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김진성 옮김
8권
본질은 실체이고, 정의(定義)는 이 본질에 대한 규정 - 354쪽
실체가 ‘각 사물이 있음’의 원인이라면, 우리는 그런 차이성들 중에서 어떤 것이 ‘개별 사물들이 저마다 있음’의 원인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358쪽
실현 상태나 규정은 어떤 것들에서는 결합에서, 어떤 것들에서는 혼합에서, 또 다른 어떤 것들에서는 앞서 말한 것들 중 어느 하나에서 성립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사람들 중 “돌들, 벽돌들, 나무들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는 사람들은 잠재 상태의 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집의) 밑감(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유물이나 몸을 가릴(보호할) 수 있는 수용 공간이다”라고 또는 이와 비슷하게 (정의를) 내놓는 사람들은 (집의) ‘실현 상태’(꼴)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을 결합하는 사람들은 이 둘로 된, 셋째 종류의 실체를 말하고 있다. - 359쪽
어떤 수에서 그 수를 이루는 부분들에서 얼마만큼을 빼거나 더하고 나면 더는 같은 수가 있지 않고, 다른 수가 되듯이 {아주 조금을 빼거나 더하더라도 말이다} 정의나 ‘(어떤 것이) 있다는-것은-무엇-이었는가’(어떤 것의 본질)도 (그것으로부터) 무엇인가가 빼지거나 더해지면 더는 같은 것이 아닐 것이다. - 364쪽
수에는 수를 단일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저들은 수가 〔정말로 단일한 것일 때〕 무엇으로 말미암아 단일한지를 설명하지 못 한다 {수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더미 같은 것이거나, 그렇지 않고 그것이 단일한 것이라면 무엇이 ‘여럿’을 단일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지 말해야 할 테다}. - 364쪽
정의도 하나인(단일한) 것이다...각 실체는 완성 상태(의 것)이자 일정한 실재다. - 364쪽
한 가지 밑감(재료)에서, ‘(다른 것을) 움직이는(변하게 하는) 원인’(운동인)(의 작용)을 통해 다른 것(물건)들이 생겨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무에서 큰 궤짝이 나올 수도 있고, 침대가 나올 수도 있다. - 365쪽
산 사람이 왜 잠재적으로 죽은 사람이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지 않다. 그런(식초가 되는 포도주나 죽은 사람이 되는 산 사람의) 소멸은 (간접적으로) 딸린 방식으로 일어난다. - 369쪽
무엇이 ‘(어떤 정의가) 하나임’의 원인인가? 여러 부분들을 가지며, ‘온 것’이 그저 더미이지 않고, 전체가 부분들과 따로 있는 어떤 것인 사물들의 경우에는 모두 (하나임의) 원인이 있다...정의(定義)는 <일리아스>처럼 (여러 개가) 함께 묶여 있기 때문에 하나의(단일한) 규정이 아니라, 한 가지 것(대상)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하나의(단일한) 규정이다. 사람을 하나로 만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사람은 여럿이, 예를 들어, 동물+두 발 달림이 아니라 하나인가? - 370쪽
정말로, 각 사물은 하나인 것이며, ‘잠재 상태로 있는 것’은 어떤 점에서 ‘실현 상태로 있는 것’과 하나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물을) 잠재 상태에서 실현 상태로 움직이는 원인(운동인) 말고는, 여기에서 다른 원인은 없다. - 373쪽
9권
입힘의 힘은 (어떤 작용을) 입히는 것 안에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뜨거움’(열)은 ‘(어떤 것을) 뜨겁게 할 수 있는 것’ 안에 (들어) 있고, ‘집을 짓는 기술’(건축술)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사람)’(건축가) 안에 (들어) 있다. - 377쪽
그런 근원(‘힘’)들 중 어떤 것들은 ‘혼이 없는 것’(무생물)들 안에 들어 있으며, 다른 어떤 것들은 ‘혼이 든 것’(생물) 안에, 혼 안에, 그리고 혼의 이성적인 부분 안에 들어 있으므로, 분명히 힘(능력)들 중 어떤 것들은 비이성적인 것이며, 어떤 것들은 ‘이성이 든’(이성적인) 것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들, 즉 ‘제작에 관련된 학문’(제작학)들은 모두 힘(능력)들이다. 다시 말해, 그것들은 다른 것 안에서, 또는 자신을 다른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자신 안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근원’(변화의 근원)이다. - 378쪽
‘거짓이다’와 ‘불가능하다’는 다르다. 예를 들어, “네가 지금 서 있다”는 것은 거짓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 384쪽
발휘 상태(의 것)에 대한 정의와 인식이 잠재 상태(의 힘)에 대한 <정의와> 인식에 앞서 (주어져) 있어야 한다. - 394쪽
잠재적으로 있는 것(도형)들은 (사유를 통해) 실현 상태로 이끌어짐으로써 발견된다. 그 까닭인즉, (기하학자의) 사유는 (기하학적 능력의) 발휘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재 상태는 실현 상태에서 (실현되어) 나온다. - 405쪽
네가 (얼굴이나 입고 있는 옷이) 희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이 맞기 때문에 네가 흰 것이 아니다. 반대로, 네가 희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는 우리의 말이 맞다. - 406쪽
