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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 - [방법서설]

순돌이 아빠^.^ 2012. 7. 10. 18:06

'방법서설', <방법서설. 성찰 외>, 삼성출판사, 1992



어떻게 학문을 해 나갈지 알려 주는 좋은 글 ^.^



제1부

곧은 길만 따른다면 매우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라도, 빨리는 달리지만 곧은 길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앞지를 수가 있다. - 44쪽

개인들의 본성과 ‘형상’들 사이에 오직 하나의 ‘종(種)’만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들은 공통적인 의견은 양식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44

나는 특히 수학이 지니고 있는 확실승과 명증성 때문에 수학에 마음이 끌렸다. 그러나 나는 수학의 참다운 응용에 별로 주의를 쏟지 못했다. 그리고 수학이 기계적인 기술에 씀임을 생각하고, 나는 그 기초가 튼튼하고 확고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 위에 더 이상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되었다. 그와는 정반대로 생활도덕을 다루고 있는 고대 이교도들의 작품을 비교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작품은 사실상 모래와 진흙 위에 세워진 매우 으리으리하고 멋진 궁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교도들은 덕을 매우 높이 찬양하고, 또 그 덕을 세상의 어떤 사물들보다도 고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그 덕을 인식하도록 충분히 가르쳐 주지 못하였으며 - 48

다른 학문들에 관해서는, 그 학문들이 자체의 원리를 철학으로부터 빌려왔음을 감안해 볼 때에, 나는 그토록 시원찮은 철학적 근거 위에서 튼튼한 건물공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다른 학문들이 약속하는 명예나 소득이란 것이 나로 하여금 그 학문들을 배우도록 선망의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기 때문에, 나는 나의 지적 재산의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그런 종류의 학문을 사명의식에서 선택해야 된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비록 내가 영광을 견유학파들처럼 경멸한다고 공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엉터리 같게만 보이는 그런 학문[과학]에 대하여 별로 존경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 48, 49

연구실 속의 지식인은 자신의 연구성과에 대하여 그것을 더 그럴듯하게 나타낼 양으로 많은 교묘한 기지(機知)를 쓰기 때문에 더욱 나는 경계해야 한다고 믿었다. - 49


제2부

우리들은 모두 어린이 되기 전에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오랫동안 우리의 욕구와 가정교사들에 의하여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욕구나 가정교사가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충고하여 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판단이 우리의 출생 이후 우리의 이성을 모두 사용하고, 언제나 오직 이성에 의하여만 인도되는 경우만큼 그렇게 순수하거나 견고하지 않다. - 54

산골짜기로 꾸불꾸불하게 올라가는 길은 절벽 밑에서 수직으로 바위를 타고 기어 올라가는 길보다도 훨씬 편리하고 쉽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공공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타고난 지위나 재산에 관계되지 않는다 하여도, 관념에서나마 어떤  새로운 개혁을 언제나 시도하려고 하는, 불안정하고 용솟음치는 기질을 찬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에 나의 이 글 속에 그와 같은 광기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면, 이 책이 출판된 것을 지극히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내 자신의 생각을 쇄신하려고 노력하기를 생각한 것보다 결코 더 나아가 본 적이 없었고, 단지 나는 전적으로 나에게 속하는 기초 위에 모든 것을 세우려고 하였다. - 55

세계는 거의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로 구성된 듯하다. 그 하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신속히 자기 자신을 신뢰하여서, 자신들의 판단을 성급하게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그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생각을 질서정연하게 인도하기 위한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그 다음은 자기들에게 가르쳐 준 사람들보다 허위와 진리를 구별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른바 매우 겸손하고 얌전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스스로 더 좋은 것을 찾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데에 만족할 뿐이다. - 55, 56

여행을 하면서 우리와는 아주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그 때문에 야만인이거나 무식하고 조잡한 사람들이 아님을 깨달았기에, 그래서 다른 많은 부류의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56

우리를 설득시키는 것은 확실한 인식이 아니라 오히려 습관과 선례(先例)가 아닌가고 느껴진다. - 56

홀로 어둠속을 걷는 사람처럼 나는 아주 천천히 가야 한다고 결심하였고, 그래서 모든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거의 전진하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넘어지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졌었다. - 56

