여전히 존속할 수 있을 것 같은가? - 230, 231쪽

 

흔히 준법정신의 사례로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직접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닌지는 저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일단 제가 읽은 플라톤의 글에는 그런 말은 없습니다. 죽은 사람을 찾아가 물어 볼 수도 없고.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왜 사형 선고를 그대로 따르는 지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합의, 나라, 법률 등의 말이 나옵니다.

 

소크라테스 :...조국에 대해서는 설득을 하거나 아니면 조국이 명하는 것들을 이행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리고 조국이 무엇인가를 묵묵히 치르도록 지시하면 치러야 한다는 것을, 두들겨 맞거나 투옥되거나 하는 것도, 싸움터로 이끌고 가서 부상당하거나 전사하게 하더라도, 이는 해야만 한다는 걸...아니면 올바른 것이 그 본성에 있어서 어떤 것인지를 나라에 납득시켜야만 된다는 것을 말이야 - 234, 235쪽

 

소크라테스 :...법률은 아마도 말할 걸세...우리는 그대를 태어나게 하여 양육하고 교육하였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면 온갖 훌륭한 것들을 그대에게 그리고 다른 모든 시민에게 나눠 주었으니까. - 235쪽

 

소크라테스는 어머니나 아버지, 조상보다도 조국이 더 귀중하다고 합니다. 태어나게 하고 먹이고 기른 것이 조국이니까요. 만약 조국이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따라야 된다고 합니다. 악법도 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닌 셈이지요. 

 

소크라테스 : 법률은 아마도 말할 걸세...성인이 되어 나라에서 행하여지는 일들과 법률인 우리를 지켜본 다음에, 우리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자신의 것들을 갖고서 어디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공표하고 있지...하지만 그대들 가운데서 누구든, 우리가 재판을 하거나 또는 다른 일들에 있어서 나라를 경영하는 방식을 보고서도 머무른다면, 우리는 이미 이 사람이, 우리가 시키는 것들을 이행하기로 우리와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고 보아. - 235, 236쪽

 

내가 싫었으면 떠나면 됐을 거고, 떠나지 않았다는 것은 법률을 지키겠다고 합의한 것이 아니냐고 법률이 소크라테스에게 말하는 겁니다. 법률을 국가와 시민 사이의 합의로 보는 거지요. 플라톤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했는지 어렴풋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자신을 설득하려 했던 크리톤을 설득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날을 맞이합니다.

 

소크라테스 :...하지만 알아두게. 적어도 지금 내가 갖게 된 판단들, 이것들에 대해 어긋나는 말을 자네가 한다면, 자네가 말하는 것은 헛일일세. 하지만, 그래도 자네가 뭔가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말하게나.
크리톤 : 하지만, 소크라테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군.

소크라테스 : 그럼 그만두게, 크리톤! 신이 이렇게 인도하니, 이렇게 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