그것은 (주어가 되는) 어떤 것(대상)이 있을 때, 특정한 방식으로 있다는 것을 뜻하며, 그것이 그런 (특정한) 방식으로 있지 않을 때,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참은 그러한 (종류의) 것(대상)들을 알아차리는(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에 대해서는) 거짓도 틀림(착오)도 있지 않고, 모름(無知)만이 있을 뿐이지만, 이것은 눈먼 상태와 비슷한 그런 모름은 아니다. 왜냐하면 눈먼 상태는 누군가가 사유 능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할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 408쪽
10권
“(어떤 것이)하나-임”은 ‘(그것이) 분할되지 않는 것-임인데, 이는 본질적으로 ’이것‘이며 장소나 꼴(형상)이나 사유의 측면에서 제 나름대로 독립된 것임을 뜻한다. 또는 그것은 ’전체이며 분할되지 않음‘을 뜻한다. - 414쪽
모든 수는 ‘하나’를 통해 인식된다. 그러므로 모든 양은 그것이 양인 조건 아래에서는 ‘하나’를 통해 인식되며, 바로 ‘하나’를 통해 일차적으로 모든 양들이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는 (수의 단위로서) 수가 수인 조건 아래에서 갖는 원리이다. - 414쪽
우리는 앎과 감각을 “사물들에 대한 척도라 부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둘을 통해 어떤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그것들은 (사물들을) 재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재어지는 것이다...그러나 프로타고라스는 ”사람은 ‘모든 것들’(만물)의 척도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사람“은) “인식하는 사람”이나 “감각하는 사람”을 말한 듯하다. 그리고 이들을 든 까닭은 이 사람들이 우리가 대상들의 척도들이라고 말하는 감각이나 앎을 저마다 갖고 있기 때문이겠다. 이런 (프로타고라스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정말 뭔가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 418쪽
‘하나’도 (‘있음’과) 마찬가지로 실체일 수 없다. 왜냐하면 “있음”과 “하나”는 모든 것(술어)들 중 가장 보편적인 술어이기 때문이다...‘하나’는 특정한 것, 특정한 실재다. - 419쪽
으뜸 실체(‘본질’)에 대한 정의가 하나일 때 같다...완전히 같지도 않고, (밑감과 꼴로) 복합된 실체의 측면에서 차이나지만, 꼴(형상)이 같은 것들은 비슷하다. - 422쪽
같은 무리 안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차이 나는 것들이 반대되는 것들이다 - 426쪽
반대되는 것들은 중간(에 있는) 것을 허용하지만 (두 개의) 모순되는 것들 사이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 그러므로 분명히 모순과 반대는 같지 않다. - 427쪽
어떤 것들에는 중간 것이 있다{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중간 상태의) 사람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것들에는 중간 것이 있지 않다{수는 짝수이거나 홀수이어야 한다}. - 429쪽
물의 “양이 많다”고 말하지, 물의 “수가 많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많은 수”는 분할되는 것들에 적용된다. - 433쪽
모든 수(數)는 ‘여럿’(복수)이다. 왜냐하면 수들은 ‘하나’들로 이루어져 있고, 저마다 ‘하나’로써 재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럿’인) 모든 수는 ‘적은 수’에 맞놓이지 않고, ‘하나’에 맞놓이기 때문이다. - 434쪽
앎이 ‘재는 것’(척도)이고, 앎의 대상이 ‘재어지는 것’(측정 대상)처럼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모든 앎은 앎의 대상이지만, 앎의 대상이 모두 앎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뜻에서는 앎이 앎의 대상을 통해 재어진다. - 435쪽
꼴(種)이 다른 것(A)은 어떤 것(B)으로부터 어떤 것(C) 안에서 다르다. 그리고 이 어떤 것(C)은 둘 모두에 (무리로서) 들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것(A)이 (어떤 것(B)과) 그 꼴이 다르다면, 이 둘 모두 동물(C)이다. 따라서 꼴이 다른 것들은 같은 무리(類)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무리”(C)는 둘에 대해 한 가지 같은 것으로서 진술되는 것을, 그리고 밑감(재료)으로 있든 다른 방식으로 있든 어떤 차이성(種差)을 ‘(단순히) 딸린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즉 본질적으로) 갖는 것을 뜻한다. - 440쪽
사람의 ‘흼’과 ‘검음’은 꼴의 차이를 낳지 못한다. 그리고 흰 사람과 검은 사람 사이에는 꼴의 차이가 없다...(개별적인) 사람들은 “사람”의 꼴(種)들이 아니다. 이 사람들을 이루고 있는 살과 뼈가 다른 사람의 살과 뼈와 다르더라도 말이다. (밑감과 꼴로 된) 복합물은 (사람들마다) 서로 다르지만, (사람들이) 꼴에서 다르지는 않다. 왜냐하면 복합물 자신에 대한 정의 속에는 반대성이 (구성 요소로서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더는) 나눌 수 없는, 마지막 것이다. - 443쪽
암컷임과 수컷임은 동물에게만 있는 겪이(성질)들이기는 하지만, 동물의 실체(‘본질’) 때문에 고유하지는 않고, 그것들은 (그저) 밑감인 몸 안에 (들어) 있는 겪이들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씨(정액)가 어떤 겪이를 겪느냐에 따라, 암컷이 되기도 하고 수컷이 되기도 한다. - 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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