다음의 네 가지 방침을 따르기로 작정하였다.
첫째로, 내가 명증적으로 참이라고 인식하지 아니하는 어떤 것도 진리로서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리하여 조심스럽게 조급한 판단이나 편견을 피하여서, 나의 정신에 명석하고 판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결코 나의 판단 속에 포함시키지 않고, 내가 의심할 수 없는 것만을 포함하겠다.
둘째로, 내가 검토하는 각각의 어려움들을 가능한, 그리고 더 잘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에서 가급적 세분한다.
셋째로, 나의 생각을 질서있게 인도하기 위하여, 즉 인식하기에 가장 단순하고 가장 쉬운 대상들로부터 출발하여 단계적으로 차례차례 복잡한 것의 인식에 이르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하여 자연대로는 피차 아무런 순서도 없는 것들 사이에도 질서를 부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아무것도 빼놓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전체적인 열거와 일반적인 검열을 실시한다.

사람들이 참되지 못한 것을 진리라고 수락하기를 포기하기만 한다면, 사람들이 도달할 수 없는 아주 먼 진리는 없는 것이며, 또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할 만큼 깊이 감추어진 진리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58





제3부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행동에 있어서 가장 굳게, 가장 단호하게 나 자신을 붙들어매는 것이다...어떤 숲속에서 길을 잃게 된 나그네는 때로는 이곳으로, 또 때로는 다른 곳으로 왔다갔다해서는 안되고, 또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그는 가능한 한에서 꼭같은 방향으로만 일직선으로 걸어야 하며, 또 그 길을 선택하도록 시초에 결정한 동기가 지극히 우연적이라 하더라도, 그 때문에 그 길을 바꾸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그런 방식에 의하여 그 나그네가 바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는 어디에서든지 숲속에서 빠져나오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빠져나오게 되면, 아마도 숲속에서 헤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 67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기 보다 나 자신을 극기(克己)하려고 애쓰는 일이며, 또 세계의 질서보다는 오히려 나 자신의 욕망을 변경시키고, 또 일반적으로 나의 사유에서보다는 나의 능력에 전적으로 들어오는 것이 없다고 믿도록 애쓰는 것 - 67, 68

우리의 의지는 우리의 오성이 좋다 나쁘다라고 표상하는 것에 따라서만 어떤 것을 따르거나 피할 수 있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잘 행동하기 위하여서는 잘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며, 가장 최선을 다하기 위하여, 즉 모든 덕을 획득하고 모든 다른 선을 전부 갖기 위하여 가능한 한에서 최선을 다해 판단함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인생은 행복하여질 수 있다. - 69

나는 의심하기 위하여 의심하며, 늘 결단성이 없는 생활태도를 갖는 회의론자들을 모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와 반대로 나의 모든 계획은 바위와 진흙을 찾기 위하여 흔들리는 땅과 모래를 버리고 나 스스로를 확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 70

낡은 집을 허물어 버리는 경우, 대개는 새로운 집을 짓는데 사용하기 위하여 그 집의 파괴된 물건을 보관해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그릇된 토대 위에 세워진 것으로 판단된 내 의견들의 모든 것을 전부 파괴하면서, 나는 더 확실한 의견을 세우기 위하여 필요한 많은 관찰과 많은 경험을 얻게 되었다. - 70

만약에 내가 나의 <방법서설>에 의하여 진리탐구에 무슨 기여를 하였다면, 그 까닭은 아마도 틀림없이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이 허풍을 떨면서 아는 척하는 것보다는 나는 더 모른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 때문이며, 또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평가할 때에 나는 많은 사실을 의심했기 때문이리라. - 71


제4부

나는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엉터리라고 거절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전적으로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신뢰 속에 존재할 수 있는가 함을 보려고 하였다. - 77

우리가 깨어 있으면서 가졌던 모든 생각들이 반드시 참이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우리가 잠 잘 때에도 우리에게 올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나의 정신 안에 들어왔던 모든 것이 나의 꿈이 지니는 환상만큼이나 참되지 못하다고 일부러 생각하여 보려고 결심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내가 생각해 보려고 원하고 있던 동안에, 그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며, 그리하여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진리가 너무도 견고하고 확실한 것이어서, 가장 과장이 심한 회의론자의 주장도 그런 진리를 흔들어 놓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그러한 진리를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내가 탐구하려고 하였던 철학의 제1원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 77

내가 상상하였던 다른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내가 생각하기를 단지 그치게만 되면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어떠한 이유도 갖지 않게 된다. 바로 그 점에서 나라는 존재는 그 본질이나 본성이 사유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서이 아닌 하나의 실체임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실체로서의 내가 존재하기 위하여 물질적인 어떤 것도, 또 다른 장소도 필요하지 않게 된다. - 77, 78

더 완전한 것이 덜 완전한 것에 의존한다든가, 또는 그것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이 아무것도 아닌 거세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순되는 논법이기 때문에, 나는 더 완전한 관념이 나로부터 유출되었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더 완전한 관념은 나보다도 진실로 더 완전한 어떤 본성에 의하여 내 속에 싶어졌다고 보아야 하며...그것은 곧 신이다. - 79

우리가 깨어 있건, 잠자고 있건 간에, 우리는 우리 이성의 명증성에 따라서 우리 자신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을 결코 마다해서는 안된다. 내가 우리의 이성이라고 말하였지, 우리의 상상력이나 우리의 감각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의하여 주기 바란다. 우리는 태양을 매우 분명하게 눈으로 본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태양이 태양의 실제 크기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 82


제5부

비록 그 기계가 우리만큼, 또는 더 잘,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기계는 우리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부족한 면을 나타내고 있다. 즉, 사람들은 그 기계가 인식에 의해서 행동하지 않고, 단지 그 기계조직의 성능에 의하여 행동한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성이란 여러 가지 점에서 쓰일 수 있는 보편적인 도구인 반면에, 기계의 조직들은 각각의 특수한 행동에 대해서 특수한 장치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100

나는 이미 이성적인 정신을 기술하였고, 또 그러한 정신은 결코 물질의 힘으로부터 연역되어질 수 없다는 것도 설명하였다. 그리고 내가 이미 말했던 다른 모든 사실과 마찬가지로 정신도 분명히 신에 의해서 창조되었음에 틀림없다고 기술하였고, 또 배 안에 있는 선장처럼 단순히 육체의 사지를 움직이기 위해서만 정신이 육체 속에 거주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 이외에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욕망을 갖게 하기 위하여, 따라서 하나의 진실한 인간을 구성하기 위하여, 정신이 육체와 매우 긴밀히 결합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미 지적하였다. - 102


제6부

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거나, 또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리나 최초의 원인을 일반적으로 탐구하려고 애썼다...그 다음에 나는 사람들이 그와 같은 원인에서 연역해 낼 수 있는 정상적이고 최초인 결과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검토하였다. - 114

사실 내가 지금까지 배워 왔던 것이 내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아주기 바란다. - 116

학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토론의 방법에 의하여 사람들이 예전에 몰랐던 진리를 새로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을 나는 결코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각자가 상대를 정복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에, 각자는 자기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교량(較量)하려는 노력보다 그럴듯한 것을 타당성 있게 꾸며 보려고 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랫동안 변호사 생활을 했던 사람이 곧 훌륭한 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 117

가장 우수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도 나의 철학원리들을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든 것에 대해서 말할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또 훌륭한 학자라도 평판을 얻기를 원하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어렵게 발견되는 진리보다는 모든 종류의 문제에서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찾아질 수 있는 그럴듯한 개연성에 만족하여 쉽사리 안주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관하여 말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자기를 몰라준다고 솔직하게 불평한다. 만약에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랑하는 허풍보다는 얼마 안 되는 몇 가지 진리를 인식하기를 원한다면(물론 그런 태도가 더없이 바람직스럽다), 또 그들이 나와 비슷한 계획을 따르기를 원한다면, 내가 이미 나의 이 <방법서설> 속에서 말하였던 것 외에 그들에게 아무것도 더 말할 필요성을 갖지 않게 되리라. 왜냐하면 그들이 만약 내가 하였던 것보다 더 멀리 나갈 수만 있다면, 그들도 역시 내가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발견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119